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인간안보

기상청이 내일(25일) 미세먼지를 씻어낼 가능성을 보기 위해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로 했다. 사실 전망은 부정적이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으로 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언급도 한몫을 했다. 미세먼지는 생활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이 됐다. 날이 따뜻해도 미세먼지 때문에 마음대로 산책을 할 수 없다. 실내에 있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커피숍도, 지하철 통로도, 극장도 드나드는 사람이 많으니 모두 미세먼지 투성이다. 인구 많은 나라에서 사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다.

 

미세먼지 문제는 환경 문제가 아니다. 안전한 삶의 문제다. 그것을 넘어 인간안보(human security) 문제다. 유엔은 현재의 세계가 장기적 위기, 무력 분쟁, 자연 재해, 빈곤, 질병, 경제 하락 등으로 인해 위협과 불안이 넘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런 일이 평화, 안정, 지속가능한 개발을 약화시키고 인간의 삶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안보는 인간의 "생존, 생계, 존엄에 대한 광범위하고 복잡한 도전들을 밝히고 다루는 것을 지원하는 접근"이라고 정의한다. 한 마디로 인간안보는 각 국가가 직면한 상황에서 인간의 안전한 삶을 방해하는 모든 문제를 다루는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접근을 의미한다. 핵심은 인간을 보호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인간안보'는 흔히 무장과 무력 향상이 안전한 삶을 보장한다고는 '국가안보'의 대체 개념으로 이해된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미 인간안보로 이동한지 오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수준에 어울리지 않게 여전히 국가안보를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는 인간안보 접근에서 보면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문제지만 여전히 긴급하고 체계적인 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무기수입과 인간안보의 공존?

이 와중에 최근의 무기거래 결산서 하나가 공개됐다. '2018년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포함된 '미국 2008-2017 무기 수출 현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이 기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미국 무기 수입국 3위였다. 액수로는 7조 6000원이 넘었다. 한국의 무기 수입 현황을 봐도 미국산이 53%로 가장 많았다. 2014년에 한국은 내전 중인 국가들까지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무기를 많이 수입한 나라가 되기도 했다. 2017년 국방예산은 전 세계 10위였다. 세계지도를 펴면 보이지도 않을만큼 작은 나라인데 말이다. 계속된 한반도의 긴장과 남북대결 때문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국방예산이 줄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국방예산은 46조 7000억원이다. 여전히 정부 예산의 약 10% 수준이다. 그리고 국방부가 1월 11일 발표한 '2019-2023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5년 동안 총 270조 7000억원의 국방예산이입될 예정이다. 연평균 7.5% 인상율이다. 이 가운데 94조 1000억원이 방위력 개선비다. 주로 새로운 무기의 구입, 배치, 운영 등과 관련해 쓰게 될 비용이다. 국방부는 '강한 안보, 책임 국방' 구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위력 개선비 비율은 올해 32.9%에서 2023년에는 36.5%로 높아질 예정이다.

 

모든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하나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국방예산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가 여전히 '국가안보'에 목을 메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실질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조금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안보'보다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국방예산을 줄이면, 아니 동결시키기만 해도 향후 5년 동안 37조원 이상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 된다. 거기에는 적극적으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찾는 것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 당장 필요한 것은 '강한 안보'라는 구호 아래 써먹을 수 없는 무기를 계속 사들이고 비대한 군대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미세먼지 감소와 같은 생명과 삶 전체를 위협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Posted by 정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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