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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시리즈 1 사회적 대화란 무엇인가

지난 8월 20일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대북·통일정책 추진과 관련해 사회적 대화 활성화가 언급됐다. 이는 정부가 국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대화를 통해 남북문제, 남북관계, 대북정책 등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많은 국민에게 한반도 평화 및 남북문제와 관련된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고,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참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제적으로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는 주로 정부, 노동계, 산업계가 노동, 산업, 경제 문제를 논의하고 협상을 통해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노동계와 경제계가 참여하는 양자 대화나 정부까지 참여하는 삼자 대화 등으로 이뤄진다. 우리에게는 1998년 1월에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가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 15일에는 국회가 주도하고 노동계와 경제계가 참여하는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가 출범했다. 이 역시 노동과 산업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적 대화와 비슷한 용어로 시민 대화(civil dialogue)가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논란이 되는 현안을 다수의 시민이 참여해 의견을 나누고 숙의하는 대화 과정을 의미한다. 잘 알려진 아일랜드의 시민 의회(Citizens’ Assembly)는 이런 시민 대화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정부, 노동계, 산업계가 참여하는 대화가 한정된 주제를 다루고 각 당사자 집단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것이라면 시민이 참여하는 대화는 특정 집단이나 단체를 대표하는 시민이 아닌 전체 사회 구성원 중 임의로 선택된 사람들이 참여한다. 굳이 구분하자면 시민 대화는 노동, 산업, 경제 문제만을 다루는 사회적 대화보다 넓게 적용되는 대화를 말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것은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주로 노동, 산업,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대화가 실행되고 이런 주제의 사회적 대화와 구분하기 위해 시민 대화라는 용어가 쓰일 뿐이다.

 

이렇게 사회적 대화가 보통 좁게 이해 및 실행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사회적 대화의 의미와 실행의 확장을 꾀한 사례가 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시민사회가 정부 및 지자체와 협력해 ‘평화와 통일에 관한 사회적 대화’를 실행한 사례가 그렇다. 6년 동안 일 년에 10차례 안밖으로 사회적 대화가 이뤄졌고 그 결과 약 1만 명의 국민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경험을 했다. 국정기획위가 남북문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언급한 사회적 대화는 바로 이런 사회적 대화를 말한다. 이때 실행된 사회적 대화의 목적은 한반도 평화 및 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동시에 다수의 국민에게 이런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참여자드링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대응 및 해결 방안에 대해 숙의한 후 그 결과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은 다른 이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높이고, 그 결과 여전히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인 남남갈등을 완화하는 것이었다. 평화와 통일에 관한 사회적 대화는 앞서 설명한 사회적 대화와 시민 대화의 방식을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대화’ 자체가 일반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경험한 다른 사회적 대화도 있다. 바로 공론화다. 가장 많이 알려진 건 2017년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했던 공론화다. 건설 재개 찬성, 건설 중단, 건설 유보 의견과 성별 및 연령별 비례를 맞춰 구성된 471명의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대화를 했다. 정부는 여기에서 나온 찬.반 의견 비율을 참고해 건설 재개를 최종 결정했다. 이 외에도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또는 다른 형태의 많은 공론화가 있었다. 이는 모두 사회적 중요 현안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해 각자의 의견을 내고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한, 그리고 때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사회적 대화였다.

 

사회적 대화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구성 요소는 참여(participation)와 숙의(deliberation)다. 참여는 특정 집단이나 단체의 대표자가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인의 참여를 의미하며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민주주의 정치 실현과 정책 결정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전체 사회와 전 국민의 이익을 위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전적으로 숙의는 “여러 사람이 모여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하며 충분히 논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민주주의 사회 작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대의 민주주의가 확장되면서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은 숙의의 기회와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사회적 대화의 숙의는 그런 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되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와 사회 구조를 만들고 무엇보다 일반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과 필요가 반영되고 충족되는 정책 수립과 실행, 그리고 정책의 질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된 국민 의견 수렴과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 수립 방식으로 활용할 의지를 확실히 한 건 매우 중요한 변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이 때로 국민의 의견 및 필요와는 상관없이 이념에 따라 달라지고 그 결과 지속성과 일관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의 의견이 잘 수렴되고 이것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된다면 대북정책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그에 따라 일관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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