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평화.통일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문제이자 어려움 중 하나는 평화.통일교육을 통해 결국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통일에 대한 의구심과 부정적 인식을 부추겨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통일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건 ‘교육’의 정체성과 모순된다. 보편적 가치, 지식, 정보 제공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역량을 키우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의문인 건 통일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교육이 정말 평화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다.

 

통일교육에서 평화.통일교육으로 변했어도 결국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되고 마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일방적 정보 제공과 해석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교육이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과 검증된 해석의 제공에 맞춰져 있다. 평화.통일교육이 그런 형식으로 이뤄져도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평화.통일교육이라면 지식 및 정보의 제공과 함께 그것을 토론하고 새롭게 해석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적어도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지, 통일은 그런 평화적 공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평화적 방식으로 통일을 하려면 어떤 개인적,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공동 토론과 성찰이 필요하다. 통일은 국민의 선택과 합의로 이뤄져야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미래에 그런 선택과 합의에 참여할 주체기 때문이다. 통일이 절대적 진리나 선이 아니고 결국 우리 사회가 함께 토론하고 선택할 일이니 더욱 그렇다.

 

두 번째로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일방적 교육의 문제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검증된 과정과 정답이 정해져 있는 주제라면 일방적 교육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화.통일교육은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과 평화적 통일의 필요성, 가치, 정당성 등을 다뤄야 하는 교육이다. 무엇보다 개인이 스스로 이해하고 개념화를 거쳐 자기 성찰을 담은 생각을 만들도록 독려해야 하는 교육이다.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물음표를 만들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형식이 바람직하다. 평화.통일교육이 일방적으로 지식과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통일의 당위성만 강조한다면 국가의 가치와 방향을 주입하는 교육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다.

 

세 번째로 참여자 토론과 활동의 부족 문제다. 일방적 교육을 지양하고 교육 참여자가 스스로 성찰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하려면 토론과 활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의 부족과 공간의 제약으로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제약을 극복할 수 없어서 전체 토론, 모둠 토론과 활동 등을 할 수 없다면 일방적 교육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다 해도 일방적 교육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특정 정보를 제공할 때 그것과 관련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본인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지, 미래에는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는지 등을 물을 수 있다. 모두의 답을 들을 수 없어도 각자 자유롭게 생각하고 질문을 만들어보도록 얼마든지 독려할 수 있다. 전달하는 지식과 정보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일방적 교육의 경계를 벗어날 수 있고 교육 참여자들에게 다르게 생각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일에 찬성하는 비율은 보통 50%대 중반이고 높아도 60% 초반이다. 청년세대로 갈수록 찬성 비율은 낮아진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도 고학년으로 갈수록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다. 그런 결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이뤄진다.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통일은 과정이고 과정에서는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주입하는 건 사회적 모순이고 자유로운 생각의 표현과 분석을 제약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통일의 당위성만 강조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당연한 통일을 우리 사회는 왜 수십 년 동안 말만 하고 이루지 못하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고, 통일에 반대하는 생각은 틀렸다고 판단하게 하며, 당연한 통일을 ‘방해’하는 북한에 대해 적개심을 키우게 할 수 있다. 그보다는 통일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바람직한 선택이지만 실현을 위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토론하고 질문해야 하며 통일에 대한 반대 의견까지 포함해 다양한 생각을 나눠야 할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통일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고 통일의 가능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통일을 할 때와 통일을 하지 않았을 때의 장.단점이 무엇이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다. 무엇보다 평화.통일교육이라면 통일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교육이 되어선 안 된다. 특정 생각과 가치를 강요하는 건 ‘평화’가 붙은 어떤 교육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또 평화통일은 공동의 노력과 합의로 성취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생각을 나눠야 한다.

 

 

Posted by 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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