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50년의 점령을 견디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50년을 맞아 점령을 끝낼 방법을 모색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2017년 6월 20-22일 열린 회의는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WCC)가 주최했고 전 세계 교회 대표들과 팔레스타인 교회 및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베들레헴의 분리장벽과 감시카메라


회의는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에서 열렸다. 베들레헴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영토(occupied Palestine territories)’에 속해 있다. 순례자들이 찾는 예루살렘의 구도시(Old City)도 마찬가지다. ‘점령 50년’은 1967년 6월의 6일 전쟁 이후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팔레스타인 민족은 살던 땅에서 쫓겨나고 재산을 몰수당하며 무력으로 공동체가 파괴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 1967년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요르단에 속해 있던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를 점령하면서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살게 됐다. 그렇다면 WCC는 왜 ‘점령 50년’을 강조하고 재확인하는 회의를 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이스라엘의 점령, 억압, 차별정책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정의와 평화가 무너지고 그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스런 삶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WCC와 세계교회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며 해 온 일을 평가하고 점령 종식을 위해 향후 할 일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특별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간을 통해 희망을 볼 수 없는, 그렇지만 다른 길이 없어 희망 밖에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을 재확인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점령 하에서 교육, 이동, 직업, 농사, 공공서비스, 미래 등 모든 일상이 억압, 통제, 차별을 받고 있고, 그로 인해 미래가 불확실하며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지붕 없는 감옥’에 살고 있음을 증언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강조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팔레스타인 점령은 국제사회의 무관심으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 특별히 세계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낙관적 상황이어서가 아니라 극도로 비관적 상황이기 때문에 “희망”을 얘기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셋째는 현재의 점령 상황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 모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곧 이스라엘의 해방”이며 그것이 모두가 안전해지는 길임을 강조했다. 특별히 유대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가 극단주의로 흐르고 종교를 무기화하는 것을 중단시켜야 하며,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동예루살렘이 종교 전쟁터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 세계교회가 점령 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전 세계와 공유하고 설명하며 점령을 끝내는데 앞장서줄 것을 요청했다.


회의에서는 팔레스타인기독교단체연합((National Coalition of Christian Organizations in Palestine)이 WCC에 보내는 공개서한이 발표됐다. 서한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점령 하에서 고통 받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땅에서 정의와 평화가 외면 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서한은 WCC가 10년 전인 2007년 암만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표하고 세계교회가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할 것을 촉구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별히 암만 회의 이후 일부 교회들의 입장이 후퇴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많은 교회들이 여전히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포장 뒤에 숨어서 비판을 주저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서한은 현재 팔레스타인은 “불가능한 순간”과 “긴급함” 이상의 상황에 직면해 몰락하기 직전의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세계교회의 연대와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 서한은 몇 가지 면에서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팔레스타인의 풀뿌리 기독교 단체들부터 교회기관들까지 다양한 집단들이 참여하고 합의해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이스라엘을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이었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세계교회가 그것에 대해 외교적, 정치적 수사나 입장으로 모호하게 대응하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적극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는 점이다. 셋째는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 긴급하고 포기할 수 없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는 세계교회를 포함한 전 세계 대중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공유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점령이 절대 종식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WCC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룰 프로그램을 설치해줄 것과, 이스라엘에 대한 BDS(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 즉 보이코트, 투자 철회, 제재를 강화하고 전 세계가 이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제사회와 세계시민, 점령을 지속시키다

이번 회의의 단 하나 목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내기 위해 교회가 할 일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목표는 한 줄로 정리될 수 있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넘어야 할 큰 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점령이 50년 동안 계속된 이유는 결코 이스라엘의 무력과 억압 때문만이 아니다. 그런 이스라엘을 묵인해 온 국제사회의 이중적인 태도와 세계시민들의 무관심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점령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억압과 인권침해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한 번도 가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서방세계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인 단체들의 강력한 로비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세계시민들은 극단적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부당함을 보지 않고 이스라엘 정부의 조직적인 억압, 탄압, 무장 공격, 인권 침해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무장 저항이나 테러 공격과 동일시한다. 그래서 양비론으로 모두가 잘못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싸움을 멈추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단순하고 냉정하게 얘기한다. 국제사회와 세계시민들의 이런 방관적 태도는 결국 지난 50년 동안 이스라엘의 점령을 가능하게 했고, 앞으로 50년, 100년의 점령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보면 팔레스타인 점령 50년, 그리고 50년을 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점령은 전 세계인에게도 일부분 책임이 있는 셈이다.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스라엘의 억압, 통제, 차별, 인권침해는 과거 유럽국가들이나 일본이 식민지에서 했던 것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곳곳에 검문소를 세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닭장 같은 검문소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게 만들고, 때로 저항하면 때리거나 죽이기도 하는 일이다. 또한 높이 8미터가 넘는 분리장벽을 세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분리하고, 땅을 불법 몰수해 정착촌을 세우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국제법에 의해 불법으로 판명이 났지만 이스라엘은 개의치 않고 있다. 국제사회가 효력 없는 국제법만 거론하고 실제 이스라엘에 압박이 될 수 있는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이스라엘에 막대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을 지속하고, 불법 분리장벽과 정착촌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그들의 땅에서 내쫓는 정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 내부의 저항이나 에너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전 세계가 무관심하고 때로 외교문제 뒤에 숨어서 피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팔레스타인 문제는 결국 우리 모두의 죄악이자 이기심과 무지를 드러내는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점령의 지속에 기독교인들이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성지를 방문하면서 이스라엘의 관광 수입을 늘려주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반유대적이고 테러주의자들이라는 이스라엘의 일방적 주장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한다. 그런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성지 순례는 팔레스타인 전체는 물론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때로 기독교인들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에 지지를 표하면서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을 분노와 절망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번 회의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성지 순례자들은 반드시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교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교회와 기독교인은 특별히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유대인이 하나님의 선택을 받는 민족이라는 주장을 하며 이스라엘의 국가 수립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 및 민족말살 정책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임 점령과 억압을 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갈등연구소>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소식을 나눠볼 생각이다.


Posted by 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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