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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전쟁은 가능한가 :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이스라엘의 전쟁 개시는 정당했는가

War is Hell! 전쟁은 지옥이다! 전쟁을 가장 잘 묘사하는 말이다. 이 말에는 군인들이 더 공감하기도 한다. 당연하다. 전쟁은 무력을 통해 적을 제압하고 살상하는 것이며, 전쟁에서 군인은 인간이 아니라 전쟁 수행을 위한 ‘도구’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전쟁 중 군인의 사망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 군인이 전쟁 중에 저지르는 살상은 정당화된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은 어떤 사회에서도 정당화되지 않지만 전쟁 중의 군인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성과 가치를 제거당한다. 전쟁이 인간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고, ‘적’으로 규정된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중과 보호를 할 필요가 없음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과 ‘아군’의 구분은 보통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되며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과 군인들에 의해 이뤄진다. 정치적, 군사적 목표를 위해 인간을 살상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거부하는 전쟁은 분명 ‘지옥’이다.

 

많은 사람이 전쟁을 ‘지옥’으로 부르는 21세기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전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다. 지옥과도 같은 전쟁을 하루, 한시라도 빨리 끝내는 것이 마땅하지만 세계인들은 전쟁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쟁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거의 일방적으로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전쟁이 ‘정당한가?’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정당한 이유로 전쟁을 시작했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11월 7일 현재 가자지구에서 1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의 공격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다. 이것이 정당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은 전쟁 수행의 정당성을 잃는다.

 

이번 전쟁은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 정치세력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가했고 낙하산과 모터바이크 등을 이용해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 마을의 음악 축제를 기습 공격해 어른과 아이 가리지 않고 260명 이상을 학살했다. 어린이 참수 등의 소문이 돌았지만 이는 이스라엘 언론도 보도하지 않았고, 또한 경솔하게 이를 언급한 바이든과 백악관조차도 후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가짜뉴스였다. 하마스는 200명 이상의 인질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스라엘군은 10월 12일까지 약 1,400명의 이스라엘 주민이 하마스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의 사망자는 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공격이 있고 몇 시간 후에 가자지구 공격을 시작했고 다음 날인 10월 8일에 공식적으로 하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마스와의 전쟁은 곧 가자지구 공격을 의미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개시는 보복의 성격을 가졌지만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게는 전쟁을 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전쟁은 외교적 노력을 포함한 모든 노력 후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이 있다. 그러나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하고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반복적으로 전면전을 포함한 무력 충돌을 해온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관계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민간인을 겨냥했고 대규모 살상을 야기했기에 이스라엘이 무력 사용을 통해 응징한 것은 정당한 대응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어떤 국가라도 그렇게 했을 개연성이 있다. ‘정당한 전쟁’ 이론에 따르면 한 국가는 침략을 받아 국가와 국민의 삶에 위협이 가해졌을 경우 방어할 권리가 있다. 이런 경우의 전쟁 개시는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전쟁 개시는 이론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자지구 공격은 새로운 전쟁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이후 상황은 변했다. 하마스와는 비교되지 않는 월등하게 강한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방어와 보복을 넘어 무차별 공격으로 변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하마스 응징이 아니라 소탕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에 대한 대응전이 아닌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새로운 전쟁의 정당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향후에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선제적인 조치로서의 하마스 소탕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 그런 논리에 따른다면 세계의 많은 국가가 적대 관계, 또는 비우호적 관계에 있는 국가와 전쟁을 해야 할 것이다. 결국 현재 가자지구 공격에 초점이 맞춰진 이스라엘의 전쟁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정당하지 않은 전쟁이다.

 

전쟁 개시의 정당성과 함께 중요한 것은 전쟁 수행의 정당성이다. 전쟁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력을 썼을 때 발생하는 피해가 무력을 쓰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피해보다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쟁이나 무력 충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적은 피해를 낳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무력 사용이 목표 달성을 위한 쉬운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비례성이라고 한다. 또한 전쟁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절대적으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무력 충돌 상황에서건 민간인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전쟁 개시의 이유가 정당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민간인 피해는 군인의 피해보다 크지 않아야 한다. 군인은 전쟁의 도구고 민간인은 보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의 전쟁에서조차 항상 민간인 피해는 군인의 피해보다 많다.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는 물론이고 집계가 정확하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사상자 숫자가 아니더라도 이주민 발생, 주택 파괴, 생계 수단 상실, 생존 위협 등을 고려하면 민간인 피해는 항상 군의 피해를 능가한다. 개전 후 한 달이 지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인한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 상황을 보면 이번 전쟁은 최악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전쟁 수행의 정당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2007년 이후 이스라엘의 봉쇄로 ‘지붕 없는 감옥’이었던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이 시작된 후 ‘생지옥’이 됐다. 병원, 학교, 빵집, 종교시설, 주택 등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은 가자지구를 초토화시켰고, 1만 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자를 낳았다. 사망자 중 40% 이상이 어린이고 70%가 여성과 어린이다. 11월 6일 현재 가자지구 230만 명 인구의 약 70%인 150만 명이 피란민이 됐고, 폭격으로 유엔이 운영하는 난민대피소 중 30%가 파괴됐다. 이스라엘은 구급차에도 폭격을 가했고, 가자지구 병원 35개 중 16개가 파괴와 전기 부족 등으로 문을 닫았다. 운영 중인 병원에서는 매일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상자는 의약품 공급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고, 식량과 식수 등 인도적 지원 물품조차 공급되지 않아 230만 명이 매일 생존을 위협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이스라엘은 여전히 ‘방어권’을 주장한다. 최초의 하마스 공격을 거론하면서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의 공격은 방어권과는 무관하다. 이스라엘이 전쟁 개시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하마스를 이스라엘에서 퇴각시키고 하마스가 저지른 것과 비슷한 수준에서 타격을 줬어야 한다. 보복이 목표였다면 이스라엘 사상자 수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자지구에 피해를 주고, 그후에는 인질 구출 협상에 주력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수십, 수백 배의 피해를 줬다. 기간과 사상자 숫자로 보면 21세기 최악의 전쟁이다. 사상자 숫자도 비교가 안 되지만 가자지구를 초토화시키고 살아있는 사람들조차 언제 비참하게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내몰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모든 증거가 이스라엘이 정당한 전쟁이 허용한 정당한 전쟁의 규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곧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이라는 정치적, 군사적 목표를 위해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하고 살상하는 전쟁범죄를 매일 저지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정당한 전쟁, 가능하지 않다

얼마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는 말은 개인적 소견을 말한 것이 아니다. 전쟁에도 당연히 규칙이 있고 그것은 전쟁 개시와 수행의 정당성을 결정짓는다. 그런데 정말 객관적 정당성을 인정받는 전쟁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런 전쟁은 거의 없다.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 21세기에 있었거나 진행 중인 이라크전쟁, 아프간전쟁, 우크라이나전쟁 중 어느 것도 정당한 전쟁은 없었다. 전쟁 개시의 정당성은 없었고 전쟁 수행은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무력 사용에 맞춰져 비례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항상 군의 피해보다 민간인의 피해가 훨씬 컸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처음 하마스를 공격한 것은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시작한 새로운 전쟁은 전쟁 개시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 전쟁 수행과 관련해서도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압박하고 소탕하기 위해 가자지구 주민 학살이 불가피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 소탕을 위해 민간인 살상을 이용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봉쇄된 가자지구 안에 주민들을 가둬놓고 생지옥을 견디도록 하고 있으며, 유엔의 말대로 바다에 물 몇 방울 떨어뜨리는 수준의 구호물자 지원만 허용하고 있다. 유엔 난민대피소는 물론 병원, 학교, 종교시설 등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는 곳도 파괴해 사는 것보다 죽는 게 쉬운 상황을 만들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사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위해 민간인을 무차별로 학살하고 생존이 불가능한 생지옥을 만들었다. 이스라엘은 세계 곳곳의 내전에서 무장집단들이 저질렀던 것보다 더한 학살과 더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그것도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말이다. 이런 전쟁은 특정 조건하에서의 전쟁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정당한 전쟁의 이론에서조차 인정될 수 없다.

 

정당한 전쟁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을 소수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사회조차 전쟁 개시 권한을 의회나 군 통수권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의 의사를 물어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정치적, 군사적 이익을 고려해 전쟁을 시작한다. 일단 전쟁을 시작하면 목표 달성과 승리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질주가 시작된다. 민간인 살상과 사회 파괴 등의 피해가 심각해도 멈추지 않는다. 민간인 피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전쟁 수행과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피해나 ‘이중 효과’의 논리를 내세운다. 이중 효과는 군사적 목표 달성 과정에서 전투 현장에 가까이 있는 민간인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이중 효과 논리는 민간인 보호를 위해 최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논리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전쟁에서 군은 민간인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을 이중 효과의 논리로 쉽게 무마하곤 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마치 하마스 소탕을 위해 불가피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같은 논리다.

 

정당한 전쟁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최선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무력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면 최소한의 수준에서 단기간에 사용해야 하고 확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시작한 전쟁은 빠른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비례성은 지켜지지 않고 민간인 피해는 당연하게 커진다. 세계는 이미 이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그러므로 어느 한편을 지지하면서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 가장 중요하게는 전쟁을 지지하는 건 인간성과 도덕성을 거스르며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에게 생지옥을 겪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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