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운동선수들의 과거 학교 폭력이 불거지면서 스포츠계가 긴장하고 있다. 예전에도 스포츠계의 폭력 폭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엔 선수들이 과거 함께 운동하던 동년배들에게 가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이번 일은 스포츠 분야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화적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보통 기량과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어릴 때부터 합숙을 하고 쉽게 신체적 억압이나 체벌을 허용하는 구조와 문화에 노출된다. 나아가 그 안에서 신체적 억압과 물리적 폭력을 받아들이도록 키워진다. 그래서인지 신체적, 정신적으로 죽을만큼 힘들어도 부모에게조차 얘기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운동을 선택한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불거진 폭력은 스포츠 분야의 잘못된 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된 면이 더 크지만 어쨌든 학교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학교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쓰는 학교 폭력이란 말은 논리적 모호함을 가지고 있다. 학교 폭력이라고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안에서 폭력이 일어났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학교가 폭력의 근본원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물론 때로는 학교가 제대로 학생들을 관리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학교 폭력을 막거나 중단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 폭력은 정말 학교에, 또는 학교에만 책임이 있는지 따지기 힘든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저지르는 폭력을 그냥 다 학교 폭력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면서 오히려 가정, 사회, 그리고 전체 어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 폭력 가해자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상대를 억압하고 괴롭힌다. 상대가 죽을만큼 힘들어해도 계속 폭력을 가한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폭력적이거나 비인간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학교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 사실 가장 크게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부모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그들의 인성이 형성되는 곳은 가정이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부모들이다. 부모 외에도 양육을 담당하는 친척이나 자주 교류하는 이웃 등 가까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관계 맺기와 사회 생활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그런데 과연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그리고 동네와 사회에서 얼마나 잘 배우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 보통의 아이들이 직.간접적으로 배우는 건 이 우선이고, 출세해서 다른 사람들 위에 서기 위해 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 없으면 당할 수밖에 없고, ‘이 있으면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그리고 기타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또래들을 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부 아이들은 폭력을 써도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의 논리와 합리화를 따른 것이니 말이다.

 

운동을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폭력이 생기는 이유는 그들의 세계에서 특히 과 위계질서가 강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선배인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동년배 사이에서도 신체적 조건이 좋고 운동을 잘하는 건 이 되고 그러면 다른 아이들을 억압하고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사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거기다 훈련과 관리를 빌미로 한 합숙 생활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상대적으로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폭력을 가할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집단생활은 위계질서와 힘에 의존하고 힘을 악용하는 폭력 문화를 고착화하지만 스포츠 영역에선 여전히 그것을 불가피한 일로 취급한다. 그러니 폭력이 사라지기 힘들다.

 

어린이와 청소년기에 생기는 폭력은 피해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다. 얼마나 힘들면 1015년이 지난 후에 폭로를 하겠나. 그리고 가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인생의 오점이다. 우리 사회 전체, 그리고 모든 어른은 그런 일이 생기게 된 것, 피해자가 입을 다물게 된 것, 가해자가 계속 가해를 하게 된 것 등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아이들 세계에서의 폭력을 학교 폭력이라는 언어 안에 가두고 학교에게만 손가락질을 하고 책임을 물으면서 사회 전체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학교 폭력이 아니라 또래 폭력으로 정의하고 가정에서부터 사회까지 모두가 노력하지 않으면 아이들 사이에서의 폭력은 줄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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