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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결과 제3자의 중립성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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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결’은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이론과 실행 방식의 연구, 그리고 그런 방식을 실행하는 전문적 영역을 일컫는 용어다. 동시에 당사자들이 대화와 합의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용어기도 하다. 갈등해결의 실행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모든 방식에 적용되는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제3자의 역할이다. 제3자는 당사자들이 갈등에 잘 대응하고 대화를 통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제3자의 역할을 가장 잘 알려진 갈등해결 방식인 조정(mediation)을 실행하는 조정자(mediator)로 한정해 이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제3자의 역할은 다양하다.

 

제3자는 갈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갈등 조사와 분석을 하기도 하고, 갈등에 적절히 대응하고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들에게 자문과 코칭을 제공하기도 한다. 당사자들이 갈등의 해결을 위한 과정에 합의한 후엔 대화 과정 설계와 진행을 하고, 과정이 시작된 후에는 조정자로서 전체 과정을 관리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당사자들의 필요와 요청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 대화와 정보 공유를 돕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당사자들의 합의로 갈등이 일단락된 후에는 합의한 내용이 잘 지켜지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이때도 당사자들의 필요에 따라 자문이나 코칭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제3자 역할을 포괄하는 용어가 중간자(intermediary)다. 중간자인 제3자는 대립하는 당사자들과 접촉하고 때로는 그들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그들의 중간에서 갈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그리고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한다.

 

일반적으로 제3자의 역할은 전개된 갈등 상황에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과정과 관련해 언급되고 이해된다. 이때 제3자가 가져야 할 태도와 가치, 그리고 직업윤리로서 언급되는 것이 ‘중립성’이다. 중립성은 전문적인 갈등해결 실행자(practitioner)인 제3자에게 당사자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게 당사자들을 대하고 공정하게 대화와 합의 과정을 계획하고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다. 중립성의 기준이 무엇이며, 중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느냐에 대해서다. 갈등해결 과정에서 중립성은 흔히 당사자들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는 것을 기본적인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특정 당사자에게만 필요한 자문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발언 시간이나 기회를 추가로 주는 것, 또는 특정 당사자가 사전 합의되지 않은 사안을 대화의 장으로 가져오는 것 등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계적 중립성은 오히려 제3자의 바람직한 역할과 존재해야 할 이유, 그리고 직업윤리를 해칠 수도 있다. 제3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립성을 지키는 것을 넘어 당사자들이 갈등에 잘 대응하고 상호 이해를 통해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3자는 갈등 상황에 대한 이해나 대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특정 당사자에게 자문이나 코칭을 제공할 수도 있고, 주장이나 견해를 논리적으로 피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에게 추가 발언 기회나 시간을 줄 수도 있다. 또한 대화 과정 중에 당사자가 중요한 문제를 새롭게 제기한다면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더라도 모든 당사자에게 논의해 볼 것을 제안할 수도 있다. 이런 융통성이 오히려 당사자들 사이 이해를 높이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제3자는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문제 제기에 서투른 당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역할은 중립성을 깨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3자의 역할이 대화 과정을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나 조정자에 국한되지 않고 그것을 포함한 다양한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제3자는 갈등의 근본원인이 공유되고 논의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바로 갈등이 제대로 전개되고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과 한쪽의 필요가 다른 쪽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갈등에 관여하는(engage)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깊이 분석하기를 원하는, 나아가 갈등을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필요에 응답해야 한다. 또한 갈등의 해결보다는 상대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하기를 원하는 당사자의 필요에도 적극적으로 응할 수 있어야 한다 (Barnard S. Mayer(2004) Beyond Neutrality: Confronting the Crisis in Conflict Resolution. Jossey-Bass 참고). 이를 위해 제3자는 옹호자(advocate)에 가까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는 갈등의 억제가 아니라 전개가 필요할 때의 상황에서 중간자인 제3자로서 할 수 있는,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해야 할 역할이다. 다만 제3자는 당사자가 파괴적인 방식이 아닌 건설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갈등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한 갈등의 전개로 당사자들 사이 대립과 긴장이 높아질 수도 있으나 그러지 않고서는 갈등을 야기한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고 그 결과 갈등으로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3자의 역할이 당사자의 필요, 갈등의 단계, 전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중간자로서 제3자의 중립성과 관련한 또 다른 민감한 문제는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과정, 또는 잘못 설계된 과정에서도 제3자는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정의롭지 않거나 공정하지 않은 과정은 특정 당사자의 대화 과정 참여가 배제되거나, 모든 당사자의 입장이나 이익이 현안으로 공평하게 다뤄지지 않거나, 또는 특정 현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배제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일은 흔히 당사자들 사이 힘의 불균형이 심할 때, 그리고 과정을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상대적으로 강한 당사자가 과정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잘못 설계된 과정은 애초 당사자들 사이 성실한 대화에 초점을 맞춘 과정이 아니라 ‘보여주기’를 위해 설계되었거나, 그런 이유로 충분한 시간과 재원이 투입되지 않는 과정 등이다. 이런 경우 대화가 제대로 될 수 없고 합의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3자의 중립성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제3자는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위해 과정이나 현안에서 배제를 경험하는 당사자를 지지하고 공정한 과정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과정을 통제하려는 상대적으로 강한 당사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제3자의 역할은 다양하다. 다양한만큼 대화 과정에서의 역할에만 초점을 맞춰 중립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제3자의 역할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고 수행할 수도 없다. 오히려 중립성의 강조가 바람직하고 원칙적인 제3자의 역할을 제한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제3자의 역할은 갈등의 단계, 당사자들의 필요, 당사자들 사이 힘의 관계, 그리고 과정의 질과 상황 등을 고려해 논의되고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당사자들의 필요와 제대로 된 대화 과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 수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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