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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 테러와의 전쟁

이슬람 국가(IS)가 영국인 구호단체 직원을 참수했고 영상을 공개했다. 두 명의 미국 기자에 이어 세 번째 서방국 희생자다. 문제는 영국인 참수 당시 옆에  또 다른 영국인이 있었고 참수자가 그를 다음 희생자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그는 구호단체에서 트럭운전 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미국인 기자 2명, 영국인 구호단체 직원 1명을 참수한 IS 인물은 동일인으로 키가 크고 런던 액센트를 가진 영국인이다. 영국 정부는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다음 참수 대상이 지목되자 영국 전체가 공포스런 날들을 보내고 있다. 가장 참담한 것은 영국인이 같은 영국인을 참수했고 또 다른 영국인 희생자까지 지목했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를 더 난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IS와 관련 무장단체에 영국인들의 가담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파악된 것은 약 500 명 정도인데 이것은 미국의 100 명 정도보다 훨씬 많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미국인보다 25 배나 많은 수치다. 그렇지만 영국인이 제일 많은 것은 아니다. 의외로 다른 서방국가 출신자들의 가담도 많다. 영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프랑스인 700 명, 독일인 400 명, 벨기에인 3-500 명, 네덜란드인 130 명, 덴마크인 100 명, 오스트리아인 100 명, 스웨덴인 80 명, 스페인인 50-100 명 정도가 가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체 서방국가 국적을 가진 가담자는 2,600-2,900 명 정도다. 이들 대부분은 아무런 민족적, 혈통적 관련이 없는 사람들로 다만 '성전'에 참여하기 위해 시리아로 간 사람들이다. 그들 모두가 현재 IS 소속인지는 알 수 없으나 IS 혹은 관련 무장단체에서 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 이것은 정말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 세계의 충돌일까? 극단적 이슬람 신앙의 확대일까? 아니면 시리아와 이라크의 상황이 가진 어떤 특별한 의미가 이들에게 호소한 것일까? 무릎을 칠 정도의 딱 맞는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하긴 그 답이 찾아졌으면 전 세계가 이렇게 손 놓고 참담한 상황을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머리가 돈 것도 아닌 멀쩡한 젊은이들이 극렬 이슬람 무장단체에 가담한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IS가 매력적이거나 그들이 독실한 무슬림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젊은 무슬림들은 일주일에 한 번도 모스크에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을 무슬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 배후에는 모국이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그들의 반감을 산 국제사회의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런 불만과 반감이 그들의 반인륜적인 학살과 잔인한 행동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보편적 상식에는 반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그들의 종교 세계와 정치 영역에서는 정당화된다는 것이고 그들이 공유하는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통해 계속 강화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분명한 것은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이 대대적으로 펼친 '테러와의 전쟁'이 완전히 실패했고 그 여파가 지금의 현실을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바마는 다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IS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했고 가담자들을 모두 테러리스트로 명명했다. 이런 '테러 담론'은 생각보다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로 '테러집단'으로 딱지를 붙인다는 것은 그들의 행동을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규정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도덕적 근거도, 논리적 기반도, 합리적 판단도 없는 과대망상증 인간들의 도덕성 없는 정치적 욕망과 집단 학살을 통한 목적 달성으로 취급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그들이 왜 테러집단이 됐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테러집단에 가담하는지 등 근본원인에 대한 탐색을 거부한다. 두 번째는 무차별 소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세계 평화와 무고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친 사람들을 취급하는 방법은 지구에서 없애버리는 방법 뿐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악의 무리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테러에 가담한 사람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테러집단, 또는 테러주의자에게는 흉악범이나 사형수에게 보내는 한 줌의 연민도 허락되지 않는다.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실제 이런 '테러 담론'을 가지고 테러와의 전쟁에 임해왔다. 그렇지만 결과는 완전한 실패다. 오히려 그들이 테러집단이라고 부르는 무장세력은 더 성행하거나 끈질진 생명력을 유지해오고 있고, 그런 집단에 가담하는 사람들도 줄지 않고 있다. IS의 사례처럼 오히려 가담이 늘고 있다.

 

IS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직후 이라크 알카에다가 결성된데서 시작됐다. 만일 테러와의 전쟁이 성공했다면 이라크 알카에다가 지속되지도 못하고 현재처럼 큰 세력으로 성장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테러와의 전쟁 자체가 문제였을 것이다. 9.11 테러는 국제사회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리는 처절한 신호와도 같았다. 알카에다가 급진 이슬람 단체지만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에 보낸 편지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모순과 부당함을 또박또박 지적했었다. 물론 극단적 이슬람 신앙의 시각과 무슬림들에 비뚤어진 연민이 가득했지만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서방 세계의 억압을 맹렬히 비난했고 급진적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그렇지만 국제사회, 특별히 증오로 가득찬 미국은 테러담론을 통해 알카에다의 주장을 미친 인간들의 미친 생각으로 취급해버렸다. 세상이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를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 근본원인을 탐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너무 작아서 들리지도 않았다. 미국이 주도하고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이 지지한 이런 접근은 결국 이슬람 세계와 비이슬람 세계와의 분열을 확대시켰고 무슬림들의 증오와 저항감을 키웠다. 결국 알카에다보다 더 잔인하고 급진적인 IS의 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테러와의 전쟁의 산물인 셈이다. IS는 분명 극단 이슬람 무장단체고 그들이 하는 행동은 반인륜적이다. 그렇지만 국제사회는 왜 그런 집단이 세를 불려가고 있고, 왜 많은 서방국가 출신들이 그렇게 반인륜적인 집단에 가담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무력 소탕만이 유일한 방법인지, 또한 무력 소탕이 다른 나라, 다른 대륙에서 또 다른 IS나 알카에다 등장을 야기하지는 않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만은 아니다. 한국정부가 미국의 연합군 결성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CNN 뉴스에 태극기의 선명한 자태와 함께 주요 동맹국 중 하나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언급됐기 때문이다. 발빠른 우리 정부의 행동 때문이다. 이 점과 관련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에게 굳이 그렇게 미국과 가깝다는 티를 내서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친구 따라 강남가는 것'도 아닌데 미국이 '초청'한다고 정치적으로 우리와 상관없는 지역의 일에, 그것도 위험하고 민감한 일에 발을 들여 놓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솔직히 정부가 이런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더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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