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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결 연재 1 갈등은 왜 생기는가?

양립할 수 없는 목표와 불충분한 자원

갈등. 듣기만 해도 불편한 단어다. 갈등을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성적으로는 갈등이 인간사회에서 생기는 자연스런 일이고 잘 해결하면 개인과 집단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갈등은 영어의 conflict를 번역한 것이다. conflict는 ‘서로 때린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nfligere에서 유래했다. 때문에 갈등은 본래 신체적, 물리적 대립을 의미했다. 국가나 무장집단 사이의 무력충돌이나 내전을 통틀어 conflict로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갈등 연구가 진행되면서 갈등은 물리적 대립을 넘어 삶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대립으로 정의됐다.

 

간단히 설명하면, 갈등은 양립할 수 없는 목표와 불충분한 자원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두 명 이상의 상호의존적인 사람들이 상대의 방해를 인지할 때 생기는 다툼이다. 이 정의를 해체해보면 갈등이 왜 생기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양립할 수 없는 목표와 불충분한 자원’을 살펴보자. 이것은 어떤 현안, 또는 일을 다루는 방식이나 원하는 결과를 두고 생각이 다르거나, 어떤 것을 원하는만큼 얻을 수 없음을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각자 주관적으로 내리는 판단이다. 사람이 다르니 원하는 방식과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고, 방식과 결과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원 또한 꼭 한정적인 것은 아니다.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하는 안전, 가치, 명예, 체면 등은 절대 한정적일 수 없고, 경제적 가치나 이익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고려하면 한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개인과 집단은 원하는 방식과 자원을 먼저 한정해 놓고 그 안에서 자기만족을 최대치로 뽑아내려 한다. 때문에 상대와 대립하게 된다. 결국 주관적인 판단과 계산이 갈등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상호의존적인 관계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상호의존적’이란 말이다. 갈등 당사자들은 온 몸으로 거부할 말이다. 그렇지만 사실이다.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이고 갈등이 악화될수록 상호의존성은 강화된다.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시끄러운 이웃은 나하고 아무 상관이 없다. 그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음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윗집과 나의 관계는 상호의존적이다. 윗집이 나를 배려해 한밤중에 조용히 해줘야 내가 충분히 잠을 잘 수 있고, 윗집 또한 내 항의가 없어야 편안히 살 수 있다. 그런데 갈등이 악화되면 나와 윗집의 관계는 더욱 상호의존적이 된다. 윗집의 판단과 대응에 따라 한 달에 두 번이 아니라 한 번만 다툴 수 있고, 대화의 여지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쪽의 판단과 대응도 같은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각자 편안한 생활을 하려면 다른 누구도 아닌 상대와 문제를 풀고 합의해야 하며, 합의한 것을 상대가 성실히 이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호의존성은 각종 공공사업 시행이나 공공시설 건설 및 관리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공공기관과 지역주민들의 갈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갈등 당사자들은 이런 상호의존성을 거부한다.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고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마지막으로 ‘방해를 인지’한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뒤집어보면 이 말은 상대가 내 문제 제기를 방해로 생각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렇다면 같은 일을 왜 방해로 생각하는 것일까? 바로 관계의 질과 신뢰 때문이다. 관계가 좋고 상호 신뢰가 있으면 논란이 될 수 있는 일도 갈등이 아닌 대화의 계기가 되고, 그렇지 않고 상대에 대한 부정적 판단과 감정만 있으면 사소한 이견도 큰 갈등으로 변할 수 있다. 공공기관과 주민 사이의 이견이 신속하게 갈등으로 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갈등은 결국 주관적 생각과 판단이 충돌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렇지만 주관적 판단은 대부분 상식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합리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 이 글은 국민대통합위원회 갈등관리허브의 전문가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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