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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내전, 가장 광범위한 인도주의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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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UN News


2023년 4월 15일 아프리카 동북부에 위치한 수단에서 내전이 시작됐다. 내전은 2021년 10월 함께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잡은 군부 최고지도자이자 사실상 대통령인 압델 파타 알 부르한과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이의 대립으로 발생했다. 국가의 방향성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두 사람은 RSF를 정부군에 귀속시키는 문제를 두고 대립하다 무력 대결을 시작했다. 이는 결국 권력, 부, 영향력을 둘러싼 싸움이었다. 내전이 시작된 지 2년 4개월이 된 8월 현재 정부군은 동부, 북부, 중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RSF는 서부의 다르푸르 대부분과 남부 일부를 장악한 채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유엔은 수단 내전을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인도주의 재난이라고 부르고 있다. 내전 발발 직후부터 시작된 대규모 민간인 사망과 피란민 발생은 물론 인종 청소, 기근, 질병 등 내전에서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일들이 모두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단 내전은 국제사회와 세계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전 발발 직후에는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와 피란민 발생 상황이 자주 언론에 보도됐지만 몇 달이 지난 후부터는 어쩌다 한번 뉴스에 등장할 뿐이었다. 당시 세계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던 우크라이나 전쟁이었고 몇 달이 지난 10월부터는 가자지구 전쟁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는 가운데 수단 내전은 악화했고 주민들은 매일 생존 및 굶주림과 싸워야 하는 고통스런 날들을 보냈다.

 

수단 내전에서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일은 끔찍한 전쟁범죄, 그것도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였다. 2024년 3월 유네세프는 RSF와 동맹 무장집단 소속 대원들이 아이들에게 강간 등의 성폭력을 저질렀고 가장 어린 피해자는 1세였다고 밝혔다. 같은 달 휴먼라이츠워치(HRW)는 RSF와 무장집단들이 다르푸르의 마살리트족 등 비아랍계 주민들의 전체 또는 일부를 제거하기 위해 인종 청소 범죄를 저질렀으며 그로 인해 적어도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2024년 11월 유엔은 사실확인 임무 보고서(fact-finding mission report)를 통해 RSF와 동맹 무장집단들이 의도적으로 마살리트족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올해 모든 여자들이 우리의 아이들을 임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무장대원이 자신에게 “마살리트 여자들이 아랍 아이들을 출산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피해자도 있었다. 보고서는 또 인종 청소를 위해 무장대원들이 집집마다 수색하면서 살해할 마살리트 남성들을 찾았고 폭력을 동원해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RSF와 무장집단들이 민족적 배경 때문에 마살리트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내전이 야기한 가장 큰 재난은 기근이다. 2024년 12월 세계 기아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 식량안보 단계 분류(IPC, 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는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거주하는 북부 다르푸르의 잠잠과 아부슈크 캠프에 극심한 식량 부족 상태를 말하는 기근(famine)을 선포했다. 잠잠 캠프는 북부 다르푸르의 수도인 알 파시르의 인근에 있는 가장 큰 이주민 캠프다. 이곳이 기근 상황이 된 이유는 RSF가 북 다르푸르를 거의 장악하면서 유엔을 포함한 국제구호단체들의 구호품 반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2024년 3월 유엔은 주민들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 잠잠 캠프에 진입하는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기근 상황은 곧 북 다르푸르의 수도인 알 파시르로 번졌다. 2024년 4월 RSF가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알 파시르를 포위하고 모든 도로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년 전 내전을 피해 온 사람들부터 가장 최근 잠잠 캠프를 떠나 이주한 사람들까지 수십만 명이 알 파시르에 갇힌 상황이 됐다. 기근에 처했던 잠잠 캠프에 머물다 알 파시르로 이주한 사람들도 잠잠 캠프에서보다 더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14개월이나 봉쇄된 알 파시르의 식량 상황은 최악에 이르렀다. 식수, 식량, 의약품, 생필품 등 아무 것도 들어가지 못하는 가운데 기근이 확산했다. 최근 한 언론이 알 파시르의 지역 활동가가 보내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마을 공동 부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등장했는데 한 여성은 “우리 아이들이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죄가 없는데 우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겪는 고통은 당신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식량은 부족하고 식품 가격은 4배 이상 뛰었는데 시장에 아무 것도 없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들은 동물 사료로 쓰이는 땅콩, 콩, 해바라기씨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죽을 끓여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구호단체 활동가들은 수단에 음식을 제공하는 공동 부엌 1,100개가 문을 닫았는데 이는 전체의 80%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단 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됐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콜레라가 확산하고 있다. 8월 14일 국제의료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콜레라 확산이 최근 몇 년 동안 중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MSF는 다르푸르 지역에서 지난 한 주에만 2,300명의 환자를 돌봤고 그중 4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수단 정부 보건 당국은 2023년 8월부터 99,700건의 콜레라 사례가 보고됐는데 그중 사망자가 2,470명 정도였다고 밝혔다. MSF는 전쟁으로 이주민이 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식수, 가열된 음식, 위생시설이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콜레라에 감염되기 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우와 망가진 하수처리 시설로 인해 이웃국가로도 콜레라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단 내전은 시작과 함께 대규모의 민간인 피해를 낳았다. 최근 한 언론은 2025년 7월까지 150,000명 이상이 내전으로 사망했고 1,20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은 사망자가 40,0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매체마다 숫자가 다른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내전과 혼란 상황으로 사망자 집계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이 직접적 원인이 된 사망자만 집계하는 경우와 전쟁 영향으로 인한 굶주림과 질병 등의 사망자까지 집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2024년 11월 기준으로 20,000명 정도가 전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2024년 5월 유엔 수단 특사는 일부 통계를 언급하며 150,000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2월 미국 예일대학교 인도주의연구소는 위성 사진과 열감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가 20,000명에서 150,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임 있는 숫자를 제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영리단체인 수단계미국의사협회는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총탄과 폭탄보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확실히 더 많다”고 말했다. 숫자에 차이가 크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최근 수십 년 동안 발생한 전쟁 중 수단 내전에서 이례적으로 사망자가 많다는 점이다.

 

내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제는 수단이 두 개 국가로 나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내전을 끝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등이 중재하는 평화회담이 여러 번 열렸지만 매번 종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 모두 휴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알 파시르에 갇힌 주민들은 물론 곳곳에 흩어진 피란민들이 겪는 굶주림과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단 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부족하고 그런 이유로 수단 정부군과 RSF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과 논의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전 세계, 특히 국제 정치를 좌우하는 서방국들의 관심이 높은 것과 매우 대조된다. 이는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온 아프리카의 무력 분쟁에 대한 세계의 관심 부족과 관련되어 있다. 이유는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무력 분쟁이 서방국들의 이익, 안보 등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이런 상황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든 무력 분쟁에 똑같이 적용되지 않고 차별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인도주의 재난 상황에 대한 관심 또한 차별적으로 존재하고 그로 인해 기아 상황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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