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관심의 회복

6월 30일 판문점에서 있은 남.북.미 정상의 이벤트는 성공이었다. 짧은 시간에, 그것도 한 사람의 즉흥적인 제안으로 긴 준비과정 없이 이뤄진 것이니 효율성과 비용 면에서 봐도 대성공이다. 짤 짜여지지 않았고 그래서 정상들의 동선, 경호, 언론 촬영 등과 관련해 이런저런 해프닝이 있었지만 대중은 그것을 충분히 이해했고 오히려 즐겼다. 이벤트업계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부러워할만한 것이었다. 가장 큰 성공은 남.북.미 대화와 관계의 교착상태로 낮아진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높였다는 점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대폭 오른 것을 봐도 판문점의 남.북.미 회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았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벤트와 대중 관심의 변화는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 현안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이다. 여전히 정부는 이벤트 공급자, 국민은 소비자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동안 남북 문제와 한반도 평화 현안, 그리고 그에 따른 정책과 대응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더 이상 사회로 확산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일부 시민단체들과 소위 전문가들을 제외한 민간의 참여는 여전히 정부가 벌여놓은 판을 소비하거나 참관 내지 관찰하는 데 머물러 있다. 물론 정부는 여론조사를 통해 대중의 욕구와 특정 사안에 대한 지지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선적으로 정책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 국내 정치, 국제정치 등을 고려하고 그것은 때로, 또는 자주 대중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평화.통일교육 등에서 대중의 참여를 강조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댓글 다는 정도의 소극적 참여 밖에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무력감의 호소다. 판문점 회동 이벤트가 대중 관심을 회복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이제 관심도는 계속 하락할 것이다. 또 다른 이벤트가 있을 때까지 말이다.

 

공급과 소비 관계의 해체

지금까지 남북 관계 및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은 철저하게 하향식(top-down) 방식이고 대중은 지지율로 답하는 장식품 정도에 머물러왔다. 한반도 평화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지만 대중이 소비자 내지 관찰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민주사회방식과도 어긋난다. '평화'에 방점을 찍는다면 더욱 문제다. 평화는 부과되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정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평화가 정책결정자들이나 협상대표들의 점유물이 된다면 그것은 모두의 평화가 아니라 정치를 위한, 또는 최악의 경우 일부 기득권층을 위한 평화가 될 수 있어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 현안과 대중을 연결시키는 정부의 정책과 노력은 실패했다. 대다수 시민사회의 접근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민감한 사안을 다룬다는 이유로 여전히 엘리트 중심의 폐쇄적인 태도와 행동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지난 달 오슬로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가 '국민을 위한 평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목표를 정말 현실화하기 원한다면 먼저 정부는 대중과 정부 사이 고착된 공급자와 소비자 관계를 해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계속 이벤트를 만들 수 없고, 남북관계 변화와 한반도 평화는 이벤트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중을 한반도 평화 관련 소비자나 단순 관찰자가 아닌 중심자 내지 실행자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국민이 함께 갈 수 있고 사회적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다수의 대중이 단순 소비자나 관찰자에서 벗어나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고민하는 책임있는 '시민'이 돼야 한반도 평화는 성취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한 평화'가 될 수 있고, 나아가 한반도에 사는 모두의 평화가 될 수 있다. 물론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대중도 스스로 단순 소비자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 정책의 비판적 평가자 및 감시자, 사회적 담론 생산자, 민-관 소통 기획자 및 실행자, 정책 참여 요구자 새로운 역할을 만드는 대중의 적극적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Posted by 정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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