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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전쟁, 미국의 20년 전쟁 종식

부당한 전쟁, 막대한 피해

2021년 8월 30일, 미군 철수가 완료됐다. 드디어 20년 동안의 아프간전쟁이 끝났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아직은 암담하다. 미국과 탈레반이 평화회담을 통해 미군과 동맹군 철군을 합의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미군은 아수라장이 된 카불 공항에서 허둥지둥 철군을 마쳐야했다. 여전히 미국이 이송해야 할 사람이 수백 명이지만 그들을 모두 이송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미국은 자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을 치욕스럽게 끝냈다. 이런 종말은 전쟁의 시작 때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테러를 지휘한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 있다는 걸 알아냈다. 미국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10월 7일 영국과 함께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다. 전쟁의 정당성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의 부시 정권은 전쟁 전 여론전을 폈다. 탈레반이 얼마나 잔인하고 억압적인 정권인지, 얼마나 여성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지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마치 미국이 잔인한 이슬람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프간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것처럼 미국인들을 세뇌하다시피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린 부르카를 쓴 여성들의 모습은 미국인들을 설득하는 유용한 도구였다. 전쟁의 목적은 알 카에다 소탕이었지만 미국은 극단적 이슬람 율법으로 통치하는 탈레반도 무너뜨리길 원했다.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집단의 온상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단시간에 탈레반을 ‘성공적’으로 무너뜨린 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과도정부를 거쳐 친미 꼭두각시 정권을 세웠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시작했다. 사실은 완전히 새로운 국가를 세우는 일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정권을 뺏긴 탈레반은 포기하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세를 강화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외국 군대의 ‘지배’ 하에 놓인 상황은 탈레반 전사들에게 싸울 정당성을 부여했고, 아프간 정부의 부정 부패와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은 탈레반에 대한 지지를 유지시켰다.

 

언론은 미국이 20년 동안 아프간전쟁에 2조 달러, 한화로 2,300조가 넘는 돈을 썼다고 보도하고 있다. 상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 의회가 임명한 아프간재건특별조사관(SIGAR)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1,450억 달러, 한화로 약 166.7조 이상을 썼다. 아프간 보안군, 정부 기관, 경제, 시민사회 건설과 지원에 이 돈이 들어갔다. 하지만 보고서는 재건사업이 약간의 성과를 보였지만 많은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했다. 효율성이 없었고 국무부, 국방부, USAID(미국국제개발단) 등 미국 행정부 내 부처들 및 기관 사이 조율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사정과 사람에 대해 무지했고 현장 상황을 잘 모르거나 안전이 담보되지 않아 결국 군이 나서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미국은 섣부르게 재건이라는 말로 한 국가를 다시 세우는 일을 했는데 돈만 쏟아붓고 끝났다는 얘기다. 국가 재건과 별도로 미국은 8,370억 달러, 한화로 약 962.5조를 탈레반과의 전투에 썼다. 전쟁에 쓴 비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돈보다 더 큰 비용은 인명피해다. 2021년 8월 중순까지 미군 2,500명 정도가 사망했고 동맹군 1,144명이 사망했다. 미군 부상자는 2만 명이 넘는다. 미국 정부와 계약하고 일했던 민간인 사망자도 3,800명이 넘는다. 아프간군의 피해는 더 크다. 아프간군 6만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민간인 사망이다. 민간인 5만 명 이상이 전쟁으로, 그러니까 탈레반, 미군과 동맹군, 아프간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민간인 부상자도 7만 5,000명이 넘는다. 민간인 피해에는 2001년 전쟁 초기의 집계는 제대로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현지 사정상 통계의 어려움이 있어서 실제 피해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정당하지 않은 전쟁, 미국의 오만과 책임

한 마디로 아프간전쟁은 정당하지 않은(unjust) 전쟁이었다. 이론적으로 정당한(just) 전쟁은 전쟁을 시작할 명분과 최후 수단으로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있을 때 성립된다. 물론 이론은 있지만 정당한 전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정당한 전쟁 이론에 의하면 한 국가는 침공을 받았을 때 침공한 국가를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을 침공하지 않았다. 알 카에다와의 관계 때문에 미국이 요구한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는 데 협조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 국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국은 협상과 국제사회의 압력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러니 전쟁이 최후의 수단도 아니었다. 미국은 미래의 테러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친미 정권을 세운 것이었다. 친미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는 재건사업을 시작해야 했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 아프간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원하는 아프가니스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재건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그건 20년 동안의 전쟁과 함께 이뤄진 것이었다. 아프간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면 한 해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외국 군대가 자국에서 전쟁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꼭두각시 아프간 정부가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탈레반, 미군과 동맹군, 아프간 정부 모두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었다. 물론 아프간 정부가 통치했던 지역의 사람들, 특히 수도 카불 사람들은 변화된 사회의 혜택을 입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미국의 침공과 20년 전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전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탈레반 통치 하에서는 아예 변화가 없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서 변화가 일어났던 것처럼 아프가니스탄도 느려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아프간 사회는 자력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각종 지원으로 삶의 수준도 조금씩 나아졌을 것이다. 전쟁 하에서 다시 아편 양귀비 재배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20년 전쟁 동안의 변화는 외국 군대가 전쟁을 계속하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 외국 군대의 보호와 외국의 주도 아래서 아주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결국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아프간 사회는 다시 극도의 불안과 혼란을 겪게 됐다. 전쟁의 종식으로 탈레반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협조자를 찾고 있고, 미국이 만들어 놓은 사회를 자기들 방식대로 되돌리기 위해 안간 힘을 쓸 것이다. 그것이 재집권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탈레반도 20년 전과는 다르고 생존을 위해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한국의 파병도 역사적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압력으로 파병했고 전투병은 아니었지만 정당하지 않은 전쟁에 파병한 건 부인할 수 없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재건사업에, 그리고 군대의 보호 아래 이뤄지는 재건사업에 참여했다. 현지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지속가능하지 않아서 국제 원조와 개발에서 가장 경계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아프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것과 별개로 많은 아프간 사람을 위험에 빠뜨렸다. 미군과 아프간 정부가 장악한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함께 일하고 도움을 받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 정부나 기관에 직접 고용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들과 일했고 현재 탈출하지 못한 아프간 사람들이 향후 겪을 위험에 대해서도 한국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아프간전쟁의 시작과 종식은 ‘전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만든다. 미국은 무기가 있고 전쟁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20년 동안 전쟁을 했다. 미국의 재정적 능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새로운 나라로 만들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했고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아프간전쟁은 전쟁으로 안전을 얻을 수 없음을 보여줬다. 국가의 결정이 틀릴 수 있음도 보여줬다. 미국의 실패는 전쟁을 통한 변화가 바람직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자국 이익을 위해 한 국가를 ‘재건’하려한 책임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전쟁을 통한 평화와 변화는 가능하지 않음을 아프간전쟁의 씁쓸한 결말이 확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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