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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테러 공격, 다시 테러의 공포가 시작되는가

3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공연장인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일어난 테러 공격으로 3월 26일 현재까지 139명이 사망했다. 4명의 테러범은 민간인들에게 무차별로 총격을 가했고 테러 직후 IS는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대선 승리 직후에 발생한 테러 공격에 적잖이 당황했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배후를 주장했다. 하지만 테러 전문가들과 세계 언론은 아프가니스탄에 근거를 두고 확장을 한 IS-K(Khorasan/호라산)의 소행이라고 확인했다. 3월 초 미국은 이미 러시아에 공공장소에서의 테러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교란하려는 미국의 선전으로 보고 이를 무시했다.

 

모스크바 테러 공격이 있기 하루 전 미국 국무부는 5년 전 IS의 실질적 수도였던 시리아의 라까에서 IS를 몰아내고 승리한 것을 기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하루 뒤 IS는 보란 듯이 모스크바에서 대형 테러를 저지르고 존재감을 확인하며 세계에 경고를 보냈다. IS 테러와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발생하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도 애도하고 한 목소리로 테러를 비난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가 가장 우려하고 나아가 공포스러워 하는 건 IS 소속 및 협력 무장세력의 확산과 빈번한 테러 발생 가능성이다. 당장 7월의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는 24일(현지시간) 테러 경보 체계 총 3단계 중 가장 높은 ‘최고 단계’ 경보를 내렸다.

 

한동안 IS와 협력하는 무장세력들, 또는 동조자들의 테러는 세계를 벌벌 떨게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세계 곳곳이 봉쇄되고 대규모 시설 운영과 집단 활동이 중단되면서 테러는 잠잠해졌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인 2019년에 미국과 러시아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사실상 IS가 몰락한 영향도 있었다. 그러나 시리아와 이라크의 점령지를 잃고 사실상 수도였던 라까에서 퇴각했다고 해서 IS가 완전히 소멸한 건 아니었다. IS는 언제든지, 그리고 어디서나 대원을 모집하고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비국가(non-state) 무장세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전히 전세계에는 IS 지부 성격의 무장세력과 동조자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번 모스크바 테러를 저지른 IS-K다.

 

IS-K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의 호라산주에서 결성된 IS의 지역 세력 중 하나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등을 주요 무대로 삼아 활동해왔고 이번에 모스크바 테러로 이름을 알리면서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IS-K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무장세력이다. 미군의 철수로 아프간 전쟁이 종식된 이후 IS-K는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 정부를 공격해왔다. 사실 IS-K는 이전에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테러 공격을 저지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가장 잔혹한 사례는 2021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였다. 미군의 완전 철수를 앞두고 탈레반 정권을 피해 피란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었던 공항에서 일어난 IS-K의 자살폭탄 테러로 170명의 아프간 국민과 13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IS-K는 2022년에 카불의 러시아 대사관을 공격해 6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병원, 버스정류장, 경찰서 등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테러를 저질러왔다. 올해 1월에는 이란의 케르만에서 폭탄 테러를 저질러 약 100명의 사망자를 냈다.

 

그렇다면 IS-K는 왜 모스크바에서 대형 테러를 저질렀을까?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IS-K는 기독교 배경을 가지고 있고 무슬림을 탄압한다고 생각하는 미국, 유럽 국가들, 이스라엘과 유대인은 물론 종교적 신념이 다른 탈레반, 시아 무슬림 등 이슬람 국가들의 통치 집단까지 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에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 우선 러시아가 1990년대와 2000년대 수니 이슬람을 믿는 체첸 공화국을 공격해 초토화시키고 대량 학살을 저지른 것에 대한 적개심이 크다. 러시아가 시리아 전쟁에 개입해 대규모 폭격으로 IS 대원들을 살상하고 결국 IS 몰락을 야기한 것에 대한 분노도 크다.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해서는 1979-198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군사 점령하고 온갖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 러시아 인구 대부분이 정교회를 믿는 기독교인이라는 점 또한 공격의 빌미가 됐다. 실제 모스크바 테러 직후 공개한 영상에서 IS-K는 “기독교인을 공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테러를 정당화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IS-K는 이번 테러를 통해 여러 가지 이익을 노렸을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복수는 그들에겐 진심이겠지만 동시에 표면적인 것이고 결국은 IS가 여전히 건재함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을 수 있다. 그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더 많은 대원을 모집하고 그래서 다시 세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IS는 테러가 없던 동안에도 계속 활동했으며, 특히 IS-K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많은 대원을 모집하며 세력을 확대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정보 당국은 계속 감시하며 동조자들을 체포하고 테러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모스크바 테러는 그런 감시와 체포가 충분치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제 세계는 다시 테러의 공포에 휩싸였다.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점령지를 잃은 이후, 그리고 코로나19로 세계 곳곳이 봉쇄되면서 세계 주요 도시에서의 테러는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는 IS가 몰락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IS는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 취약지역에서 계속 활동하고 현지 무장세력들과 연합하며 세력을 키웠다. 그리고 현재 세계의 상황은 IS의 확장과 테러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아프간 전쟁 종식 후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은 미군의 부재와 탈레반 정부의 무능으로 IS-K가 활동하고 세력을 확장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또한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의 두 개의 전쟁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IS는 모스크바에서처럼 허점을 파고들 수 있게 됐다. 가자지구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인도주의 재난 상황, 그리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이스라엘 지지 및 무기 지원은 IS에게 무슬림 탄압 응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또한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추가적인 테러를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국가들에서의 테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당장 파리 올림픽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테러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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