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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전쟁은 끝날 것인가

아프간전쟁의 아픈 기억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월 말 미국은 탈레반과 중요한 내용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조직의 활동을 중단시키면 미국은 14,000여명의 미군을 전부 철수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가 아프간전쟁의 종식에 대해 얘기하게 만든 대목이다. 물론 세부사항은 더 조율해야 하고 미국과 탈레반이 합의해도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탈레반이 이번처럼 구체적인 내용에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17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전쟁의 종식에 대한 희망은 커져가고 있다.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은 아프간전쟁의 시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탈레반은 억울한 면이 있다. 2001년 9.11 테러로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처음 본토를 공격당한 미국은 복수와 응징에 불타올랐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주고 있다는 핑계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정권을 잡고 있었던 탈레반을 공격해 내쫓았다. 기나긴 아프간전쟁의 시작이었다. 물론 미국은 그 자리에 친미정권을 세웠다. 당시 미국의 부시정권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9.11 테러에 대한 응징에 더해 탈레반 정권의 부당성을 부각시켰다. 엄격한 이슬람법을 적용하고 있던 탈레반 정권의 비인도적이고 성차별적인 면을 공격했던 것이다. 부르카를 쓴 여성들의 모습은 미국의 공격을 정당화시키는 상징이 됐고 미국은 그들의 구원자를 자처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중에도 탈레반 정권을 축출한 미국의 공격을 반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덕분에 여성에게 가혹했던 이슬람 정권이 종식되고 비록 친미정권이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침공이 없었다면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장담같은 건 할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모두 생각해봐도 아프간전쟁은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다.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당시 미국의 학계와 진보적 시민사회는 미국의 침공 계획에 반대했다. 국제 테러조직이자 비국가단체인 알 카에다를 상대로 하는 전쟁에서는 출구작전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복수심에 불타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제2의 베트남전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았다. 예상대로 출구를 찾지 못한 아프간전쟁은 베트남전쟁보다 길어졌고, 그럼에도 미국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못한 전쟁이 됐다. 미국은 아프간전쟁을 정의를 위한 전쟁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군인과 민간인을 막론하고 막대한 인명 손실을 야기하고 천문학적 비용을 초래한 전쟁에 대한 너무 무책임하고 초라한 변명에 불과하다.

 

아프간전쟁의 아픈 교훈

아프간전쟁의 종식을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탈레반과 아프간정부와의 협상이 잘 될지도 알 수 없다. 현재는 양쪽이 마주앉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고, 어느 쪽도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대해 상세한 구상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탈레반의 협상이 중요한 이유는 어쨌든 실질적인 출구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쟁 종식과 국가 및 사회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하고 평화정착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전쟁을 시작하고 아프가니스탄을 무너뜨린 미국이 가장 중대한 일을 탈레반과 아프간정부에 떠넘기는 모양새지만 사실 그것이 옳고 최선의 방법이다. 결국 당사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평화정착 과정에는 여성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하겠지만 말이다.

17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아프간전쟁은 여러 면에서 21세기 국제정치에 맞지 않는 전쟁이다. 그중 한 가지는 국제사회에서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이 앞장서고 다른 강대국들이 동조해 저지른 전쟁이라는 것이다. 냉전 종식 후 대부분의 전쟁은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았거나 독재적인 국가에 의해, 또는 한 국가 내 무장세력에 의해 시작됐다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또 다른 것은 강대국이 자신의 복수와 응징을 위해 최선을 다해 피해야 할 수단인 전쟁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뒤에는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한다.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줬다는 아프가니스탄이 서방국가에게 어떤 경제적, 정치적 타격을 주지 않을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국가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나라에서 전쟁이 있어도 미국과 다른 강대국들은 손해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말이다. 실제 아프간전쟁 이후 대규모 난민의 발생과 탈레반의 확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이웃나라인 이란과 파키스탄 등이었다. 

가장 뼈아픈 교훈은 전쟁을 미국 대중이 열광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이다. 9.11 테러라는 전대미문의 공격과 인명 손실 후 공황상태에 빠진 미국 대중이 한 마디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선택한 일이었다. 미국 정부는 그렇게 눈먼 대중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이것은 두 가지를 말해준다. 하나는 국가의 전쟁 결정이 정의롭지도, 정당하지도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쟁을 시작할 권한이 국가에게 있고 우리는 국가의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전제로 그 권한을 인정하지만 현실은 아주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여론 또한 옳지도 정당하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제대로 미래를 예견하고 실수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9.11 테러 후 많은 학자, 활동가, 사회지도자들이 염려를 하고 정부에 제대로 정신줄을 잡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충고를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의회도, 대중도 그런 소수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아프간전쟁 이후 이라크전쟁이 일어났고 그후로 세계는 전쟁과 다름없이 공포스러운 테러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로 IS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IS를 추종하는 무장집단들이 전 세계에서출현했다. 이 모든 것이 아프간전쟁에서 시작됐다. 물론 그전에 9.11 테러가 있었지만 그것은 테러집단에 의한 것이었고, 아프간전쟁은 미국이라는 정상국가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게만 돌릴 수도 없다. 다수의 국가들이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동조했고, 우리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파병을 해 정의롭지 못한 전쟁을 도왔다. 아프간전쟁의 시작과 함께 망가져버린 세계는 앞으로도 계속 테러와 극단 무장집단에 시달릴 것이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아프간전쟁만이라도 18년을 채우지 않고 끝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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