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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의 시대?

20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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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사당에 난입했다. 이날 의회에서는 대선에서의 트럼프 패배와 바이든 승리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예정이었다.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는 트럼프가 “지옥처럼 싸우지 않으면 더는 국가는 없다”는 선동 발언을 한 후에 2,000-2,500명의 지자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다. 이들은 의사당 안을 활보하며 펠로시 하원의장과 펜스 부통령을 찾아다녔다. 의사당 기물을 부수고 약탈을 하고 경찰을 공격했다. 수 시간 동안 의사당을 헤집고 다닌 이들은 “이제 편안히 집에 가라”는 트럼프의 트위터 비디오 메시지를 본 후 해산했다. 이들이 떠난 후 의사당 안에서는 폭발물도 발견됐다.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 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이 공격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주변에 있던 시위자 중 분노한 100명 정도가 법원으로 침입해 외부벽, 창문, 내부 기물들을 무차별로 부쉈다. 이들은 쇠파이프를 끌고 위협적인 말을 하며 판사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사람만 90명에 달했다. 경찰은 영상을 통해 침입자들을 확인하고 추가 체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서부지법의 폭동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미국 의사당 폭동을 떠올렸다. 두 폭동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가장 먼저는 폭동 가담자들이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고 부정선거 주장을 굳게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담자들이 모두 극우 성향이었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신념과 주장에 경도된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동조하는 주장을 관철하려 했다. 그 방식이 설사 민주주의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다수의 안전을 위협하고 극단의 물리적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고 반대자들을 제거한 후 원하는 모습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중요한 공통점은 극우 유튜버들이 폭동을 선동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극우 유튜버들은 계속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거짓 뉴스를 퍼뜨리면서 사람들을 자극했다. 한국의 극우 유튜버들 역시 비상계엄이 있기 전부터 계속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렸고 비상계엄 후에는 온갖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사람들을 자극했다. 대통령을 대한민국과 동일시하고 탄핵이 인용되면 국가가 무너질 것처럼 떠들며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겼다. 사실 확인이나 합리적 판단과는 상관없이 반복적인 주장을 통해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자신들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는, 또는 주장의 관철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공격해 탄핵 상황과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 대부분이 이런 유튜버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폭력적인 선동을 행동으로 옮겼다. 현장에는 유튜버들도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선동과 지휘를 했는지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지만 서부지법 폭동이 있기 전까지 이들이 거짓된 주장과 선동으로 사람들을 자극했던 건 사실이다. 폭동 가담자들은 유튜버들의 독려 속에 서부지법 침입과 건물 및 기물 파괴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다.

 


가히 ‘유튜브의 시대’라 할 정도로 유튜브 이용자가 많아졌다. 유튜브 보는 재미로 산다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유튜브 이용자가 많은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2월 밝힌 ‘2024 OTT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은 유튜브로 84.9%를 차지했다. 한국인의 일상이 얼마나 유튜브에 밀착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들이 생겼고 유튜브의 시대에 더해 ‘유튜버의 시대’가 됐다. 사회의 소통 매체가 다양해지고 콘텐츠를 자유롭게 생산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범죄와 폭력을 조장하고, 왜곡된 주장과 조작된 정보를 확산시키고, 자기 이익을 위해 사실을 재단하고 사람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저해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면 그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필요하다. 특히 돈벌이를 위해 사회적,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가짜 정보와 뉴스를 만들고 사람들을 조정 및 세뇌해서 사회적 폭력을 조장한다면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사회적 성찰, 담론, 제재가 부족하고 강력한 법적 처벌에 대한 활발한 입법 논의도 없다. 오보를 낸 언론사에 대한 제재는 있지만 유튜버의 거짓 정보와 조작 뉴스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없고 고작해야 벌금형 정도다.

 

이런 상황이 된 데에는 ‘알고리즘’ 체계를 통해 오히려 거짓 정보와 조작 뉴스를 확산하고 나아가 독려하는 유튜브의 운영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로 유튜브에 대한 시정 요구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경고와 법적 제재는 거의 없는 수준에 가깝다. 일부 유튜버들이 명예훼손이나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일을 넘어 이제는 유튜버들이 선동하는 물리적 폭력이 현실화되는 상황까지 왔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하지만 유튜브가, 그리고 극렬 유튜버들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는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범죄, 폭력, 잘못된 정보 등과 관련된 콘텐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잘못된 선거 정보”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민주적 절차를 방해하는 콘텐츠”도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런 가이드라인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자극적이고, 조작되고, 왜곡된 정보를 생산하는 유튜버들과 한팀이 되어서 사업적 수익을 높이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4년 9월 30일 미국 아칸소주 검찰총장은 구글, 유튜브, 그리고 이들의 모회사인 알파벳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이용자들을 현혹하고 부당한 거래 행위로 아칸소주 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총장은 “유튜브가 청소년에게 안전한 플랫폼이라며 이용자와 부모들을 속였다. 유튜브는 의도적으로 이용자들이 최대한 오래 머무르고 중독에 이르도록 플랫폼을 디자인해 이익을 취했다”고 말했다. 또한 “구글은 의도적인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유튜브가 어린 이용자들을 착취하고 중독에 이르도록 했고 그럼으로써 아칸소주의 정신 건강 재난 상황을 야기했다. 13-17세 청소년의 대부분이 매일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다....현재 미국에서 정신적.행동적 건강 질환, 우울, 자해 등이 청소년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위험 수준이 치솟고 있다...이런 건강 문제 증가는 청소년을 유인하고 중독시키고, 유해한 효과와 상관없이 수익을 높이는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 회사들의 계산된 운영의 결과다”라고 말했다. 맥락은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유튜브가 알고리즘 체계를 통해 이용자들을 유혹하고 거의 중독에 이르게 하고 있다. 성인 이용자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건 자발적 선택일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인들이 정말 자기 통제력이 있는지, 유튜브의 알고리즘 공세를 이겨내고 자발적 선택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확실한 건 유튜브가 알고리즘 체계를 통해 이용자를 계속 특정 콘텐츠로 유인하고 각종 사회 폭력과 혐오 확산을 부추기는 심각한 문제까지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유튜브 콘텐츠와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그에 따라 유튜버 또한 증가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유튜버들의 거짓 정보, 조작 뉴스, 혐오, 폭력을 담은 콘텐츠가 증가하고 그런 콘텐츠에 휘둘리는 이용자들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다층적인 요인과 개인적인 문제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사회적으로 유튜브와 유튜버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여가고 개인적으로 자극적이고 유해한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감시와 법적 대응이 필요하고 동시에 개인적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일부 유튜버들이 자신의 돈벌이를 정치적 신념으로 둔갑시켜 가짜 정보를 생산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사회적, 법적 제재와 처벌에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적어도 당장 개인 차원에서 유튜브와 유튜버의 부정적 영향을 인식 및 인정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자신의 노출과 의존도를 확인하고 각성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되도록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유튜버 콘텐츠를 선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앞으로도 계속될 정치적, 사회적 혼란 속에서 정파적 이익에 몰두해 만들어지는 과장 내지 조작 정보와 가짜 뉴스를 줄이기 위해서도 개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유튜버가 제작한 콘텐츠 이용을 줄이고 레거시 미디어 이용을 늘이는 것이든, 아니면 수익 창출과 정파적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유튜버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아예 특정 분야의 유튜브 콘텐츠를 보이코트하는 것이든 어떤 식으로든 유튜브와 유튜버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유튜브와 유튜버를 감시하고 제재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앞으로 현재보다 더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두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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