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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강제 철거되는 주택들

일상이 된 주택 강제 철거

2018년 7월 19일, 두 팔레스타인 가족은 20년 이상 살아온 자기 집을 불도저를 동원해 부쉈다. 외관만이 아니라 기술자들을 동원해 천장, 벽, 바닥 등 모든 것을 부쉈다. 이들의 집은 1967년 6일 전쟁 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 외곽에 있다. 두 가족은 집을 지키기 위해 오랜 소송을 거쳤지만 이스라엘 법원은 그들이 유대인 소유주 땅에 불법으로 주택을 지었다고 판단했다. 정당하게 땅을 구입한 문서를 제시했지만 법원은 그것을 날조된 것으로 판단했다.

자기 집을 자기 손으로 부수기로 결정한 샤왐레씨는 “내 손으로 집을 지었고 여기서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이 자란 집이다”라며 “(유대인) 정착민들이 우리 집을 취하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집을 부수는데 8,200달러(약 930만 원)를 들였다. 돈을 지불할테니 집을 부수지 말라는 정착민들의 제안도 거절했다. 유대인을 위한 토지 취득을 광고하는 이스라엘토지재단은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나간 후 두 채의 집에 네 가족이 들어올 수 있다고 광고했었다.

2018년 9월 3일, 이스라엘 경찰이 알-왈라자 마을의 팔레스타인 주택 네 채를 강제로 철거했다. 이 마을은 동예루살렘 일부와 웨스트뱅크에 걸쳐 위치해 있다. 주민들은 바리케이트를 치고 격렬히 저항했고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쐈다. 그 결과 두 명의 경찰과 팔레스타인 주민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법원 판결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마을을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알-왈라자 마을은 그린라인(1차 아랍-이스라엘 전쟁 후인 1949년 만들어진 경계로 1967년까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함)에 경계하고 있어서 부분적으로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시의 관할 하에 있다. 이스라엘은 800명 이상이 거주하는 수십 채의 집을 더 철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은 유대인 주택들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최근 몇 년 동안 안전을 핑계로 이스라엘 보안군에 둘러싸였고 주민들은 농지 출입도 자유롭게 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불법 점령한 1967년 이후 예루살렘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택 5,000채를 강제 철거하고 주민들을 내쫓았다. 토지연구센터(Land Research Center) 보고서에 의하면 예루살렘에 거주하고 있는 38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해서는 매년 2,000채의 주택이 필요한데 이스라엘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반 정도가 허가받지 않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2010-2014년 사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요청한 주택 건설 허가 중 1.5%만 승인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또한 이스라엘은 점령한 동예루살렘(전체 예루살렘의 8.5%) 지역의 15%만 주거지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전체 예루살렘 인구의 40% 달하는 데도 말이다. 때문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불법으로 주택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2017년까지 20,000채 이상의 집이 허가 없이 건설됐다. 허가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고 비용도 비싸서 주택 한 채에 30,000달러(약 3,450만 원) 정도가 든다. 


                     강제 철거된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주택. 잔해들이 치워졌지만 여전히 집안에 있었던 물건들이 나뒹굴고 있다.

 칸 알-아마르는 예루살렘 동쪽으로 8km 떨어진 사막 언덕에 있는 베두인 마을이다.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 하에 있는 웨스트뱅크에 위치한 이 마을에는 35개 가족, 180여 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후 네게브 사막에서 쫓겨나 1950년대 초 이곳에 정착했다. 1967년 점령 이후 이스라엘은 이곳을 주거지역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래서 수도와 전기 연결도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주택 철거를 명령했다. 이스라엘 점령 훨씬 이전부터 살아왔고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아 불법으로 살 수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 2009년부터 주민들은 이에 불복해 싸워왔다.

올해 7월 이스라엘군이 철거를 준비하자 주민들은 이스라엘 대법원에 항소하고 새로운 거주지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지만 기각됐다.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10월 1일까지 자진 철거를 하지 않을 시 강제 철거하겠다는 공지를 받았지만 지지자들, 국제연대단체들, 국제사회와 함께 10월 25일 현재까지 마을을 지키고 있다. 10월 17일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는 “(이스라엘군의) 점령 지역 안에서 군사적 필요나 주민 이주 목적이 아닌 철거는 전쟁 범죄”라며 이스라엘의 향후 행동을 “주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이 마을을 철거하려는 이유는 주변에 있는 유대인 정착촌과 동예루살렘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위치한 이 마을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50년 이상 계속된 거주권 박탈

위의 이야기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거의 매일 겪어온 일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후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팔레스타인 주택을 파괴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의하면 1967년 이후 50,000채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택과 시설이 파괴됐다.

주택 파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뤄진다.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주택이나 정착촌이 들어서면 그들의 안전을 위해 주변의 팔레스타인 주택을 강제로 철거하기 시작한다. 이스라엘군이나 유대인 정착민을 공격한 팔레스타인이 사는 마을의 주택들을 집단 징벌 차원에서 파괴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언제 지붕을 뚫고 불도저가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해하며 지내야 한다.

이스라엘은 대부분 불법이라는 이유로 주택을 철거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주택 건설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살 곳을 허락하지 않는 반인권적이고 비인도적인 일을 이스라엘은 정책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무거운 벌금을 지워 자기 집을 자기 손으로 철거하게 만들기도 한다. 불법 건축으로 발각되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무거운 벌금이 부과되는데 자기 손으로 부수면 2,000-3,000달러(약 230-345만 원) 정도의 벌금을 내면 되기 때문에 자기 집을 부수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택 철거는 단지 점령 지역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약 20%에 달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민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 역시 하루아침에 주택이 철거돼 오갈 데가 없는 상황이 되곤 한다. 또한 주택 건설 허가를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구과밀인 게토에서 살고 있다. 수만 명이 모여 이런 부당한 일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의 기본 정책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과 예루살렘 내에만 약 10만 채의 팔레스타인 불법 주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모두가 결국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차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인 것이다.

주택 철거가 이뤄지면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노숙자가 된다. 이렇게 이재민이 되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다. 학교에 다녀와 집과 모든 것이 사라진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정과 우울증을 겪고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주택이 강제로 철거되면 집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생활 환경이 악화된다. 가난은 지속되고 삶은 장기적으로 불안해지며 교육, 보건, 수도 등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열악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주택 파괴는 1948년 이스라엘 국가의 수립과 1967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직접 관련돼 있다. 이스라엘 국가 수립 전후의 대재앙(Nakba) 동안 이스라엘은 500개 이상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했고 그로 인해 75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거나 추방됐다. 이들은 외국으로 가거나 팔레스타인 땅에서 난민으로 살게 됐다. 1967년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는 팔레스타인 점령이 시작됐다. 그후 보다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팔레스타인 차별이 이뤄졌다. 주택 파괴는 그런 차별 정책 중 하나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땅인 팔레스타인에서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지 못한 채 계속 난민처럼 살고 있다. 


1948년 파괴돼 일부 벽돌담만 남은 예루살렘 인근 옛 팔레스타인 마을. 당시 예루살렘 인근에서만 39개 팔레스타인 마을이 파괴됐다.


* 위 글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orea)가 격월로 발행하는 팔레스타인 이뉴스 10월호에 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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