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6일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의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갈등이 발생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 그리고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의대 정원 확대를 철회하라는 의사 집단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대결이 형성된 것이다. 의사들, 특히 전공의들이 정부의 결정에 저항해 집단으로 사직을 하고 병원을 떠나면서 갈등은 본격적으로 전개됐고 동시에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후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신청했고 의대 교수들 또한 사직하면서 갈등은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갈등은 의료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갈등을 악화시키고 위기로 치닫게 만든 데에는 양측의 태도와 행동,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인 구조의 문제가 있다.
요한 갈퉁은 갈등을 A(attitude/태도), B(behavior/행동), C(contradiction/구조적 모순)의 꼭지점으로 구성되는 갈등삼각형을 통해 분석했다. 갈퉁은 갈등이 완전한 모습이 되려면 세 개의 요소가 다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갈등을 세 개의 요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했다(Ramsbotham, Woodhouse and Miall, Comtemporary Conflict Resolution(second edition), 2008, Polity, p.10). 세 개의 요소를 가진 갈등삼각형은 갈등분석 도구로도 이용된다. 이 분석 도구를 이용하면 갈등 당사자들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상호 인식, 그리고 당사자들이 공유한 구조적 문제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정주진 지음. 『갈등해결 수업』. 철수와영희, 2021, pp.133-137).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갈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도구의 적용을 통해 갈등이 악화된 원인을 이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갈등의 장기화와 교착상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갈등은 B, 즉 드러난 행동을 통해 시작된다. 행동이 갈등의 시작이 되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서로 상대의 행동을 저항, 공격, 비난 등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쪽의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상대에 의해 해석되고 이해되는 행동이 갈등의 발생과 전개, 그리고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어느 한쪽의 행동이 공격과 비난의 의도를 가지지 않았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공격과 비난으로 해석한다면 그로 인해 갈등이 야기되거나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갈등삼각형을 갈등분석 도구로 이용할 때의 핵심은 상대의 행동에 대한 당사자들의 견해를, 즉 의사 집단의 행동에 대한 정부의 견해, 그리고 정부의 행동에 대한 의사 집단의 견해를 파악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사 집단이 정부의 발표 후에 정부에 대해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발표를 비난하면서 집단 사직으로 응수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공격적인 행동이라고 정부는 판단했다. 정부 결정에 대한 의사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도 공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해석했다. 의사 집단 또한 정부의 말과 행동이 공격적이라고 생각했다. 의사 집단과의 사전 협의나 합의도 없이 갑자기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 의사 집단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이고,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비난하고 의사들을 노골적으로 매도하는 말 또한 공격적인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건 위선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들은 또한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결국 의료대란을 만든 무능함을 숨기기 위해 의사들을 매도하고 고립시키는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의 태도(A)에 대한 견해 또한 아주 부정적이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정부에 대한 매우 공격적인 태도로 보았다. 이어진 의대생들의 휴학과 의대 교수들의 사직 또한 똑같이 정부에 대한 공격과 반목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태도라고 해석했다. 특히 사직은 의사로서 직업윤리를 버리고 환자를 외면한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태도라고 보았다. 정부 태도에 대한 의사 집단의 해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사 집단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의사 집단과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매우 공격적이고 비열한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제대로 된 세밀하고 장기적인 계획과 청사진이 없이 의대 정원 확대만 주장하는 정부의 태도를 매우 무책임하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정부와 의사 집단 모두 상대의 태도를 공격적이고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이라고 보았다. 이로 인해 상대에 대한 증오가 높아지고 반목이 강화됐으며 갈등이 악화됐다.
정부와 의사 집단이 공유하는 C는 구조적인 문제와 상황을 말하며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갈등은 보통 당사자들 사이 반목과 충돌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갈등 당사자들이 공유하는 오래되고 고착된 구조적인 문제와 상황이 있다. 이를 다루지 않고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의사 집단이 공유하는 구조적인 문제와 상황은 여러 가지인데 크게 의료, 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 갈등 대응 체계 등의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의료 문제는 공공의료기관 부족, 의료수가 문제, 필수의료 인력 부족, 전공의 업무 및 노동시간 문제,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서비스 격차 등으로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과 관련해서는 일방적 정책 결정, 당사자 집단과의 소통과 협의 부족 또는 부재, 체계적인 의견 및 여론 수렴 부재, 장기적 안목과 대응의 부족, 닫힌 행정, 갈등 민감성 부족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갈등 대응 체계와 관련된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도 있다. 여기에는 사회갈등 및 공공갈등 해결 체계의 부재, 갈등 예방을 위한 의견 수렴 체계의 부재, 대화와 합의를 근간으로 하는 갈등해결 접근의 부재 등이 있다. 이외에도 의사의 사회적 지위, 경쟁사회, 계급사회, 빈부격차, 심각한 수도권과 지방 격차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 또한 구조적 문제와 상황으로 언급될 수 있다. 정부와 의사 집단은 이 모든 문제를 공유하고 그런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갈등을 겪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건 구조적 문제와 상황을 통제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갈등 당사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그런 문제들을 외면했든, 무의식적으로 간과했든, 장기적인 문제로 생각해 미루는 선택을 했든, 또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든,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가 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많은 공공갈등의 특징 중 하나고 정부와 의사 집단 갈등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기도 하다. 공공갈등의 당사자 중 하나인 정부나 공공기관은 근본적인 원인인 구조적 문제를 규명, 확인, 개선할 책임이 있지만 이를 외면하곤 한다. 그리고 갈등 상대의 행동과 태도에만 초점을 맞춰 갈등을 악화시키곤 한다. 정부와 의사 집단의 갈등에서도 이것이 가장 유감스럽고,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점이다. 물론 의사 집단도 앞에서 언급한 많은 구조적 문제에 연루되어 있다. 그리고 구조적 문제는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단시간에 개선되기 힘들고 장기간의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고 다루는 건, 그리고 관련된 당사자 집단과 함께 개선을 위한 통합적 접근과 정책을 만드는 건 정부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갈등을 해결할 돌파구 내지 실마리를 만들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정부가 쥐고 있다.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갈등에서 두 당사자가 일차적으로 복기해야 하는 건 상대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평가다. 그 해석과 평가는 기본적으로 주관적이고 덧붙여 상대에 대한 분노와 질타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것은 주관적이라 할지라도 상대의 행동과 태도가 미친 영향에 의해 생긴 것이므로 ‘감정적’인 것으로만 취급할 수 없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면—사실 이 갈등은 공공 사안이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상대에 대한 주관적인 이해를 넘어 그런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 객관적인 사실과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구조적 문제와 상황을 확인하고 다룰 수밖에 없다. B와 A, 즉 행동과 태도는 갈등이 불거지고 악화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그리고 C는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분석하고 눈여겨봐야 한다.
공공갈등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나 공공기관, 그리고 특정 이익집단이나 주민집단 사이에 생긴 갈등이라 할지라도 사회 전체의 이익, 그리고 미래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 는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이고 그러므로 관련된 인적 자원을 관리하고 공급하는 일은 전 사회적 현안이다. 이는 결국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갈등이 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갈등을 해결하는 접근은 두 당사자를 넘어 사회의 다양한 집단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 대결을 중단하기 위해 양자 대화와 합의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공공서비스 중 하나인 보건의료 서비스 문제의 규명과 개선이라는 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를 사회적 현안 및 장기적 과제로 다루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한 통합적이고 포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024년 2월 6일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의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갈등이 발생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 그리고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의대 정원 확대를 철회하라는 의사 집단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대결이 형성된 것이다. 의사들, 특히 전공의들이 정부의 결정에 저항해 집단으로 사직을 하고 병원을 떠나면서 갈등은 본격적으로 전개됐고 동시에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후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신청했고 의대 교수들 또한 사직하면서 갈등은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갈등은 의료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갈등을 악화시키고 위기로 치닫게 만든 데에는 양측의 태도와 행동,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인 구조의 문제가 있다.
요한 갈퉁은 갈등을 A(attitude/태도), B(behavior/행동), C(contradiction/구조적 모순)의 꼭지점으로 구성되는 갈등삼각형을 통해 분석했다. 갈퉁은 갈등이 완전한 모습이 되려면 세 개의 요소가 다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갈등을 세 개의 요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했다(Ramsbotham, Woodhouse and Miall, Comtemporary Conflict Resolution(second edition), 2008, Polity, p.10). 세 개의 요소를 가진 갈등삼각형은 갈등분석 도구로도 이용된다. 이 분석 도구를 이용하면 갈등 당사자들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상호 인식, 그리고 당사자들이 공유한 구조적 문제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정주진 지음. 『갈등해결 수업』. 철수와영희, 2021, pp.133-137).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갈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도구의 적용을 통해 갈등이 악화된 원인을 이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갈등의 장기화와 교착상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갈등은 B, 즉 드러난 행동을 통해 시작된다. 행동이 갈등의 시작이 되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서로 상대의 행동을 저항, 공격, 비난 등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쪽의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상대에 의해 해석되고 이해되는 행동이 갈등의 발생과 전개, 그리고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어느 한쪽의 행동이 공격과 비난의 의도를 가지지 않았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공격과 비난으로 해석한다면 그로 인해 갈등이 야기되거나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갈등삼각형을 갈등분석 도구로 이용할 때의 핵심은 상대의 행동에 대한 당사자들의 견해를, 즉 의사 집단의 행동에 대한 정부의 견해, 그리고 정부의 행동에 대한 의사 집단의 견해를 파악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사 집단이 정부의 발표 후에 정부에 대해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발표를 비난하면서 집단 사직으로 응수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공격적인 행동이라고 정부는 판단했다. 정부 결정에 대한 의사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도 공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해석했다. 의사 집단 또한 정부의 말과 행동이 공격적이라고 생각했다. 의사 집단과의 사전 협의나 합의도 없이 갑자기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 의사 집단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이고,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비난하고 의사들을 노골적으로 매도하는 말 또한 공격적인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건 위선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들은 또한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결국 의료대란을 만든 무능함을 숨기기 위해 의사들을 매도하고 고립시키는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의 태도(A)에 대한 견해 또한 아주 부정적이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정부에 대한 매우 공격적인 태도로 보았다. 이어진 의대생들의 휴학과 의대 교수들의 사직 또한 똑같이 정부에 대한 공격과 반목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태도라고 해석했다. 특히 사직은 의사로서 직업윤리를 버리고 환자를 외면한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태도라고 보았다. 정부 태도에 대한 의사 집단의 해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사 집단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의사 집단과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매우 공격적이고 비열한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제대로 된 세밀하고 장기적인 계획과 청사진이 없이 의대 정원 확대만 주장하는 정부의 태도를 매우 무책임하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정부와 의사 집단 모두 상대의 태도를 공격적이고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이라고 보았다. 이로 인해 상대에 대한 증오가 높아지고 반목이 강화됐으며 갈등이 악화됐다.
정부와 의사 집단이 공유하는 C는 구조적인 문제와 상황을 말하며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갈등은 보통 당사자들 사이 반목과 충돌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갈등 당사자들이 공유하는 오래되고 고착된 구조적인 문제와 상황이 있다. 이를 다루지 않고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의사 집단이 공유하는 구조적인 문제와 상황은 여러 가지인데 크게 의료, 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 갈등 대응 체계 등의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의료 문제는 공공의료기관 부족, 의료수가 문제, 필수의료 인력 부족, 전공의 업무 및 노동시간 문제,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서비스 격차 등으로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과 관련해서는 일방적 정책 결정, 당사자 집단과의 소통과 협의 부족 또는 부재, 체계적인 의견 및 여론 수렴 부재, 장기적 안목과 대응의 부족, 닫힌 행정, 갈등 민감성 부족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갈등 대응 체계와 관련된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도 있다. 여기에는 사회갈등 및 공공갈등 해결 체계의 부재, 갈등 예방을 위한 의견 수렴 체계의 부재, 대화와 합의를 근간으로 하는 갈등해결 접근의 부재 등이 있다. 이외에도 의사의 사회적 지위, 경쟁사회, 계급사회, 빈부격차, 심각한 수도권과 지방 격차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 또한 구조적 문제와 상황으로 언급될 수 있다. 정부와 의사 집단은 이 모든 문제를 공유하고 그런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갈등을 겪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건 구조적 문제와 상황을 통제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갈등 당사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그런 문제들을 외면했든, 무의식적으로 간과했든, 장기적인 문제로 생각해 미루는 선택을 했든, 또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든,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가 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많은 공공갈등의 특징 중 하나고 정부와 의사 집단 갈등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기도 하다. 공공갈등의 당사자 중 하나인 정부나 공공기관은 근본적인 원인인 구조적 문제를 규명, 확인, 개선할 책임이 있지만 이를 외면하곤 한다. 그리고 갈등 상대의 행동과 태도에만 초점을 맞춰 갈등을 악화시키곤 한다. 정부와 의사 집단의 갈등에서도 이것이 가장 유감스럽고,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점이다. 물론 의사 집단도 앞에서 언급한 많은 구조적 문제에 연루되어 있다. 그리고 구조적 문제는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단시간에 개선되기 힘들고 장기간의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고 다루는 건, 그리고 관련된 당사자 집단과 함께 개선을 위한 통합적 접근과 정책을 만드는 건 정부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갈등을 해결할 돌파구 내지 실마리를 만들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정부가 쥐고 있다.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갈등에서 두 당사자가 일차적으로 복기해야 하는 건 상대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평가다. 그 해석과 평가는 기본적으로 주관적이고 덧붙여 상대에 대한 분노와 질타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것은 주관적이라 할지라도 상대의 행동과 태도가 미친 영향에 의해 생긴 것이므로 ‘감정적’인 것으로만 취급할 수 없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면—사실 이 갈등은 공공 사안이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상대에 대한 주관적인 이해를 넘어 그런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 객관적인 사실과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구조적 문제와 상황을 확인하고 다룰 수밖에 없다. B와 A, 즉 행동과 태도는 갈등이 불거지고 악화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그리고 C는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분석하고 눈여겨봐야 한다.
공공갈등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나 공공기관, 그리고 특정 이익집단이나 주민집단 사이에 생긴 갈등이라 할지라도 사회 전체의 이익, 그리고 미래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 는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이고 그러므로 관련된 인적 자원을 관리하고 공급하는 일은 전 사회적 현안이다. 이는 결국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의 갈등이 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갈등을 해결하는 접근은 두 당사자를 넘어 사회의 다양한 집단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와 의사 집단 사이 대결을 중단하기 위해 양자 대화와 합의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공공서비스 중 하나인 보건의료 서비스 문제의 규명과 개선이라는 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를 사회적 현안 및 장기적 과제로 다루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한 통합적이고 포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