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세대가 마주한 세상

신천지가 청년 세대를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이 코로나19 감염자 통계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20대 확진자가 가장 많다. 3월 1일 기준으로 20대 감염자는 1,054명인데 그 다음으로 많은 50대 687명과 차이가 크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천지 신도 감염자 중 20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천지 전체 신도의 35% 정도가 20대라는 얘기가 있고, 대구의 경우는 60%가 넘는다는 증언도 있다. 대다수 개신교 교회가 장년층과 노년층으로 구성돼 있고 청년층을 끌어들이지 못하거나 있는 청년층도 잃고 있는데 신천지는 청년층 공략에 아주 '성공적'이다. 물론 그것은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이며, 심지어 범죄의 형태까지 보이고 있다.

청년들은 도대체 왜 신천지에 빠져드는 것일까? 가장 빠른 답은 신천지가 공략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작정하고 조직적으로 접근하니 안 넘어가기가 오히려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결과일뿐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과거 신천지 신도였다는 사람들은 신천지가 불안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의 허점을 공략하고 그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말한다. 또한 청년들이 존중 및 인정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직책을 주고 떠받들어 준다고도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재수를 하거나 대학에 막 진학한 19-20세의 청년들이 가장 많이 신천지에 들어간다고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든 가지 않든, 또는 재수를 하든 그 나이엔 모두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부모와 학교의 보호막이 걷히고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니 당연히 고민이 많고 방황도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왜 하필 신천지에 빠져 진짜 세상을 알기도 전에 영원히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지는가. 수많은 거짓과 유혹을 마주하게 되지만 그중에서도 최악인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가. 화나고 답답하고 측은하고 공포스럽고...온갖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격려, 인정, 공감이 필요한 세상

여러 증언에 따르면 청년들이 신천지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민 상담, 문제 해결, 인정 욕구 충족, 친밀한 관계 형성 등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답을 찾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것은 모두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전략이고 거짓이고 허상이지만 말이다. 여러 추측도 해볼 수 있다. 새로운 관계에 대한 흥미와 신선함을 느낄 수도 있고, 판단력이 부족하고 순진해서일 수도 있다. 열심히 들어주고 격려해 주고 답을 찾기 위해 함께 애써주니 고마움을 느끼고 기대고 싶을 수 있다. 그들이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진정한 인간 관계를 경험했을 수도 있다. 자신들의 불안정하고 부족한 모습을 인정해주고 귀를 기울여주는 것에 감동했을 수도 있다.

현재의 우리사회는 청년 세대가 살기 힘든 사회다. 경제상황이나 일자리 문제도 있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자기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기성세대도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심지어 종교 집단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 강의에서 만난 한 청년은 '공동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교회를 포함해 자기가 경험한 공동체는 모두 위계질서가 엄격해 청년은 항상 무시를 당하거나 복종을 강요당하는 곳이었다고 했다. 청년 세대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많은 기성 세대가 여전히 현재의 청년들이 '허약하고 고생을 안해봐서...'라는 확고한 답을 가지고 있다. 성인이 되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많은 청년이 여전히 격려받지 못하고, 성인이자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최소한의 공감조차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다. 그들의 눈으로 보면 새롭게 직면한 세상은 '꼰대'들만 넘쳐나는 극혐의 세상일 수도 있다.  

수많은 질문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한 가지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많은 청년이 신천지에 발을 들여놓고 인생을 망치게 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신천지 문제를 청년 세대가 직면한 문제와 연결지어 함께 분석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몇몇 청년이 아니라 신천지 신도 중 가장 많은 비율을 다양한 문제에 답을 찾는 20대 청년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청년 세대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들의 필요를 찾아내 함께 고민해야 함을 말해준다. 당장의 문제 해결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때로는 격려가, 그리고 때로는 진정어린 공감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정책적인 것을 넘어 일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우리사회, 그리고 조직, 다양한 공동체를 함께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어른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의미있는 참여를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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