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는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부지 선정을 시작해 2027년 초까지 부지 선정 및 원전 예정지구 고시를 마치고 2037-2038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장관은 이날 있은 브리핑에서 추가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한 이유로 재생에너지의 주력 전원인 태양광만으로는 전력망을 운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공약했던 정부가 정책을 바꾼 근거로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공론화를 거쳐 신규 원전 계획 추진에 대한 찬성이 60% 이상임을 확인한 점을 제시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 전환을 결정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발표 직후부터 환경 및 탈핵 관련 시민단체들은 원전이 기후위기 대응이 될 수 없다며 강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국민과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일방적 결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부의 발표로 원전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전 건설 및 관리와 관련된 문제는 항상 갈등을 야기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정부 또한 그 점을 모르지 않고 그래서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가 설명한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가 공론화에 해당하는지는, 특히 원전 같은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 충분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벌써 정당성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정부가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갈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론화는 특정 사회 문제를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공론화 작업, 다시 말해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얼마나 공론화 과정을 잘 설계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의미 있고 신뢰할만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묻는 것, 그리고 특정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답변을 수집하는 것을 공론화 과정으로 보기는 힘들다. 유감스럽게도 기후부가 얘기한 공론화는 이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작년 12월 30일과 올해 1월 7일에 있었던 두 번의 정책토론회를 보면 10여 명의 전문가가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서고 수십 명의 청중이 참관한 것이었고 시간은 각각 2시간 30분에 불과했다. 이 짧은 시간은 상호 질문 및 토론은 고사하고 발제자와 토론자가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얘기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시간이다. 참석한 전문가들이 각자 자기 얘기만 하고 몇 개의 청중 질문을 다룰 수 있는 시간에 불과한데 이를 공론화 과정으로 보기는 힘들다. 정책토론회가 일부 전문가들이 의견을 표명하는 행사 정도에 그치고 국민에게 원전 관련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기후부는 두 개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각각 69.6%와 61.9%의 응답자가 신규 원전 건설 추진에 찬성한 것을 공론화 진행과 신규 원전 건설 결정의 타당하고 정당한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공론화 과정으로 인정받으려면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가지고 질문에 답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물론 사회 구성원들이 적절한 수준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가 이뤄지곤 한다. 적절한 수준의 인식은 흔히 정보 접근성이 높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해 형성될 수 있다. 많은 사회 현안이 이런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원전과 관련된 정보는 쉽게 접하기가 힘들고 다양한 정보가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으므로 일반 국민이 적절한 수준의 인식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원전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충분한 인식과 이해가 없고 충분하고 다양한 정보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단순히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물으면 의미 있는 의견 수집을 할 수 없다. 만일 다수의 국민이 정책토론회를 지켜봤고 그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의견 수집이 이뤄졌을 수는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단순 여론조사를 공론화 과정으로 삼는 건 무리한 접근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책토론회와 국민 여론조사를 공론화 과정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이런 부실한 과정으로 인해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이미 형성되고 있고, 정부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대형 갈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부실한 공론화와 관련해 특히 유감스러운 건 정책 결정 과정의 질이 과거보다 후퇴했다는 점이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논의하는 공론화 과정은 종합 공정률이 28.8%에 달했던 상황에서도 진행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간과 내용 등의 면에서 공론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국민 숙의와 숙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 전체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식을 향상시킨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그 결과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결정은 큰 사회적 이견 없이 수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규 원전 건설 결정임에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시민단체 간 갈등, 정부와 다수 국민 간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건 원전 유치 후보 지역 내 주민 간 갈등 발생이다. 신속하게 후보지를 결정하겠다는 기후부의 계획은 이런 우려를 더 높이고 있다. 이는 유치 희망 의사를 밝힌 지자체의 주민들에게 충분히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고 서로 이견을 공유하고 지역의 미래와 관련해 심도 있게 유치 여부를 논의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결국 유지 희망 지역 내에서는 이전의 여러 사례에서처럼 찬성과 반대 양측이 각자 목소리를 키우며 세를 불려 상대를 압박하고 심지어 비난을 일삼는 파괴적인 갈등이 발생하고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에서 일부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유치 찬성을 표명하고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등장하고 있는 건 향후 찬성 반대 주민 간 갈등의 전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있었다면 그것이 지역 주민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 간 이견 확인과 대화에도 도움이 됐을테지만 그렇지 못한 점은 유감스런 일이다.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갈등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에게 요구되는 일은 우선 전문가, 시민단체, 일반 국민 등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두 번의 정책토론회와 국민 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나 그것으로 공론화 과정이 충분했다고 주장할수록 그에 대한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원전 건설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국민에게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원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 형성되고 있는 갈등이 확대되고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이미 과열의 조짐이 보이는 원전 유치 경쟁과 관련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단순히 찬.반 투표가 아니라 지역에 미칠 중.단기와 먼 미래의 영향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지자체를 통해 또는 직접 인적 자원 지원을 통해 주민들이 이견을 대결이 아닌 대화를 통해 공유하고 공동의 합의를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일단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찬성 반대 주민들이 대결하면 어떤 결정이 나든 주민들 사이 관계의 복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이는 최악의 경우 공동체 해체 및 기능의 상실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의 의무와 역할은 단순히 원전 건설 부지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해 야기될 지역 내 갈등을 최대한 예방하고 주민 간 관계 단절과 공동체 파괴라는 치명적인 후유증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원전 건설은 가장 민감한 사회 현안 중 하나이자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문제다. 원전과 관련해 환경과 안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와 고비용, 미래 세대에 대한 위험 전가 등 사회 모든 구성원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원전 건설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우리 사회는 이제 그런 결정 방식을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런데 기후부가 근거로 제시한 공론화 과정은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원전 건설 결정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기대 수준에 맞는 공론화가 이뤄져야 원전 결정 과정에 대한 잇단 문제 제기와 유치 지역 곳곳의 갈등 등과 관련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다시 대형 갈등에 휘말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26일 정부는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부지 선정을 시작해 2027년 초까지 부지 선정 및 원전 예정지구 고시를 마치고 2037-2038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장관은 이날 있은 브리핑에서 추가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한 이유로 재생에너지의 주력 전원인 태양광만으로는 전력망을 운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공약했던 정부가 정책을 바꾼 근거로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공론화를 거쳐 신규 원전 계획 추진에 대한 찬성이 60% 이상임을 확인한 점을 제시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 전환을 결정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발표 직후부터 환경 및 탈핵 관련 시민단체들은 원전이 기후위기 대응이 될 수 없다며 강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국민과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일방적 결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부의 발표로 원전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전 건설 및 관리와 관련된 문제는 항상 갈등을 야기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정부 또한 그 점을 모르지 않고 그래서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가 설명한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가 공론화에 해당하는지는, 특히 원전 같은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 충분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벌써 정당성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정부가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갈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론화는 특정 사회 문제를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공론화 작업, 다시 말해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얼마나 공론화 과정을 잘 설계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의미 있고 신뢰할만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묻는 것, 그리고 특정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답변을 수집하는 것을 공론화 과정으로 보기는 힘들다. 유감스럽게도 기후부가 얘기한 공론화는 이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작년 12월 30일과 올해 1월 7일에 있었던 두 번의 정책토론회를 보면 10여 명의 전문가가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서고 수십 명의 청중이 참관한 것이었고 시간은 각각 2시간 30분에 불과했다. 이 짧은 시간은 상호 질문 및 토론은 고사하고 발제자와 토론자가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얘기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시간이다. 참석한 전문가들이 각자 자기 얘기만 하고 몇 개의 청중 질문을 다룰 수 있는 시간에 불과한데 이를 공론화 과정으로 보기는 힘들다. 정책토론회가 일부 전문가들이 의견을 표명하는 행사 정도에 그치고 국민에게 원전 관련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기후부는 두 개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각각 69.6%와 61.9%의 응답자가 신규 원전 건설 추진에 찬성한 것을 공론화 진행과 신규 원전 건설 결정의 타당하고 정당한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공론화 과정으로 인정받으려면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가지고 질문에 답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물론 사회 구성원들이 적절한 수준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가 이뤄지곤 한다. 적절한 수준의 인식은 흔히 정보 접근성이 높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해 형성될 수 있다. 많은 사회 현안이 이런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원전과 관련된 정보는 쉽게 접하기가 힘들고 다양한 정보가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으므로 일반 국민이 적절한 수준의 인식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원전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충분한 인식과 이해가 없고 충분하고 다양한 정보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단순히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물으면 의미 있는 의견 수집을 할 수 없다. 만일 다수의 국민이 정책토론회를 지켜봤고 그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의견 수집이 이뤄졌을 수는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단순 여론조사를 공론화 과정으로 삼는 건 무리한 접근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책토론회와 국민 여론조사를 공론화 과정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이런 부실한 과정으로 인해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이미 형성되고 있고, 정부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대형 갈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부실한 공론화와 관련해 특히 유감스러운 건 정책 결정 과정의 질이 과거보다 후퇴했다는 점이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논의하는 공론화 과정은 종합 공정률이 28.8%에 달했던 상황에서도 진행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간과 내용 등의 면에서 공론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국민 숙의와 숙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 전체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식을 향상시킨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그 결과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결정은 큰 사회적 이견 없이 수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규 원전 건설 결정임에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시민단체 간 갈등, 정부와 다수 국민 간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건 원전 유치 후보 지역 내 주민 간 갈등 발생이다. 신속하게 후보지를 결정하겠다는 기후부의 계획은 이런 우려를 더 높이고 있다. 이는 유치 희망 의사를 밝힌 지자체의 주민들에게 충분히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고 서로 이견을 공유하고 지역의 미래와 관련해 심도 있게 유치 여부를 논의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결국 유지 희망 지역 내에서는 이전의 여러 사례에서처럼 찬성과 반대 양측이 각자 목소리를 키우며 세를 불려 상대를 압박하고 심지어 비난을 일삼는 파괴적인 갈등이 발생하고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에서 일부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유치 찬성을 표명하고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등장하고 있는 건 향후 찬성 반대 주민 간 갈등의 전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있었다면 그것이 지역 주민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 간 이견 확인과 대화에도 도움이 됐을테지만 그렇지 못한 점은 유감스런 일이다.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갈등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에게 요구되는 일은 우선 전문가, 시민단체, 일반 국민 등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두 번의 정책토론회와 국민 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나 그것으로 공론화 과정이 충분했다고 주장할수록 그에 대한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원전 건설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국민에게 다양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원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 형성되고 있는 갈등이 확대되고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이미 과열의 조짐이 보이는 원전 유치 경쟁과 관련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단순히 찬.반 투표가 아니라 지역에 미칠 중.단기와 먼 미래의 영향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지자체를 통해 또는 직접 인적 자원 지원을 통해 주민들이 이견을 대결이 아닌 대화를 통해 공유하고 공동의 합의를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일단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찬성 반대 주민들이 대결하면 어떤 결정이 나든 주민들 사이 관계의 복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이는 최악의 경우 공동체 해체 및 기능의 상실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의 의무와 역할은 단순히 원전 건설 부지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해 야기될 지역 내 갈등을 최대한 예방하고 주민 간 관계 단절과 공동체 파괴라는 치명적인 후유증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원전 건설은 가장 민감한 사회 현안 중 하나이자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문제다. 원전과 관련해 환경과 안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와 고비용, 미래 세대에 대한 위험 전가 등 사회 모든 구성원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원전 건설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우리 사회는 이제 그런 결정 방식을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런데 기후부가 근거로 제시한 공론화 과정은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원전 건설 결정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기대 수준에 맞는 공론화가 이뤄져야 원전 결정 과정에 대한 잇단 문제 제기와 유치 지역 곳곳의 갈등 등과 관련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다시 대형 갈등에 휘말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