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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공포와 문화 차별

마스크 미착용 문화?

이제는 너도나도 마스크 유용론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 얘기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매일 급증하는 코로나19 감염자로 의료체계와 사회가 마비상태에 이르러서야 태도가 바뀌었다. 언론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선택이 옳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제야 마스크 유용론을 인정한 것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처음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번졌을 때부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확산됐을 때도 매일 전 세계 언론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이 비춰졌는데 어떻게 이제야 마스크를 인정하게 됐을까? 한국, 중국 본토, 홍콩, 대만 등이 모두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그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유럽과 미국에서 감염자가 폭증했음에도 말이다.

 

거기에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마스크를 쓰는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마스크는 환자나 의료진이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다일까? 짐작할 수 있는 건 강한 과학적, 논리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접근을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마스크가 확산세를 진정시키는 데 효율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살펴보지 않고 그것을 인정하지도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서양문화는 논리적, 과학적이고 동양문화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서양사회의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인종차별 뒤의 문화차별

마스크 미착용이 단순한 문화적 태도와 행위라면 그냥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스크는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문화적 코드가 됐다. 포브스는 뉴욕의 첫 확진 사례를 보도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시아인의 사진을 실었고, 뉴욕 포스트 또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시아계 남성 사진을 실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언론에도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관광객 사진이 등장했단다. 언론은 적극적으로 마스크를 코로나19 감염과 아시아를 연결시키는 매개로 이용했다. 마스크를 쓰고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사실 비감염자인데 말이다. 2주 전끔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서 "마스크를 쓰면 감염자 취급을 해서 쓰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 있게 네가 걸렸을까봐 내가 쓰고 있다'고 말하라고 했다. 물론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안다. 마스크 미착용이 문화로 여겨지고 그런 주류문화가 힘이 돼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행동을 억압하고 있는 곳에서 말이다.

 

그동안 다수의 우리 언론은 마스크 착용 여부에 대해 '문화적 차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틀리지 않은 주장이다. 그러나 그 뒤에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접근하지 않았다. 또 언론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과 폭력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것과 마스크의 관련성은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과 별개로 취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둘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주류문화의 힘과 문화적 차별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 17일 영국 가디언의 한 기사를 보면 마스크, 문화차별, 인종차별, 공격의 관련성을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다. 영국대학에 펠로우로 있는 한 중국 사회학자가 중국 학생들을 지원하는 중국계 기독교공동체들을 조사했는데 거의 모든 언어적, 물리적 공격 사건이 마스크와 관련돼 있었다고 한다. 마스크를 코로나19 감염과 연결시킨 영국인들의 공포가 마스크를 쓴 중국계 사람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 학생들은 마스크로 인해 최악의 문화적 충격을 겪었고 결국 마스크를 벗고 자신을 감염의 우려에 내놓을지, 아니면 마스크를 쓰고 인종차별과 공격의 위험을 안을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단다. 비슷한 상황은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들이 겪은 일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다문화사회라는 서구사회의 구호가 '치명적 질병'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얼마나 얕고 가벼운 것이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오랜 전통이 무용지물이거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가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들은 왜 아시아인들이 마스크를 쓰는지 정확히 알려고하지도 않고 관심조차 없었다. 그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에게 '감염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인종차별의 도구로 이용했을 뿐이다. 이제라도 그들이 과학적, 논리적으로 마스크의 필요를 인정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서구사회 속에 깊이 뿌리내린 서양문화에 대한 근거 없는 우월감과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문화에 대한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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