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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쟁을 원하겠나?


1월 3일 해군의 새해 첫 해상훈련 (사진 출처: 국방부 누리집)


대한민국 군의 기본 기조는 방어고 핵심은 북한의 ‘도발’과 ‘공격’에 대한 방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와 가정이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군이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첨단무기를 갖추고 무장을 강화해도 북한을 포함해 어떤 국가나 세력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적대적인 남북관계 속에서 공격 의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도발을 하고 군사적 긴장을 야기하는 건 당연히 북한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안전을 위해 가장 위험한 존재는 북한이라는 것이다. 이에 근거해 군은 북한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남북한 사이 군사적 긴장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인 한미연합훈련 또한 ‘북한 도발에 즉각 대응’을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 이후 드러나고 있는 여러 증언과 증거들은 적어도 군 내에서 이런 기본적인 기조가 깨져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비상계엄을 주도한 군 지휘관들은 반복적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공격을 유도했다. 지난 10월 28일 북한은 상세 조사를 한 결과라며 평양에 출현한 무인기가 10월 8일 백령도에서 이륙했고 한국군이 운용하는 기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주권 침해 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도발의 원점(한국)은 영영 사라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당시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처음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한 시간 만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또한 국방부는 “그들(북한)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북한의 발표를 일축했다. 많은 언론이 국방부가 보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보낸 것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국방부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북한 조작설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최근 이것이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기획해 실행한 것임이 확인됐고 그게 더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란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남북한 사이 군사적 긴장을 높여서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려고 했던 것으로 의심된다. 가장 중요한 건 그로 인해 무력 충돌 내지 국지전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이 날려보내는 대남 오물풍선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원점 타격을 시도했던 정황이 드러냈다. 이 또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비상계엄을 계획한 중요 인물 중 하나인 노상원 전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더 노골적으로 “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또한 남북한 사이 무력 충돌 내지 국지전을 유도해 비상계엄 상황을 만들려 했다는 점을 유추하게 한다.

 

한국 사회에는 ‘누가 전쟁을 원하겠나?’라는 말이, 즉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남북한의 적대적 대결이 지속되고 있고 정부에 따라 강경한 대북 정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전쟁 절대 불가’라는 사회적 합의를 정확히 인식하고 따르고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부 또한 ‘전쟁 불가’라는 입장과 원칙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런 원칙과 믿음이 깨졌다. 비상계엄 후 드러나고 있는 증언을 통해 우리는 대통령과 일부 군 지휘관들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 또는 국지전을 원했음을 확인했다.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민주주의 사회를 무너뜨리고 독재 정권을 세우는 데 이용하려 했음을 확인했다. ‘누가 전쟁을 원하겠나?’라는 우리의 믿음은 순진한 단정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긴 세월을 지나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확고해진 사회적 합의와 신뢰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일이다.

 

북한을 자극해 무력 충돌 내지 국지전을 유발하려 했던 시도가 말해주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남북한 사이 적대적 대결이 심화됐고 그 결과 우리 사회가 북한과의 무력 충돌에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로 무력 충돌을 예방할 어떤 기제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치명적인 약점이 됐고 그 결과 조금만 북한을 자극해도 무력 충돌 내지 국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다른 하나는 한국 사회 전반에 확산된 남북관계에 대한 무관심과 다른 한편으로 북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결국 우리를 파국으로 이끌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정부와 군에 맡겨둔 채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일함, 또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며 증오를 쏟아내는 것이 윤석열과 같이 독재를 꿈꾸는 대통령과 동조하는 세력들이 이용하기 쉬운 사회적 약점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드러난 북풍 조작 시도는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섬뜩한 일 중 하나다. 비상계엄을 계획한 전.현직 군 지휘관들이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과 증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했음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바로 블랙 요원들에게 청주공항과 사드기지 등 군 시설을 공격하게 하고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조작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정보사가 비상계엄 전에 인민군복 170벌을 주문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사실일 수 있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북풍 시도 또한 남북한 사이 적대적 관계,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과 증오, 그리고 남북관계 단절 등의 상황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독재 정권을 세우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됐음을 보여준다.

 

비상계엄, 그리고 그와 관련해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히 필요함을 말해준다. 현재 우리 사회는 남북관계나 대북정책을 여전히 대통령, 여당, 정치권, 군 등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이 알아서 국민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그리고 적어도 그들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익을 해치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는 않는 ‘선의’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과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이번 정부와 여당, 그리고 군처럼 북한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남북한 사이 무력 충돌의 위험성을 방치하고, 국민을 계속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재 정권을 만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북한을 자극하고 북풍까지 시도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북한 사이 적대적 관계가 고착되면서 우리 사회에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와 이념에 매몰되어서 보편적 상식을 거스르고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적 인식하에 사회적 위험을 제거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그중 중요한 몇 가지를 언급하자면 첫 번째는 남북한 사이 적대적 관계를 인정하더라도 동시에 적은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의 상대’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대적인 관계는 잘 관리하는 게 현명하고 이것은 국제사회의 상식이기도 하다. 이는 모두 자국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두 번째는 남북한 사이 무력 충돌 가능성과 군사적 긴장 고조를 방지하는 모든 수단을 간구하는 것이 사회적 원칙과 합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9.19 남북군사합의 같은 상호 공격을 중단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하고 이는 모두 우리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원칙으로 남북 대결의 강화가 아니라 완화를 사회적 목표, 그리고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또한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이런 사회적 원칙과 합의 하에서 이를 거스르는 어떤 정부, 정당, 정치인도 사회적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과 태도 변화가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이것을 포기하는 건 결국 우리의 안전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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