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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교육 시리즈 2 전쟁과 세계시민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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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21세기에 들어서 세계가 전쟁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는 두 개의 전쟁,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고 두 전쟁이 여러 면에서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2월 24일이 되면 3주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은 1월 19일에 1단계 휴전이 발효됐고 다행히 현재까지는 큰 문제 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2단계를 위한 협상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휴전 발효 직전까지 가자지구 사망자는 4만 6,913명이었고 부상자는 11만 750명이었다. 하지만 휴전 직후부터 이뤄지고 있는 시신 발굴로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망자는 1,139명으로 모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으로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 11월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자국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도록 허용한 이후 러시아 본토로까지 확산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건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영토 공격을 상쇄한다는 면에서 타당해 보이지만 이로 인해 전쟁은 확산했고 현재로선 전쟁 종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자지구를 무차별 공격하고 집단학살을 자행했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지원하고 자국과 교전을 벌여온 헤즈볼라를 척결하기 위해 레바논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수십만 명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반군의 진격으로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하고 내전이 끝난 시리아의 군 기지들을 공격했다. 향후 시리아 정부가 이전 정부가 남긴 무기들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시리아 반군이 반격할 능력이 없어서 무력 충돌이나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시리아의 군사 자산을 파괴한 적대적 행위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외에 예멘의 후티 반군 정부와도 전쟁을 벌였다.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홍해를 지나는 배들을 공격해왔는데 이스라엘은 12월 중순부터 예멘의 원유시설, 발전소, 항구, 공항 등을 공격했다. 이에 대응해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했다. 이스라엘과 후티 반군과의 전면전이 진행되면서 중동에서의 전쟁이 확산했고 전세는 더욱 불안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차기 정권 취임을 코앞에 둔 시점인 지난 1월 3일 이스라엘에 대한 80억 달러(약 11.6조원) 어치의 무기 수출을 허가했다. 이스라엘에 의한 전쟁 확산을 독려한 셈이다.

 

휴전 후 가자지구 북부로 돌아가는 피란민들 (사진 출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2024년에 세계에 두 개의 전쟁, 즉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내전이 있었고 대부분의 내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다만 두 전쟁 외에는 언론이 자주 뉴스로 전하지 않았고 세계인들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세계인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전쟁에서는 보통 더 심각한 수준의 전쟁범죄와 인도주의 재난 상황이 발생한다. 결론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든 가지지 않든 매일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고 우리는 전쟁이 또 다른 전쟁을 낳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과 관련해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건 대체로 두 가지인데 바로 전쟁의 원인과 전쟁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먼저 전쟁의 원인과 관련해서는 과연 전쟁의 정당성이 어느 쪽에 있느냐에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이는 전쟁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아닌 보통 전쟁 수용이라는 전제하에 제기되는 질문이다. 대다수가 전쟁의 정당성, 그러니까 전쟁 실행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전쟁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주로 국제정치 지형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다만 그 영향이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곧 많은 세계인이 국제정치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전쟁의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관심 모두 전쟁의 불가피성과 지속성의 허용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이유는 전쟁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고 사회를 파괴하는 인간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지옥’이라는 말은 단지 말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된다. 누구도 인간사회를 지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고, 누구도 지옥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 전쟁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윤리와 인도주의 문제고 그러므로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전쟁을 선포하고 지속할 수 있다 해도 모든 전쟁은 세계를 지탱하는 인간사회의 윤리와 인도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전쟁의 정당성 여부에 따른 선별적, 조건적 판단은 이런 인간사회의 윤리와 인도주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침략을 받았을 때의 ‘방어전’에는 반드시 정당성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그런 전쟁 역시 전쟁이고 그런 전쟁에서도 똑같이 윤리와 인도주의를 거스르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공동체와 국가 방어를 위한 전쟁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단기간에 현상을 복구하고 전쟁을 끝내는 게 현실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다.

 

전쟁 선포 및 지속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해도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점은 있다. 바로 전쟁이 다수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국가의 수장, 정당, 군지휘관 등 소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전쟁의 결과에 대해 실질적으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는 핑계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난다. 그들은 국민의 종전 요구에도 응답하지 않는다. 다수의 국민이 종전을 요구해도 국가 안보, 정당한 보복, 승리 가능성 등을 주장하며 오히려 모든 화력을 집중해 전쟁을 지속시킨다. 그로 인한 막대한 인명 피해, 사회 기반시설 파괴, 공동체 파괴 등은 ‘대의’와 ‘국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으로 치부한다. 이런 전쟁은 결정권을 가진 자들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국민의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절대 정당하지 않다.

 

세계시민은 전쟁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는 인간사회의 윤리와 인도주의에 근거해야 한다.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큰 판단 오류 중 하나는 전쟁을 정치 행위로 여기고 전쟁 결정을 정치인들의 독점적 권리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쟁은 정치 행위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인간 살상을 거부하는 인간사회의 기본적인 윤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쟁 상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영상을 통해 전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고 그런 전쟁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매일 계속되고 있다 해도 전쟁은 비정상인 상황이며 비윤리적인 인간 활동이다. 세계시민이라면 이런 전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건 ‘전쟁 반대’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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