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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빈민촌, 매춘

지난 주말 3천 명의 브라질 최정예 군인들이 리오 데 자네이로의 빈민촌 점령 작전을 시작했다. 완전 무장한 전투병들과 함께 전차와 헬기도 동원돼 여느 군사 작전과 다를바 없었다. 빈민촌 한 가운데 전차가 서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뭔가 낯설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다는듯 총을 든 군인들 옆에 서 있는 몇몇 주민들의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의문을 자아냈다.

 

브라질 군대의 빈민촌 점령 작전은 6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범죄의 온상인 빈민촌을 정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리오 데 자네이로 북부, 공항으로 가는 주요 도로에 자리잡고 있는 16개의 빈민촌은 마약 범죄에 연루된 조직들의 보금자리로 이름이 자자하다. 경찰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빈민촌에서 마약 조직들은 제왕으로, 독재자로 군림한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도시로 왔지만 결국 빈민촌에 정착한 사람들은 범죄 조직이 득실거리는 빈민촌에서 쉽게 범죄에 노출되고 범죄자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갈 곳이 없는 16만 명의 빈민촌 주민들은 범죄 조직들 사이의 싸움이 빈번한 곳에서 전쟁을 치르듯 살고 있다. 때로는 경찰과 범죄 조직 사이의 싸움에 희생되기도 한다. 군의 빈민촌 점령 작전은 이런 상황을 끝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온 도시를 활보하고 다닐 외국인들의 안전을 위해 범죄 조직을 소탕하려는 최후의 일격이다. 덕분에 주민들의 안전도 보장되겠지만 그래서 속내를 들여다보면 뒷맛이 씁쓸하다. 군은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곳곳에 초소를 세워 특별 정찰 임무를 실시할 예정이란다.

 

사실 브라질 정부는 2008년 11월부터 경찰력을 이용해 빈민촌 평화지대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별 효과가 없었고 때로는 경찰 초소가 오히려 범죄 조직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명성 높은 남미의 마약 조직들이 경찰에 쉽게 무릎을 꿇을리도, 호락호락하게 자신들의 근거지를 넘겨줄리도 없다. 다급해진 정부는 결국 월드컵 개막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군사 작전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경찰도 군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찰과 군이 있으면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경찰도 범죄 조직도 모두 두렵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동안 범죄자 색출을 명분으로 지나치게 권한을 남용해 고문, 실종, 의문사 등에 연루된 일로 종종 비난을 받아왔다. 빈민촌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경찰이건 범죄 조직이건, 또는 군대건 오십 보 백 보로 모두 공포스런 존재다. 게다가 범죄 조직이 반격을 가해 총격전이라도 벌어진다면 애꿎은 주민들만 희생될 것이다.

 

어쨌든 브라질 정부가 월드컵을 앞두고 단행한 범죄 조직 소탕 작전이 빈민촌 사람들의 안전도 보장해주는 일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나고도 정부가 계속 예산과 병력을 투입해 빈민촌을 보호해줄지는 의문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경찰의 평화지대화 작업이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월드컵 개막을 코 앞에 두고 군사 작전으로 이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주관심은 빈민촌 주민들의 안전한 삶보다는 외국인들의 안전이다. 때문에 월드컵이 지나면 빈민촌은 다시 범죄 조직이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잠시 다른 곳으로 피신한 조직들이 가장 일하기 편한 빈민촌으로 '귀향'할 것은 뻔한 일이고, 정부가 그들을 막기엔 여전히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두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매춘이다. 브라질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의 매춘은 합법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고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얻게 해주는 매춘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른바 '월드컵 특수'에 대비해왔다. 매춘업 종사자들은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까지 배우면서 열심히 '손님맞이' 준비를 해오고 있다. 매춘이 합법인 나라에서 이런 일은 직업 정신이 투철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문제는 아동 매춘의 폭발적 증가에 대한 우려다. 이미 아동 매춘이 성행하는 나라에서 월드컵은 아동 매춘을 더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가 아동 매춘을 단속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가난과 실업이 해결되지 않는 나라에서 아동 매춘이 쉽게 사라질리가 만무하다.

 

가난한 나라에서 아동 매춘은 흔한 일이다. 빈민 인구가 많은 브라질의 상황도 비슷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 17세 이하의 매춘은 아동 매춘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이미 12-13세에 매춘을 시작하고, 후미진 뒷골목에서 손님을 맞거나 포주, 택시 운전사 등의 주선으로 손님과 만난다. 가난한 부모를 만난 아이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춘의 길로 들어서고, 때로는 가족에 의해 포주에게 넘겨지기도 한다. 열악한 주변 환경 때문에 비교적 쉽게 매춘을 선택하는 아이들은 외국에서 온 멋진 '왕자님'을 만나 유럽이나 북미로 가 가난을 벗을 꿈을 꾸기도 한다. 60만 명의 외국인과 300만 명의 브라질 축구 팬들이 이동할 월드컵 특수를 맞아 많은 아동 매춘부들이 이런 '인생 역전'의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꿈에 불과하다. 현실은 참혹해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성을 팔고, 포주의 폭력에 시달리며, 때로는 부모의 강압에 못이기거나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춘에 나선다.

 

축구 팬들에게 월드컵은 최대의 축제다. 천문학적 몸값을 자랑하는 세계 축구 스타들의 환상적인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드컵이 있을 때마다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매춘이다. '월드컵 특수'를 맞아 증가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인신매매를 당하는 여성들도 증가한다. 매춘업도 철저히 시장의 수요-공급 방식에 따르는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인신매매와 매춘을 막기 위한 전 세계 캠페인이 벌어졌었다. 그러나 매춘이 합법화돼 있는 독일에 약 4만 명의 해외 매춘부들이 몰려들었고 그중에는 물론 인신매매를 통해 끌려온 여성들도 있었다. 남아공 월드컵 때는 가난한 주변국에서 4-5만 명의 매춘부들이 특수를 놓치지 않으려고 남아공으로 입국했고 아동 매춘 또한 성행했다. 대부분의 축구 팬들이 혈기왕성한 남자들이고 세계적 축제를 빌미로 매춘까지 섭렵하려는 불순한 남자들이 많다보니 월드컵과 함께 여성 매춘이 성행하게 되는 것이다.

 

화려한 월드컵 경기와 어마어마한 몸값의 축구 선수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져 잘 보이지 않는 빈민촌과 가난한 매춘부들의 생존 투쟁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물론 월드컵 때문에 잠깐이나마 빈민촌의 안전이 보장되고, 가난에 찌든 매춘부들이 전보다 좀 더 현금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월드컵이 만들어내는 폭력적인 현실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적 축제가 있을 때마다 그늘에 숨겨진 사람들의 삶이 드러나고, 그 삶이 제대로 조명되기보다 큰 행사의 걸림돌로 여겨지거나 교묘한 수입 창출 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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