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내용은 <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은 하나가 아닙니다. 가족에 따라, 마을과 지역에 따라 여러가지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국가와 사회가 기억하는 전쟁만 얘기했습니다. 우리는 여러 기억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전쟁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고, 한국전쟁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도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을 새로이 해야 합니다. 먼저 우리는 한국전쟁을 전쟁으로 기억해야 합니다.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돼 남한과 북한이 치열하게 싸웠던 일만 얘기하면 북한을 물리치고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한 전쟁으로만 기억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라는 적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진실은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만 기억하면 전쟁을 합리화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전쟁에서 있었던 수많은 죽음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군인들이 매일 사람을 죽여야 했던 것도,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을 당했던 것도, 한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죽였던 것도 모두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전쟁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게 합니다. 한국전쟁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쟁이었으니까요.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한국전쟁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충일이면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기억합니다.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얘기하면 전쟁에서 군인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놀랍지 않습니다. 군인들이 싸우는 것이 바로 전쟁이니까요. 그렇지만 민간인이 죽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전쟁의 참혹함은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죽었느냐가 말해줍니다. 한국전쟁에서는 민간인이 군인보다 세 배나 더 많이 죽고 실종됐습니다. 전투가 일어난 곳에서 죽은 사람도 많았지만 의도적인 공격으로 학살당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목숨을 잃은 수많은 민간인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제대로 기억해야 하는 전쟁의 희생자들입니다. 그래야 한국전쟁을 참혹한 전쟁으로 기억하며 한반도에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한반도의 비극으로 기억해야 합니다. 북한을 무찌르고 대한민국을 지킨 자랑스러운 전쟁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고 한반도를 파괴한 비극적인 일로 기억해야 합니다. 남한과 북한이 지금까지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증오하게 한,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게 한 비극으로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삶까지 평화롭지 않게 한 비극으로 기억해야 합니다.

 

평화를 위해 한국전쟁을 기억해야 합니다....세계 많은 곳에서 전쟁 중에, 그리고 전쟁을 겪은 후에 평화를 얘기했듯이 우리도 한국전쟁을 평화를 얘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북한에 대한 증오를 키우고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무력 충돌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전쟁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반도를 전쟁 위험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전쟁을 기억해야 합니다. 남북 사이에 어떤 일이 생겨도 군사적 대결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전쟁을 다양한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합니다. 한국전쟁을 겪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한국전쟁의 영향을 받으며 사는 우리 삶을 바라보고 해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남북 공존과 한반도 평화, 나아가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 <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 66-69쪽 발췌.   

Posted by 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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