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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분쟁과 국제사회의 이중 잣대

202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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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무력 분쟁이 던지는 질문들

무력 분쟁(armed conflict)은 무장 집단 간, 국가 간, 또는 무장 집단과 정부 간 무력을 동원한 대결과 전투를 의미한다. 보통 한 해 2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무력 분쟁으로,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전쟁으로 분류된다. 전쟁은 큰 틀에서 무력 분쟁으로 여겨진다.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무력 분쟁이 진행 중이다.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건 그중 몇 개에 불과하다. 모든 무력 분쟁은 인명 손실과 사회 파괴 등의 피해를 동반한다. 가장 큰 피해는 피란과 징병으로 인한 가족 해체, 가까운 사람의 사망 및 부상, 삶의 터전인 집과 고향의 상실 등에서 기인한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회기반시설과 문화시설의 파괴, 인적 자원과 문화 자원과 상실, 환경 파괴 등으로 집단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피해가 발생한다. 이런 다양한 피해는 단기간에 복구되지 않거나 때로는 전혀 복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와 공동체에 중대한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유엔 헌장은 국가 간의 침략 전쟁만 금지하고 있으나 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무력 분쟁 또한 인명 손실과 사회 파괴의 측면에서 국가 간 무력 분쟁보다 결코 피해가 덜하지 않다. 인명 손실과 복구될 수 없는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모든 무력 분쟁은 국제사회 및 인간사회의 규범을 어기는 것이다. 특히 무력 사용을 문제해결의 유효한 방식으로 여기고 살상과 파괴를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건 인류의 보편적 윤리에 반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모든 무력 분쟁은 엄격하게 금지되어야 함에도 세계 곳곳에서 무력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무력 분쟁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 시작해서 10월 초 현재 3년 7개월을 넘겼고 2023년 10월 7일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은 만 2년이 됐다. 누구도 두 개의 전쟁이 이렇게 길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으로 인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휴전 또는 종전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대는 빗나갔고 계속되는 전쟁은 국제 정치 질서를 뒤흔들고 세계의 분열을 가속화했다.

두 개의 전쟁은 이를 목격하는 국제사회에 여러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가장 우선적인 질문은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전쟁을 문제해결 수단의 하나로 볼 수 있는가?’ 등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렇다면 ‘정당한 전쟁은 가능한가?’, ‘정당한 전쟁은 인정되어야 하는가?’, ‘전쟁으로 평화 성취가 가능한가?’ 등의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정당한 전쟁은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등의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국가 차원에서, 그리고 집단과 개인의 학문적, 철학적, 사회적 배경과 인식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본 글의 목적은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 다만 한가지 짚어야 할 건 질문들에 대한 ‘일반적’ 답이 이미 편향적으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세계인이 전쟁을 문제해결 수단의 하나로 인정한다. 전쟁이 평화 성취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의 정당성 여부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다수 국가와 개인은 전쟁의 정당성, 유효성 등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판단에 의존한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은 ‘누가 국제사회를 대표하는가?’인데 이에 대한 실질적인 답은 국제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소위 ‘서방국’ 들이다. 이들이 전쟁의 정당성, 유효성, 지속 필요성, 평화 성취 가능성 등을 판단하고 그에 따른 결정을 전 세계에 부과한다, 나머지 국가들과 세계인은 이런 판단과 결정을 자발적으로, 또는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영향과 피해를 감수한다. 이것이 지금의 세계에서 전쟁과 관련된 판단과 담론이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방식이다.

 

국제사회의 이중 잣대

유엔 헌장 제2조 1항은 “모든 회원국은 국제 분쟁을 국제 평화, 안보,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2항은 “모든 회원국은 국제 관계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협박이나 무력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또한 제33조에는 분쟁 당사국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협상, 조사, 조정, 화해, 중재, 사법적 해결이나 다른 평화적 수단을 모색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정당한 전쟁(just war) 이론이 언급하는 것처럼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쟁이 최후의 수단이 아닌 우선적 수단이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자주 목격되곤 했다. 특히 냉전 시대 종식 후인 1990년대에 권력 장악을 위해 무력에 의존하는 국가 내 무장 집단들 간, 또는 정부와 무장 집단 간 무력 충돌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런 국가 내 무력 충돌은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반면 같은 시기 국가 간 문제해결을 위해 무력에 의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21세기 시작 후 있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그리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런 일반적 인식을 깼다. 또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그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20세기와 특히 1990년대 세계가 목격했던 전쟁의 잔혹함을 모두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과 함께 인류사회의 퇴보를 보여줬다. 특히 냉전 시대 종식 뒤 몇 개 사례를 제외하고는 국가 차원에서 거의 저질러지지 않았던 집단학살과 식량 무기화 같은 전쟁범죄가 이스라엘 국가 차원에서 저질러졌고 국제사회가 이를 제재하지 않았(못했)다는 점은 국제 정치의 심각한 부도덕성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서방국들의 이중 잣대(dual standard)에 대한 비판이 높아진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서방국들의 이중 잣대는 전쟁의 정당성과 자위권에 대한 판단이다. 전쟁의 정당성은 기본적으로 침략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침략을 한 국가의 전쟁은 정당하지 않고 침략을 받은 국가의 합법적인 주체가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선포하는 전쟁은 정당한 전쟁으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대화와 협상이 없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빌미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을 정당하지 않은 전쟁으로 판단했다. 반면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정당하고 불가피한 전쟁으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런 판단과 행동은 세계인에 의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서방국들은 하마스의 선제공격과 민간인 학살 및 납치 뒤 이스라엘의 전쟁 개시와 대규모 공격을 정당한 행위이자 자위권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정했다. 2007년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억압, 그로 인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오랜 세월 지속되고 있던 무력 분쟁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공격 직후부터 자국이 입은 피해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자지구 민간인을 학살하고 민간시설을 파괴했다. 이스라엘은 피해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하마스 전멸’과 가자지구 초토화를 목표로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다. 이는 정당한 전쟁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었다.

정당한 전쟁 이론은 목표 달성을 위한 쉬운 수단으로서의 무력 사용과 전쟁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무차별 공격을 자위권 실행으로 인정했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밝혀지고 식량 무기화로 인한 기근이 선포된 뒤에도 서방국들의 이런 기본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국들의 입장 및 판단과 비교하면 명백한 이중 잣대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가자지구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계획을 위협으로 주장하며 공격한 러시아의 논리와 같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전쟁은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이스라엘의 전쟁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했다. 또한 서방국들은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또한 침략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시리아의 과도 정부가 향후 이스라엘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동의한 것이었다. 이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에서 비롯된 이중 잣대다.

전쟁범죄 판단에 대한 이중 잣대 역시 심각한 문제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민간시설 파괴, 성범죄 등의 전쟁범죄를 비난했다. 2023년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어린이를 강제 이주시킨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푸틴 대통령과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위원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서방국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한편 2024년 11월 21일 ICC는 2023년 10월 8일부터 2024년 5월 20일까지 저지른 반인도주의 범죄와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갈란트 당시 국방장관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터무니 없다”고 반발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대부분의 다른 서방국들은 ICC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는 않았다.

한편 2025년 9월 16일 유엔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genocide)를 저질렀음을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집단학살을 선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유엔이 광범한 자료 조사를 거친 후 처음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확인한 것일 뿐이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의혹은 가자지구 공격 직후부터 제기됐고 2024년 1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할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사실상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은 “근거가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다른 서방국들 또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이스라엘은 ICJ의 명령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집단학살을 계속했고 대다수 서방국들은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서방국들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건 2025년 6월 가자지구의 대규모 기근 상황이 연일 보도되고 특히 아동의 심각한 영양실조와 잇단 사망이 알려진 뒤였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식량 무기화를 방관했던 서방국들은 민감한 아동 기근과 인권 문제는 방관할 수 없었고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무기 공급을 제한하지도 중단하지도 않았고, 이스라엘의 최대 무역 상대인 유럽연합은 이스라엘에 실질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제재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선 굳건한 지지의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또한 전쟁범죄에 대한 서방국들의 이중 잣대를 잘 보여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부차 등에서 저지른 학살과 민간시설 공격에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잔혹하고 모든 전쟁의 규칙을 위반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는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2025년 9월 스페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의 완전한 중단과 강력한 제재를 발표했고 이전에 일부 유럽 국가들은 무기 수출 일부 중단 조치 등을 취했다. 그러나 이런 개별 조치들은 이스라엘을 멈추게 하기엔 너무 늦거나 약했고 유효성을 가진 유럽연합 전체의 결정으로 수렴되지 않았다.

서방국들의 이중 잣대는 인종차별적인 성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2025년 8월 2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폭격으로 23명(어린이 4명 포함)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에 분노했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사망자의 70% 정도가 어린이와 여성인 상황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과 비교되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 가자지구 전쟁에서는 유독 많은 기자가 사망했다. 전쟁이 시작된 2023년 10월 7일 이후 사망한 기자 숫자는 2025년 8월 26일 기준 247명으로 이는 어떤 무력 분쟁 상황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많은 숫자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는 국제언론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상황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기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의도적으로 살해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내 기자들은 모두 현지 거주자들로 이는 이스라엘이 전쟁 직후부터 서방 기자들의 가자지구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거주 기자들의 전쟁 보도를 왜곡된 것으로 부인하곤 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기자들을 쉽게 살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팔레스타인 기자이기 때문이고 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서방국들의 태도와 행동 또한 이스라엘의 인종차별 정책과 연결된다. 그리고 이는 언론의 자유와 언론인에 대한 서방국들의 인종차별적 이중 잣대를 명백히 보여준다.

영토 문제에 대한 이중 잣대도 존재한다.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영토 침탈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장악 및 주민 강제 이주 시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할 뿐 단호하게 저지하지 않았다.

서방국들이 정당성이 없고 불합리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 지역적, 세계적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서방국들은 세계 평화를 핑계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고 진정한 세계 평화는 외면한다. 문제는 서방국들의 담론에 길들여진 세계가 이런 이중 잣대를 쉽게 인정하고 그에 동조한다는 점이다.


이중 잣대가 보여주는 세계 민주주의의 후퇴

서방국들의 이중 잣대는 각국의 국민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방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비난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과 학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고수한 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론의 높은 지지는 유대인에 대한 연민과 죄책감에 기반한 서방국들의 전통적인 지지 태도 때문이기도 했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인질 억류에 대한 반감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서방국들이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뒤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투쟁 입장을 고수한 하마스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비난해온 점이 있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학살, 그리고 인질 억류는 전쟁범죄로 단죄되어야 하고 그런 이유로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금은 사망했지만 하마스 지도자들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서방국들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하마스보다 더한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비난을 자제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서방국들의 여론은 지난 2년 동안 가자지구 전쟁을 목격하면서 변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무차별 군사 작전으로 인한 민간시설 파괴, 그리고 식량 무기화로 인한 최악의 인도주의 재난인 기근 등이 발생하면서 서방국들의 여론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대한 반대로 기울었다.

이스라엘의 가장 큰 우방이자 무기 지원국, 그리고 가자지구 전쟁 지속에 가장 크게 기여함으로써 ‘공범’으로 비난받고 있는 미국 국민의 이스라엘 지지율은 최근 현저하게 낮아졌다. 2025년 7월 말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대한 반대는 60%, 찬성은 32%로 2023년 11월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8%, 무당층에서는 25%만이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다만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지지율이 71%를 기록했다. 2025년 10월 3일 발표된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도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스라엘 군사 작전이 과도하다는 응답은 39%로 2023년 말 27%에서 크게 높아졌고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반대는 59%로 2024년 초 51%에서 8% 상승했다. 이런 여론조사는 미국에서 이스라엘 반대와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소수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여론과는 반대로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이고 무조건적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에서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 또한 비슷한 양사을 보였다. 2025년 6월 3일 유고브가 발표한 영국,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서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국가에서 이스라엘에 호감도가 급락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이 과도하다는 응답은 영국 38%, 덴마크 39%, 프랑스 31%, 독일 40%, 이탈리아 29%, 스페인 30%를 나타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적전을 시작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은 영국 15%, 덴마크 16%, 프랑스 18%, 독일 12%, 이탈리아 24%, 스페인 23%를 기록했다. 두 항목을 합치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반대하는 여론은 49-55%에 달한다. 이와 반대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영국 12%, 덴마크 13%, 프랑스 16%, 독일 14%, 이탈리아 6%, 스페인 12%에 그쳤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가 이뤄지던 당시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이스라엘의 무차별 학살과 식량 무기화에 대해 여전히 비난과 제재를 자제하고 있었다. 이는 서방국들이 계속해서 최악을 갱신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듯 여론을 거스르고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대한 여론 지지율 하락에도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서방국들이 여전히 전범 국가인 이스라엘과 전쟁범죄자인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건 서방국들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7월 이후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 9월 유엔 총회에 맞춰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상징적일 뿐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는데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서방국들은 이를 알고 있었고 이스라엘 또한 그것이 보여주기 위한 압력임을 알고 있었다. 결국 그뒤로도, 그리고 유엔 총회 직전에, 그리고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잇달아 발표된 후에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주민들의 강제 피란, 식량난 등은 계속됐다.

무력 분쟁과 관련해 세계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쟁 담론, 즉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보장할 수 있으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전쟁도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의 확산이다. 문제는 힘에 의한, 그리고 강자의 평화에 초점을 맞춘 이런 전쟁 담론이 국제 정치를 장악한 서방국들에 의해 주장되고 전 세계에 강요된다는 점이다. 또한 거기에는 공정함과 합리성으로 위장한 서방국들의 이중 잣대와 강요가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전쟁 담론의 확산은 전쟁 승인 정서를 강화하고 전쟁으로 인한 인도주의 재난을 불가피한 피해로 인정하도록 강요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전쟁 소식, 인명 살상, 파괴 등에 무감각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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