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평화평화갈등 이야기국제 평화

IS의 이슬람, 증오와 복수

이번에는 프랑스인 참수다. 미국인 기자 2명, 영국인 구호단체 직원 1명에 이은 것이다. 참수된 프랑스인은 그냥 평범한 민간인이었다. 알제리에서 여행을 하다 무장단체에 잡힌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를 참수한 것은 IS가 아니라 최근 IS에 충성을 맹세한 '준드 알 칼리파'라는 알제리 무장단체였다. 이 단체는 얼마 전까지는 알 카에다에 소속된 단체였다. IS에 대한 프랑스의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참수를 단행했지만 이들의 본래 목적은 다른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IS에게 충성심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민간인을 그것도 잡힌지 나흘만에 참수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의 이슬람 무장 단체들이 이런 식으로 이른바 '대세'가 된 IS를 추종하고 충성심 경쟁을 벌인다면 정말로 큰일이다. 한편 IS는 자신들이 점령한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에서 한 여성을 공개 처형했다. 25일 유엔은 모술 지역의 인권변호사인 이 여성이 자신의 SNS를 통해 IS가 종교시설을 파괴한 것을 비판했다가 17일 자택에서 IS에 체포됐고, 22일 공개 처형당했다고 밝혔다. IS는 이슬람법을 적용하는 샤리아 법정에서 그녀에게 배교 혐의를 적용해 사형 선고를 내렸고 곧바로 처형을 단행했다. 

 

서방 국가들은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여 있다. 서방국가들의 공격이 매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확히 몇 명의 인질이 어느 곳에 잡혀있는지 파악할 수도 없고, IS만이 아니라 이곳저곳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충성심과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참수를 단행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서방국가들은 몸값이라도 주면서 자국민을 빼내오지 않는 것일까? 국제사회에서는 테러 집단이나 무장 단체에게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비공식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 한번 몸값을 지불하면 몸값을 위한 납치가 이어질 것이고 몸값도 계속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간혹 몸값을 주고 자국민을 빼내오는 경우도 없진 않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몸값의 지불 여부와 액수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이미 자국민을 잃었지만 '몸값 지불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자국민들도 그런 원칙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를 비난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앞으로 몇 사람이 더 참수형을 당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포심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서방국가들의 또 다른 공포는 자국 내 테러에 대한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수많은 서방국가들에서 3,000명 정도가 IS, 또는 연계된 무장 단체에 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귀국해 자국 내에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IS는 미국의 공격을 지원하는 국가들 모두에 대해 복수를 다짐했고 서방의 공격이 심해지고 타격이 커지면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서방 국가 내에서 테러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이론상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세계는 최대의 시련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이럴 땐 테러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로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럴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이다.  

 

IS와 극단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잇단 참수형과 공포 통치는 이슬람 종교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그들이 가진 증오의 근본은 무엇일까가 궁금해진다. 물론 그들이 정상적인 무슬림들이 아니라 근본주의 신앙인들이고 이슬람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쯤은 전문가가 얘기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이슬람 신앙을 이념적 토대로 삼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왜 다른 종교도 아닌 이슬람 신앙을 내세운 무장단체가 가장 많을까 하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또 다른 의문은 자신을 거역하는 사람을 참수형에 처하는 것이 정말 이슬람 신앙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무장단체마다 내 세우는 '지하드'는 정말 '비이슬람' 또는 '반이슬람'을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슬람 무장 세력이 많은 이유는 많은 무슬림 국가와 사회가 국제사회 내에서 상대적 약자인 경우가 많음을 말해준다. 물론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이란, 인도네시아 등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나라들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IS와 IS를 지지하는 많은 무장 단체들의 증오와 참혹한 복수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제 IS나 지지하는 무장단체들은 더 이상 약자도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변명삼아 내세우는 것이 세계 곳곳에서 약자로 핍박받는 무슬림 형제 자매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핍박받는 형제 자매들은 팔레스타인, 소말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기도 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가 내의 무슬림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장 단체들은 핍박받는 무슬림들이 모두 서방국들의 잘못된 국제 정치와 이해관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충 뚝 잘라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그러니 비록 IS나 지지하는 무장 단체들이 모두 '정신나간 이슬람 극본주의자'인 것은 맞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만든 세계가 현재의 공포를 만든데 대해 최소한 반은 책임을 지고 근본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무슬림 형제, 자매들'의 수는 늘어가고 무장 단체들은 전성기를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에 대한 혼란스런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이슬람 학자들이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120 명이 넘는 전 세계의 저명한 이슬람 학자들은 IS에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IS가 이슬람 신앙을 매우 잘못 해석하고 있으며 그것이 이슬람 신앙은 물론 무슬림들과 전 세계에 공격이 되고 있다고"고 지적했다. 그들은 강한 어조로 IS가 "이슬람을 가혹하고 잔인한 고문과 살인의 종교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의 속도 타들어갈 것이다. 이슬람이 갈수록 증오, 복수, 테러의 상징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지하드'를 전 세계에서 비이슬람 세력을 모두 없애버리는 극단적 무장 저항으로 해석하고 있으니 더 기가 찰 노릇이다. 사실 '지하드'의 뜻은 '투쟁' 또는 '저항'으로 보통 '진리를 찾기 위한 신성한 투쟁, 또는 저항'으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무장세력들은 이것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무장 투쟁을 정당화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증오와 복수를 가르치는 종교는 없다. 다만 종교를 이용해 증오와 복수를 정당화시키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제도화된 종교나 종교단체는 때로 증오와 복수를 가르친다. 그리고 종교를 증오와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때로 종교를 이용해 증오와 복수를 축복하기도 한다. 바로 종교가 폭력의 수단이 되는 지점이다. 모든 종교는 이런 위험 지점을 가지고 있다. 종교가 성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현실에서 형태를 갖추고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종교가 폭력이 되는 것, 그리고 그런 폭력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 종교의 구성원이 된 모든 사람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 자신이 참여함으로써 그 종교가 이 세상에서 가시적인 세를 형성하고, 그것을 가지고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종교가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희생에 대한 설명을 찾을 길이 없고 희생자를 위로할 길이 없다.

강의·워크숍 안내
평화갈등연구소의 강의·워크숍을 소개합니다.

자세히 보기

평화갈등연구소 Center for Peace & Conflict Resolution
연락처 070 - 8279 - 6431 ( 오전9:00 ~ 오후6:00 / 공휴일 휴무 )
© 평화갈등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 평화갈등연구소 홈페이지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Made ♡ Postree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