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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지아 여객기 추락, 황당한 현장

말레이지아 항공 여객기 추락으로 탑승객과 승무원 298명 전원이 사망했다. 한 순간에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공중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 참담한 일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항하고 있는 반군의 소행이 거의 확실하다. 러시아계가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군은 러시아로부터 공공연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작년 11월 촉발된 우크라이나의 정치 불안, 그리고 정치 불안을 틈다 전격적으로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귀속시킨 사건에서 시작됐다. 그후 러시아와 국경을 면하고 있고 러시아계가 다수인 동부 지역을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했고 우크라이나는 반군 지역에서 모든 행정권과 군 통치권을 상실했다.  

 

사망자 국적은 네덜란드가 189명으로 가장 많다. 그외 말레이지아가 승무원 포함 44명, 호주 27명, 인도네시아 12명, 영국 9명 등이다. 독일, 벨기에, 필리핀, 뉴질랜드 국적의 승객들도 있었다. 모두 공중으로 사라졌고 현재는 시신 수습도 힘든 상태다. 당장 시급한 일은 사건 현장을 보존하고,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고, 모든 잔해를 수거하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제 뉴스들은 사건 현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범죄 현장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은 기가막히게도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우크라이나 반군이 통제하고 있다. 유럽 안보협력기구(OSCE) 조사팀이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했지만 현장 진입을 막는 총든 군인들이 맞아줄 뿐이었다. 사령관을 만자고자 했지만 허사였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통제권이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조사팀이 반군과 먼저 협상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시신은 벌써 부패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의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 여객기 격추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지대공 미사일이 러시아제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면 반군이 그 복잡한 미사일 체계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러시아가 반군을 지원하고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경 지역 러시아인들은 반군에 직접 합류하기도 한다. 전 세계 비난의 화살이 모두 러시아와 푸틴을 향하고 있는 이유다.

 

지금까지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반군이 민간항공 여객기를 고의로 공격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군용기인줄 알고 격추한 것이다. 그런데 거의 300명의 사망을 야기했으니 어떤 국제적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군다나 자신들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온 세상이 다 알고 있으니 러시아가 받을 비난도 떠안아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그들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자신들이 현장을 장악하고 있으니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군은 벌써 블랙박스를 회수했고 러시아에 분석을 맡기겠다고 했다. 범죄자와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자가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넣었으니 분석 결과를 조작하거나 숨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수사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산처럼 큰 장애물이다.

 

현장을 수습하거나 조사할 능력이 없는 반군은 현장에 겨우 테이프 하나 쳐 놓은게 전부다. 민간 구조대원들은 시신이 있는 곳에 하얀 천이 매달린 막대기를 세워 놓은 것이 전부다. 그리고 유럽 조사팀에게 시신 수습은 자신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답할 뿐이다. 현장은 맘만 먹으면 아무나 들어와서 돌아다닐 수 있는 상태다. 잔해는 사방팔방 수킬로미터 주변까지 날라갔다. 그렇다면 신속하게 광범한 지역을 통제해야 하는데 누구도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정교하고,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현장 수습과 조사가 진행돼야 하지만 구체적으로 협력을 구할 상대가 없다. 법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땅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실질적인 통제력이 없고, 반군은 그 큰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지휘할 아무런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범죄 용의자다. 결국 조사를 하려면 국제기구가 우크라이나 정부 및 반군과 조속히 협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면에서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이 외교적 협상을 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러시아다. 러시아가 반군을 설득하거나 압력을 가해야 하지만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러시아가 발벗고 나설 가능성도 낮을  뿐만 아니라 반군이 자신들의 범죄 현장에 대한 통제권을 쉽게 넘길 것 같지도 않다. 결국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장애물은 결국 범죄 용의자인 반군을 설득하는 것이다. 참 황당하고 빈정 상하는 상황이다. 또한 반군이 회수한 블랙박스를 되찾는 것이 급하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내전, 미국-러시아 갈등, 유럽-러시아 갈등 등 복잡한 일이 얽혔으니 조사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 가슴에 한이 쌓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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