갈등을 다루는 가장 일반적인 접근은 갈등해결 과정을 통한 대화와 합의다. 갈등해결 과정은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이견을 가지고 다투는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미 있는 대화에 맞춰져 있다. 과정의 가장 이상적인 결말은 갈등 사안을 논의한 당사자들이 공동으로 대안을 검토하고 협상한 후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합의 도출에 실패하는 과정도 많으나 이를 과정 자체의 실패로 단정할 수는 없다. 과정의 핵심은 당사자들 간 이견의 확인,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와 신뢰의 향상, 대안의 공동 개발, 신의와 성실성에 기반한 합의 도출 노력 등이고 그런 절차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지는 못해도 상호 비난의 중단, 대결의 완화, 추가 대화 가능성 등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념이나 가치의 차이가 갈등의 핵심 사안인 경우 해결보다 상호 이해의 향상, 상호 비난의 중단 등을 통한 대결의 완화 및 중단이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는 점은 합의 도출 여부가 과정의 실패 여부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갈등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당사자들 간 대화다.
갈등해결 과정이 갈등을 다루는 가장 일반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갈등해결은 갈등의 이해, 분석, 예방부터 당사자들 간 대결의 중단, 완화, 대화, 합의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각각의 실행은 세밀한 구성 및 적용 단계들을 통해 이뤄진다. 갈등해결이 갈등을 해결하는 이론 및 실행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의미하기도 하고, 당사자 중심의 대화 및 합의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은 이런 다양한 내용이 오랜 연구와 실행의 결과임을 잘 말해준다. 특히 갈등의 예방은 비록 갈등해결 연구와 실행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가장 필요하고 바람직한 접근이다. 갈등해결 연구와 실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사자들 간 대결 및 갈등의 파괴적 전개를 막고 합의를 이루는 것이지만 당사자들 간 대결과 관계 단절이 야기되지 않도록 불필요한 갈등 자체를 막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갈등 사안의 확인과 조기 분석, 이해관계자들 간 관계와 신뢰의 형성, 선제적 논의 테이블 구성과 실행 등 여러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 간 잠재적 갈등의 경우 갈등 민감성과 섬세한 관찰력을 가지고 접근하면 되지만 집단 간, 특히 사회 이익 집단 간, 또는 이익 집단들과 공공기관들 간 잠재적 갈등의 경우에는 보통 문제의 복잡성, 이익의 중대성, 사회적 중요성 등 때문에 접근하기가 힘들다. 이는 곧 우선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조기 분석과 선제적 대응에 대한 동의, 그리고 중요 사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을 다루기 위해 고려할만한 시도가 정책 대화(policy dialogue)다.
정책 대화는 여러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지만 갈등해결 영역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여 잠재적 갈등 사안을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말하고 보통 공공갈등해결 영역에서 실행된다. 이런 정책 대화의 가장 큰 특징은 갈등 발생 가능성이 큰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며, 미래에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는 걸 예방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방향과 내용을 논의하고 합의한다는 점이다.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기업, 시민단체, 공공기관 등이다.
정책 대화는 공공갈등해결이 처음 시도된 미국에서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시작의 배경에는 첫 공공갈등해결 사례인 스노퀄미강(Snoqualmie River) 환경 갈등 조정 사례가 있었다. 이 갈등은 1959년 미국 서부 워싱턴주의 스노퀄미강 지역에서 잇달아 홍수가 발생한 후 지역 카운티가 홍수조절용 댐 건설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지역 주민들과 사업가들은 댐 건설을 환영했으나 환경운동 단체들과 지지하는 시민들은 이를 반대했다. 수년 동안 갈등이 계속되자 1974년 주지사는 제랄드 코믹(Gerald Cormick)과 제인 맥카시(Jane McCarthy)에게 갈등 조정을 요청했다. 7개월의 조정 과정을 거친 후 1974년 12월 갈등 당사자들은 행정당국에 대한 제안을 담은 공동 합의에 서명했다. 공동 합의 중 일부는 실행되지 못했지만 토지 이용과 관련된 대부분의 제안은 실행됐다.
스노퀄미강 갈등 조정은 첫 공공갈등해결 사례가 됐고 이후 갈등해결 이론과 방식을 공공갈등에 적용하는 여러 시도가 이뤄졌다. 게일 빙햄(Gail Bingham)은 자신의 저서 Resolving Environmental Disputes: A Decade of Experience(The Conservation Foundation, 1986, pp.17-21)에서 이러한 초기 시도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초기 시도 중 하나는 1976년 있은 전국석탄정책프로젝트(National Coal Policy Projet)였다. 이 프로젝트는 석유와 가스 가격 상승과 함께 석탄 발전 확대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석탄 발전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형성되는 걸 예방하기 위해 시작됐다. 기업과 환경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처음 대화 과정을 제안했는데 제랄드 덱커(Gerald Decker)는 화학기업의 에너지 프로그램 본부장이었고 로렌스 모스(Lawrence Moss)는 미국 최대 환경단체의 전 회장이었다. 이들은 석탄 사용 확대와 관련해 기업들과 환경단체들이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이견을 공유하고 논의를 거쳐 합의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했다. 두 사람은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타운대학의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에 석탄 정책에 대한 합의(consensus-building)를 도출할 이 프로젝트의 주최와 후원을 요청했다.
초기 구상은 5년 동안의 정책 대화로 이어졌다. 이 정책 대화에 기업과 환경운동 지도자들 105명이 참여했고 이들은 200개 이상의 논쟁 사안을 다뤘다. 참여자들은 약 90%의 사안에 대해 합의했으나 결과 중 실행으로 이어진 건 많지 않았다. 정책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환경단체들은 결과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정책 대화는 상반된 입장과 대결적인 견해를 가진 기업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이 덜 대결적이고 더 협력적인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다룰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976년에 또 다른 정책 대화도 이뤄졌다. 독성물질관리법(Toxic Substances Control Act/TSCA) 실행을 앞두고 기업들과 환경단체들 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논쟁과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였다. 당시 관련 기업들과 환경단체들은 청문회에서 대결적인 방식으로 이견만 주고받는 상황이었다. 이런 대결적 상황을 타개하고 TSCA 실행에서 직면할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1976년 정책 대화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그 결과 보존재단(The Conservation Foundation)의 후원하에 1977년 초부터 정책 대화가 진행됐다. 환경운동가들과 화학품 생산기업 관계자들이 이 정책 대화에 참여했고 이들은 TSCA 실행과 관련해 대두되는 규제 정책들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는 TSCA 실행을 위한 독성물질 전문가 훈련과 이와 관련된 적절한 공공서비스 수립의 필요, 보다 복잡하고 논쟁적인 사안인 화학물질이 건강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시험하는데 필요한 지침(guidelines) 수립 같은 법 시행에 필요한 실제적이고 상세한 내용 등에 맞춰졌다. 참여자들은 대부분의 내용에 합의했지만 만장일치를 이루지는 못했다. 최종 제안서는 1978년 7월 환경부(Environemental Protection Agency/EPA)에 제출됐다.
이외에도 1976년 보스턴에 있는 에너지정책센터(Center for Energy Policy)가 발전회사 임원들과 뉴잉글랜드주 규제 담당자들을 모아 석유 발전소를 석탄 발전소를 전환하는 정책 대화를 실시했다. 1979년에는 콜로라도의 키스톤센터(Keystone Center)가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다루는 정책 대화를 실시했다.
빙햄에 따르면 최초의 정책 대화들은 존재하는 다양한 견해를 대표할 수 있는 참여자들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기업이나 환경단체의 대표 자격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정책 대화에 참여했다. 따라서 이들은 특정 기업이나 환경단체의 입장이나 주장을 대변하지는 않았다. 정부 부처나 규제 당국은 초대되지 않았는데 이는 참여하는 기업과 환경단체 지도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대화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런 정책 대화의 기본적인 구상은 공공기관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참여자들이 합의를 도출하면 공공기관이 합의 결과를 수용하고 실행하는 데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행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정책 대화를 진행하는 조정자들과 참여자들은 정책 대화의 모든 단계에서 공공기관과 밀접한 협력을 모색해야 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정책 대화 참여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이런 정책 대화는 1980년대 공공기관, 기업,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 대화하고 협상하는 규제협상(negotiated rulemaking) 실행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정책 대화가 보여준 건 처음 이를 제안하고 구상한 인물들이 생각한 것처럼 이견이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대결적인 자세가 아닌 협력적인 자세와 공동의 책임감으로 이견을 공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실질적인 이득은 애초의 목적대로 어느 정도 갈등의 예방에 기여한 점이었다. 적어도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전면에 나서 선명한 입장을 내세우고 대결을 주도할 인물들이 대화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공공 자원 낭비가 줄었다. 만장일치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점, 합의를 공공기관이 모두 수용하지도 실행하지도 않은 점 등은 단점으로 언급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정책 대화가 실패했다거나 무용지물이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참여자들은 이견을 조율하고 토론한 후 최종 제안서를 만들었고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최선을 다해 대화하고 협력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책 대화가 상반되는 입장과 이견을 가진 이해관계자들 간 비대결적이고 협력적인 대화가 가능함을 보여줬고 나아가 공동으로 전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중.장기적인 대응책 모색에 기여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정책 대화의 결과가 공공기관에 의해 일부만 수용되거나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책 대화가 공공기관과 사회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남겼음을 의미한다.
이런 정책 대화는 한국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고 오히려 절실하게 필요하다. 공공 영역에 갈등해결(또는 갈등관리)이 적용된 지는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소극적 태도와 선별적 적용으로 인해 꾸준한 발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관여된 다양한 갈등이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이런 상황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일방적 결정과 그로 인한 피해가 여전히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방적 접근은 거의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공공갈등과 관련해서는 특히 더 예방이 중요하다. 단순히 사회적 비용과 공공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공공갈등이 사회 전체의 현재의 안녕 및 미래의 안전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갈등 발생과 대결의 심화로 사회 집단 간 반목과 관계의 단절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갈등의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사회가 정책 대화와 같은 예방적 접근을 통해 다룰 수 있는 사회 현안은 무궁무진하다. 구체적으로는 원전 건설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 쓰레기 증가와 처리 문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에 따른 포용 정책 수립 문제, 의사 부족과 의료 서비스 균등화 문제,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 세대 갈등과 사회 통합 문제, 청년 세대 젠더 대결 문제 등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리고 문제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방치하면 언제든 심각한, 또는 현재보다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들은 정부와 문제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일방적 정책 수립과 실행으로 다루는 게 쉽지 않다. 공공기관, 전문가, 시민단체, 관련 집단, 기업, 사회 구성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문제를 진단하고 단기적 대응은 물론 중.장기적 방향성 등을 논의할 때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대응책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대화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입장 표명과 대결에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는 이해관계자 집단의 사고 전환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갈등과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자원과 인력을 보유한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그런 새로운 시도 중 하나가 정책 대화와 같은 원탁 대화 형식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특히 공공기관의 갈등 대응은 앰블런스 쫓아가기(ambulance chasing)로 묘사될 수 있다. 정책과 관련해 갈등 발생을 예견하거나 이해관계자 집단 간 논쟁과 대결이 진행되는 걸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나 개입을 하지 않다가 갈등으로 폭발한 후에야 부랴부랴 대응하는 식이다. 이런 식의 대응은 책임을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책임질 더 많은 일을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부정적이고 더는 계속하지 않아야 할 방식의 대응이다. 이제는 갈등 해결은 물론이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
갈등을 다루는 가장 일반적인 접근은 갈등해결 과정을 통한 대화와 합의다. 갈등해결 과정은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이견을 가지고 다투는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미 있는 대화에 맞춰져 있다. 과정의 가장 이상적인 결말은 갈등 사안을 논의한 당사자들이 공동으로 대안을 검토하고 협상한 후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합의 도출에 실패하는 과정도 많으나 이를 과정 자체의 실패로 단정할 수는 없다. 과정의 핵심은 당사자들 간 이견의 확인,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와 신뢰의 향상, 대안의 공동 개발, 신의와 성실성에 기반한 합의 도출 노력 등이고 그런 절차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지는 못해도 상호 비난의 중단, 대결의 완화, 추가 대화 가능성 등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념이나 가치의 차이가 갈등의 핵심 사안인 경우 해결보다 상호 이해의 향상, 상호 비난의 중단 등을 통한 대결의 완화 및 중단이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는 점은 합의 도출 여부가 과정의 실패 여부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갈등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당사자들 간 대화다.
갈등해결 과정이 갈등을 다루는 가장 일반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갈등해결은 갈등의 이해, 분석, 예방부터 당사자들 간 대결의 중단, 완화, 대화, 합의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각각의 실행은 세밀한 구성 및 적용 단계들을 통해 이뤄진다. 갈등해결이 갈등을 해결하는 이론 및 실행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의미하기도 하고, 당사자 중심의 대화 및 합의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은 이런 다양한 내용이 오랜 연구와 실행의 결과임을 잘 말해준다. 특히 갈등의 예방은 비록 갈등해결 연구와 실행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가장 필요하고 바람직한 접근이다. 갈등해결 연구와 실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사자들 간 대결 및 갈등의 파괴적 전개를 막고 합의를 이루는 것이지만 당사자들 간 대결과 관계 단절이 야기되지 않도록 불필요한 갈등 자체를 막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갈등 사안의 확인과 조기 분석, 이해관계자들 간 관계와 신뢰의 형성, 선제적 논의 테이블 구성과 실행 등 여러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 간 잠재적 갈등의 경우 갈등 민감성과 섬세한 관찰력을 가지고 접근하면 되지만 집단 간, 특히 사회 이익 집단 간, 또는 이익 집단들과 공공기관들 간 잠재적 갈등의 경우에는 보통 문제의 복잡성, 이익의 중대성, 사회적 중요성 등 때문에 접근하기가 힘들다. 이는 곧 우선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조기 분석과 선제적 대응에 대한 동의, 그리고 중요 사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을 다루기 위해 고려할만한 시도가 정책 대화(policy dialogue)다.
정책 대화는 여러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지만 갈등해결 영역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여 잠재적 갈등 사안을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말하고 보통 공공갈등해결 영역에서 실행된다. 이런 정책 대화의 가장 큰 특징은 갈등 발생 가능성이 큰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며, 미래에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는 걸 예방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방향과 내용을 논의하고 합의한다는 점이다.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기업, 시민단체, 공공기관 등이다.
정책 대화는 공공갈등해결이 처음 시도된 미국에서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시작의 배경에는 첫 공공갈등해결 사례인 스노퀄미강(Snoqualmie River) 환경 갈등 조정 사례가 있었다. 이 갈등은 1959년 미국 서부 워싱턴주의 스노퀄미강 지역에서 잇달아 홍수가 발생한 후 지역 카운티가 홍수조절용 댐 건설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지역 주민들과 사업가들은 댐 건설을 환영했으나 환경운동 단체들과 지지하는 시민들은 이를 반대했다. 수년 동안 갈등이 계속되자 1974년 주지사는 제랄드 코믹(Gerald Cormick)과 제인 맥카시(Jane McCarthy)에게 갈등 조정을 요청했다. 7개월의 조정 과정을 거친 후 1974년 12월 갈등 당사자들은 행정당국에 대한 제안을 담은 공동 합의에 서명했다. 공동 합의 중 일부는 실행되지 못했지만 토지 이용과 관련된 대부분의 제안은 실행됐다.
스노퀄미강 갈등 조정은 첫 공공갈등해결 사례가 됐고 이후 갈등해결 이론과 방식을 공공갈등에 적용하는 여러 시도가 이뤄졌다. 게일 빙햄(Gail Bingham)은 자신의 저서 Resolving Environmental Disputes: A Decade of Experience(The Conservation Foundation, 1986, pp.17-21)에서 이러한 초기 시도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초기 시도 중 하나는 1976년 있은 전국석탄정책프로젝트(National Coal Policy Projet)였다. 이 프로젝트는 석유와 가스 가격 상승과 함께 석탄 발전 확대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석탄 발전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형성되는 걸 예방하기 위해 시작됐다. 기업과 환경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처음 대화 과정을 제안했는데 제랄드 덱커(Gerald Decker)는 화학기업의 에너지 프로그램 본부장이었고 로렌스 모스(Lawrence Moss)는 미국 최대 환경단체의 전 회장이었다. 이들은 석탄 사용 확대와 관련해 기업들과 환경단체들이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이견을 공유하고 논의를 거쳐 합의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했다. 두 사람은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타운대학의 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에 석탄 정책에 대한 합의(consensus-building)를 도출할 이 프로젝트의 주최와 후원을 요청했다.
초기 구상은 5년 동안의 정책 대화로 이어졌다. 이 정책 대화에 기업과 환경운동 지도자들 105명이 참여했고 이들은 200개 이상의 논쟁 사안을 다뤘다. 참여자들은 약 90%의 사안에 대해 합의했으나 결과 중 실행으로 이어진 건 많지 않았다. 정책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환경단체들은 결과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정책 대화는 상반된 입장과 대결적인 견해를 가진 기업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이 덜 대결적이고 더 협력적인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다룰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976년에 또 다른 정책 대화도 이뤄졌다. 독성물질관리법(Toxic Substances Control Act/TSCA) 실행을 앞두고 기업들과 환경단체들 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논쟁과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였다. 당시 관련 기업들과 환경단체들은 청문회에서 대결적인 방식으로 이견만 주고받는 상황이었다. 이런 대결적 상황을 타개하고 TSCA 실행에서 직면할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1976년 정책 대화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그 결과 보존재단(The Conservation Foundation)의 후원하에 1977년 초부터 정책 대화가 진행됐다. 환경운동가들과 화학품 생산기업 관계자들이 이 정책 대화에 참여했고 이들은 TSCA 실행과 관련해 대두되는 규제 정책들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는 TSCA 실행을 위한 독성물질 전문가 훈련과 이와 관련된 적절한 공공서비스 수립의 필요, 보다 복잡하고 논쟁적인 사안인 화학물질이 건강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시험하는데 필요한 지침(guidelines) 수립 같은 법 시행에 필요한 실제적이고 상세한 내용 등에 맞춰졌다. 참여자들은 대부분의 내용에 합의했지만 만장일치를 이루지는 못했다. 최종 제안서는 1978년 7월 환경부(Environemental Protection Agency/EPA)에 제출됐다.
이외에도 1976년 보스턴에 있는 에너지정책센터(Center for Energy Policy)가 발전회사 임원들과 뉴잉글랜드주 규제 담당자들을 모아 석유 발전소를 석탄 발전소를 전환하는 정책 대화를 실시했다. 1979년에는 콜로라도의 키스톤센터(Keystone Center)가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다루는 정책 대화를 실시했다.
빙햄에 따르면 최초의 정책 대화들은 존재하는 다양한 견해를 대표할 수 있는 참여자들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기업이나 환경단체의 대표 자격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정책 대화에 참여했다. 따라서 이들은 특정 기업이나 환경단체의 입장이나 주장을 대변하지는 않았다. 정부 부처나 규제 당국은 초대되지 않았는데 이는 참여하는 기업과 환경단체 지도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대화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런 정책 대화의 기본적인 구상은 공공기관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참여자들이 합의를 도출하면 공공기관이 합의 결과를 수용하고 실행하는 데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행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정책 대화를 진행하는 조정자들과 참여자들은 정책 대화의 모든 단계에서 공공기관과 밀접한 협력을 모색해야 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정책 대화 참여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이런 정책 대화는 1980년대 공공기관, 기업,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 대화하고 협상하는 규제협상(negotiated rulemaking) 실행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정책 대화가 보여준 건 처음 이를 제안하고 구상한 인물들이 생각한 것처럼 이견이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대결적인 자세가 아닌 협력적인 자세와 공동의 책임감으로 이견을 공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실질적인 이득은 애초의 목적대로 어느 정도 갈등의 예방에 기여한 점이었다. 적어도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전면에 나서 선명한 입장을 내세우고 대결을 주도할 인물들이 대화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공공 자원 낭비가 줄었다. 만장일치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점, 합의를 공공기관이 모두 수용하지도 실행하지도 않은 점 등은 단점으로 언급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정책 대화가 실패했다거나 무용지물이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참여자들은 이견을 조율하고 토론한 후 최종 제안서를 만들었고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최선을 다해 대화하고 협력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책 대화가 상반되는 입장과 이견을 가진 이해관계자들 간 비대결적이고 협력적인 대화가 가능함을 보여줬고 나아가 공동으로 전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중.장기적인 대응책 모색에 기여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정책 대화의 결과가 공공기관에 의해 일부만 수용되거나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책 대화가 공공기관과 사회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남겼음을 의미한다.
이런 정책 대화는 한국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고 오히려 절실하게 필요하다. 공공 영역에 갈등해결(또는 갈등관리)이 적용된 지는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소극적 태도와 선별적 적용으로 인해 꾸준한 발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관여된 다양한 갈등이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이런 상황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일방적 결정과 그로 인한 피해가 여전히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방적 접근은 거의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공공갈등과 관련해서는 특히 더 예방이 중요하다. 단순히 사회적 비용과 공공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공공갈등이 사회 전체의 현재의 안녕 및 미래의 안전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갈등 발생과 대결의 심화로 사회 집단 간 반목과 관계의 단절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갈등의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사회가 정책 대화와 같은 예방적 접근을 통해 다룰 수 있는 사회 현안은 무궁무진하다. 구체적으로는 원전 건설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 쓰레기 증가와 처리 문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에 따른 포용 정책 수립 문제, 의사 부족과 의료 서비스 균등화 문제,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 세대 갈등과 사회 통합 문제, 청년 세대 젠더 대결 문제 등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리고 문제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방치하면 언제든 심각한, 또는 현재보다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들은 정부와 문제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일방적 정책 수립과 실행으로 다루는 게 쉽지 않다. 공공기관, 전문가, 시민단체, 관련 집단, 기업, 사회 구성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문제를 진단하고 단기적 대응은 물론 중.장기적 방향성 등을 논의할 때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대응책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대화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입장 표명과 대결에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는 이해관계자 집단의 사고 전환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갈등과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자원과 인력을 보유한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그런 새로운 시도 중 하나가 정책 대화와 같은 원탁 대화 형식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특히 공공기관의 갈등 대응은 앰블런스 쫓아가기(ambulance chasing)로 묘사될 수 있다. 정책과 관련해 갈등 발생을 예견하거나 이해관계자 집단 간 논쟁과 대결이 진행되는 걸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나 개입을 하지 않다가 갈등으로 폭발한 후에야 부랴부랴 대응하는 식이다. 이런 식의 대응은 책임을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책임질 더 많은 일을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부정적이고 더는 계속하지 않아야 할 방식의 대응이다. 이제는 갈등 해결은 물론이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