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고 싶은 자, 유지하고 싶은 자
언제 갈등이 끝났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 당사자들이 해결 조건에 합의하고 사인까지 한 경우라면 깔끔하게 갈등이 끝났다고 얘기할 수 있다. 당사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갈등을 야기했던 사건이 끝난 경우에도 갈등이 끝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당사자 중 한 편이 더 이상 갈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갈등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결국 갈등이 끝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수록 아리송하다. 왜 이런 찜찜하고 아리송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
갈등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의해 생기고 전개된다. 대체적으로 주관적인 판단과 이해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갈등의 종식을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 쪽은 더 이상 관심이 없고 할만큼 했으니 갈등이 끝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지만 다른 쪽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갈등 당사자들 사이의 힘의 관계다. 힘의 원천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당사자들 사이에는 각각 다른 힘의 원천을 둘러싼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협상 능력은 뛰어나 상대를 제압할 수 있지만 갈등을 야기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전문적 정보가 없어 상대보다 힘이 약할 수 있다. 또는 모든 면에서 힘이 약해 절대적 약자인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론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볼 때 전체적으로 힘이 더 많은 쪽이 갈등의 종식을 주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 상대의 이의 제기를 묵살할 수 있을만큼 힘이 있기 때문이고 갈등을 일단락시켜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책사업이 발표됐다고 치자. 그러면 사업을 진행하는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 그리고 사업으로 인해 재산, 환경,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 시민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그런데 갈등이 전개되는 동안에 사업이 끝이 난다.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은 흔히 사업을 시행하는 쪽, 다시 말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힘의 관계가 사업 진행에 미치는 영향은 시민들이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과 대충 힘이 비슷해지거나 시민 저항이 영향력을 발휘할 때는 일시적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갈등이 진행되는 동안 사업이 완결됐다는 것은 결국 심한 힘의 불균형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경우 애초 갈등을 일으킨 사업은 끝났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갈등은 끝났다고 본다. 그렇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시민들은 갈등이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대체적으로 갈등이 끝났다고 말하는 자는 원하는 것을 얻은 쪽이고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쪽이다. 옳고 그름과는 상관 없이 보통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쪽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쪽이다. 당사자들의 합의로 갈등이 끝나지 않고 갈등을 야기한 현안이 종식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목할 것은 이런 경우 끝내고 싶은 자의 욕구와 상관없이 갈등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다만 심한 충돌이 없이 잠재적 상태로 머물거나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끝났다고 얘기해도 끝난 것이 아닌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쪽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계속 갈등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갈등의 해결, 최소한의 조건
무엇이 충족되면 갈등이 해결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해결을 충족시키는 조건을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다. 어떤 사람은 당사자들이 합의했든 안했든 상관 없이 갈등을 만든 현안이 끝나거나 사라지면 갈등이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한 쪽이 포기하거나 항복한 경우도 포함된다. 어떤 사람은 당사자들이 합의를 해야만 갈등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한 쪽이 마지 못해 합의서에 도장을 찍거나 판사나 중재자 같은 제삼자가 판단을 내려주는 경우도 포함된다. 갈등해결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당사자들이 대화를 통해 현안을 논의한 뒤 합의해야 갈등이 끝난다고 본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합의는 현안의 종식일뿐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까지 회복돼야 갈등이 비로소 끝난다고 본다. 더 나아가 당사자들의 갈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주변 사람들과 그들이 속한 집단, 조직, 공동체까지 회복돼야 갈등이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갈등이 해결됐다고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합의가 됐든 아니든 당사자 모두가 갈등이 끝났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제는 갈등 이전의 상황으로 복귀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이 해결됐다는 것은 최소한 갈등 이전 상황과 삶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물론 갈등해결 연구는 갈등을 야기한 모순적이고 부당한 이전 환경과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과 관계가 만들어져야 제대로 갈등이 해결된 것으로 보지만 말이다. 또 다른 최소한의 조건은 관계 악화의 중단이다. 당사자들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면 절대 갈등이 해결됐다고 얘기할 수 없다. 나아가 당사자들이 갈등으로 인해 상처나고 파괴된 관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관계의 필요성을 인식하며 관계 회복과 개선을 모색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은 갈등을 끝내고 싶은 자와 유지하고 하고 싶은 자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갈등의 종식 또는 해결에 대한 이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생각의 존재 자체가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끝내고 싶은 자, 유지하고 싶은 자
언제 갈등이 끝났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 당사자들이 해결 조건에 합의하고 사인까지 한 경우라면 깔끔하게 갈등이 끝났다고 얘기할 수 있다. 당사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갈등을 야기했던 사건이 끝난 경우에도 갈등이 끝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당사자 중 한 편이 더 이상 갈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갈등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결국 갈등이 끝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수록 아리송하다. 왜 이런 찜찜하고 아리송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
갈등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의해 생기고 전개된다. 대체적으로 주관적인 판단과 이해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갈등의 종식을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 쪽은 더 이상 관심이 없고 할만큼 했으니 갈등이 끝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지만 다른 쪽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갈등 당사자들 사이의 힘의 관계다. 힘의 원천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당사자들 사이에는 각각 다른 힘의 원천을 둘러싼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협상 능력은 뛰어나 상대를 제압할 수 있지만 갈등을 야기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전문적 정보가 없어 상대보다 힘이 약할 수 있다. 또는 모든 면에서 힘이 약해 절대적 약자인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론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볼 때 전체적으로 힘이 더 많은 쪽이 갈등의 종식을 주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 상대의 이의 제기를 묵살할 수 있을만큼 힘이 있기 때문이고 갈등을 일단락시켜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책사업이 발표됐다고 치자. 그러면 사업을 진행하는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 그리고 사업으로 인해 재산, 환경,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 시민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그런데 갈등이 전개되는 동안에 사업이 끝이 난다.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은 흔히 사업을 시행하는 쪽, 다시 말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힘의 관계가 사업 진행에 미치는 영향은 시민들이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과 대충 힘이 비슷해지거나 시민 저항이 영향력을 발휘할 때는 일시적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갈등이 진행되는 동안 사업이 완결됐다는 것은 결국 심한 힘의 불균형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경우 애초 갈등을 일으킨 사업은 끝났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갈등은 끝났다고 본다. 그렇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시민들은 갈등이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대체적으로 갈등이 끝났다고 말하는 자는 원하는 것을 얻은 쪽이고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쪽이다. 옳고 그름과는 상관 없이 보통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쪽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쪽이다. 당사자들의 합의로 갈등이 끝나지 않고 갈등을 야기한 현안이 종식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목할 것은 이런 경우 끝내고 싶은 자의 욕구와 상관없이 갈등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다만 심한 충돌이 없이 잠재적 상태로 머물거나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끝났다고 얘기해도 끝난 것이 아닌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쪽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계속 갈등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갈등의 해결, 최소한의 조건
무엇이 충족되면 갈등이 해결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해결을 충족시키는 조건을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다. 어떤 사람은 당사자들이 합의했든 안했든 상관 없이 갈등을 만든 현안이 끝나거나 사라지면 갈등이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한 쪽이 포기하거나 항복한 경우도 포함된다. 어떤 사람은 당사자들이 합의를 해야만 갈등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한 쪽이 마지 못해 합의서에 도장을 찍거나 판사나 중재자 같은 제삼자가 판단을 내려주는 경우도 포함된다. 갈등해결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당사자들이 대화를 통해 현안을 논의한 뒤 합의해야 갈등이 끝난다고 본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합의는 현안의 종식일뿐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까지 회복돼야 갈등이 비로소 끝난다고 본다. 더 나아가 당사자들의 갈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주변 사람들과 그들이 속한 집단, 조직, 공동체까지 회복돼야 갈등이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갈등이 해결됐다고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합의가 됐든 아니든 당사자 모두가 갈등이 끝났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제는 갈등 이전의 상황으로 복귀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이 해결됐다는 것은 최소한 갈등 이전 상황과 삶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물론 갈등해결 연구는 갈등을 야기한 모순적이고 부당한 이전 환경과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과 관계가 만들어져야 제대로 갈등이 해결된 것으로 보지만 말이다. 또 다른 최소한의 조건은 관계 악화의 중단이다. 당사자들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면 절대 갈등이 해결됐다고 얘기할 수 없다. 나아가 당사자들이 갈등으로 인해 상처나고 파괴된 관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관계의 필요성을 인식하며 관계 회복과 개선을 모색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은 갈등을 끝내고 싶은 자와 유지하고 하고 싶은 자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갈등의 종식 또는 해결에 대한 이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생각의 존재 자체가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