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국방장관에게 전쟁범죄와 인도주의에 반한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수개월 동안의 증거 수집 결과 두 사람이 가자지구 공격과 관련해 굶주림을 전쟁 수단으로 이용하고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하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ICC는 하마스의 정치 및 군사 지도자인 신와르, 알-마스피, 하니예 등 세 명의 지도부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납치했으며 인질들을 고문하고 성폭행하는 등 비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른 혐의다. 한편 5월 24일 미국 의회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를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도록 초청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미 하원 의장은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지지를 보낼 적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위의 두 장면은 국제정치가 가자지구 전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ICC는 증거에 기반해, 그리고 책임 소재를 따져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 다섯 명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어찌보면 오히려 늦은감이 있는 것이지만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 영장 청구는 국제정치를 뒤흔들만큼 민감한 일이라 신중을 기하고 증거 수집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이스라엘은 과거 팔레스타인과의 전쟁 및 무력 충돌과 관련해 유엔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쟁범죄 혐의를 받았지만 한 번도 단죄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중적인 태도, 즉 한쪽으로는 비판하면서 결국은 이스라엘 편을 드는 태도 때문이었다. 하마스 또한 전쟁범죄로 여러 차례 비난을 받았다. 이번 체포 영장 청구와 관련해 칸 검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ICC의 체포 영장이 청구된 이후에 미국 의회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해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ICC의 체포 영장 청구 직후 보인 미국 정부의 강한 저항 및 비난과 맥을 같이 한다. ICC가 체포 영장 청구를 발표하자 이스라엘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터무니없다”고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테러단체’인 하마스의 지도부와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지도부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을 했다.
ICC는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도부 모두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정치 주체에 따라 법이 차등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유엔 회원국인 이스라엘에게는 전쟁범죄에 대해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국제기구의 행동에 대해 미국은 보란 듯이 비난을 했고 유럽 국가들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다. 프랑스, 벨기에, 슬로베니아 등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인명 피해 및 인도주의 재난 상황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며 ICC의 체포 영장 청구를 지지했다. 그러나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은 이스라엘, 미국과 같은 논리로, 그리고 하마스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언급하며 ICC의 체포 영장 청구를 비난했다.
체포 영장이 발부되면 다섯 명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는 ICC의 근거인 로마규정을 비준한 국가를 방문할 때 체포될 수 있다. 이스라엘은 ICC의 근거인 로마규정을 비준하지 않았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곳곳의 무력 분쟁에 군사 개입을 하는 미국은 자국의 정치인, 군인 등이 ICC에 체포될 것을 우려해 비준하지 않았다. 그러니 체포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을 아무런 문제없이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로마규정을 비준한 국가를 방문할 경우 체포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교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밖을 수밖에 없다. 설사 체포 영장이 발부되지 않더라도 ICC의 체포 영장 청구는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판으로 상징성을 지닌다.
ICC의 체포 영장 발부로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건 미국이 이스라엘 전쟁범죄의 공범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이스라엘 지도부의 전쟁범죄가 인정되면 전폭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무기와 재정 지원을 한 미국은 공범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이 점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무기 지원이 없으면,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의 강력한 지지가 없으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을 계속할 수 없다.
가자지구 전쟁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있었던 전쟁 중 인명 피해와 파괴 규모 면에서 최악의 전쟁이다. 21세기에 국가가 이런 야만적인 전쟁을 하고 광범하게 전쟁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인도주의 재난 상황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건 하마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하마스가 10월 7일 공격을 하고 민간인을 살해한 건 맞지만 그것은 반복적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의 연장선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이 2007년 이후 가자지구를 봉쇄해 ‘지붕 없는 감옥’으로 만들고 팔레스타인을 계속 억압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렇다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과 납치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하마스의 공격 뒤에 있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장기적 억압이라는 역사적 맥락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하마스 공격에 대한 대응과 방어권 실행이라는 주장에 근거해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정당하지 않다는 점도 확인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미 하마스로부터 입은 피해의 수십 배가 넘는 인명 살상과 사회 파괴라는 전쟁범죄를 저질렀고 지금도 계속 저지르고 있다. 이는 방어권과는 상관없는 보복이다. 나아가 가자지구를 초토화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하는 행동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다. 사실 전문가들은 물론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 그리고 국제사회도 이스라엘 내 정치인들의 발언 등에 근거해 이런 의심을 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인스타그램 캡처. UNRWA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이후 2월 초까지 4개월 동안 파괴된 가자지구 잔해의 양이 2600만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과 유엔은 4개월 동안 파괴된 가자지구 사회기반시설이 185억달러(약 24조 975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5월 24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에게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의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제소한 남아공이 ICJ에 긴급 심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5월 7일 라파에 진격한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지역까지 깊숙이 침투해 전투를 하고 있고 이로 인해 1백만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다시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통로인 라파크로싱을 폐쇄해서 3주째 식량은 물론 의약품과 연료가 가자지구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의 상황은 극한으로 치달아서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입을 모아 호소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인 이스라엘은 ICJ의 명령을 따라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오히려 “터무니 없고 불쾌하고 역겹다”고 ICJ의 명령을 비난하며 무시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ICJ는 이미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사실상 인정하고 집단학살을 방지하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그리고 1개월 내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이스라엘에 명령했다. 그러나 이때도 이스라엘은 ICJ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국제법을 무시하고 오히려 비난하면서 오만하게 굴 수 있는 건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지지와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제정치가 이스라엘에게 계속 전쟁범죄와 집단학살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를 소탕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계속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구호품 공급을 막아 인도주의 재난을 악화시키는 상황을 정당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군사작전을 하라고, 그리고 인도주의 재난을 심화시키지 말고 원활한 구호품 공급을 보장하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 전쟁을 승인하고 지원하면서 매일 죽어가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살해된 이스라엘 국민은 1,139명이었고 그 뒤에 한 명도 늘지 않았다. 200명 이상이 납치됐고 현재는 약 120명의 인질이 남아있다. 그런데 가자지구의 사망자와 부상자는 지금도 매일 수십 명씩 늘고 있다. 5월 25일 현재 가자지구 사망자는 35,903명이었고 부상자는 80,420명이었다. 이는 밝혀진 것만 집계한 최소한의 통계다. 사망자 중 70%는 여성과 어린이다. 또한 가자지구는 어디도 안전하지 않고 사람이 기거할 수 있는 주택이 거의 사라진 곳이 되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가자지구 초토화, 구호품 차단 등을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국제정치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장악한 국제정치다. 이들의 국제정치는 팔레스타인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건국을 승인했고,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외면했으며, 그 뒤로 계속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을 묵인했다. 그리고 이제는 최악의 집단학살과 기근 상황까지 치달은 인도주의 재난까지 외면하고, 다른 한편 승인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국방장관에게 전쟁범죄와 인도주의에 반한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수개월 동안의 증거 수집 결과 두 사람이 가자지구 공격과 관련해 굶주림을 전쟁 수단으로 이용하고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하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ICC는 하마스의 정치 및 군사 지도자인 신와르, 알-마스피, 하니예 등 세 명의 지도부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납치했으며 인질들을 고문하고 성폭행하는 등 비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른 혐의다. 한편 5월 24일 미국 의회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를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도록 초청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미 하원 의장은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지지를 보낼 적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위의 두 장면은 국제정치가 가자지구 전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ICC는 증거에 기반해, 그리고 책임 소재를 따져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 다섯 명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어찌보면 오히려 늦은감이 있는 것이지만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 영장 청구는 국제정치를 뒤흔들만큼 민감한 일이라 신중을 기하고 증거 수집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이스라엘은 과거 팔레스타인과의 전쟁 및 무력 충돌과 관련해 유엔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쟁범죄 혐의를 받았지만 한 번도 단죄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중적인 태도, 즉 한쪽으로는 비판하면서 결국은 이스라엘 편을 드는 태도 때문이었다. 하마스 또한 전쟁범죄로 여러 차례 비난을 받았다. 이번 체포 영장 청구와 관련해 칸 검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ICC의 체포 영장이 청구된 이후에 미국 의회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해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ICC의 체포 영장 청구 직후 보인 미국 정부의 강한 저항 및 비난과 맥을 같이 한다. ICC가 체포 영장 청구를 발표하자 이스라엘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터무니없다”고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테러단체’인 하마스의 지도부와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지도부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을 했다.
ICC는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도부 모두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정치 주체에 따라 법이 차등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유엔 회원국인 이스라엘에게는 전쟁범죄에 대해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국제기구의 행동에 대해 미국은 보란 듯이 비난을 했고 유럽 국가들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다. 프랑스, 벨기에, 슬로베니아 등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인명 피해 및 인도주의 재난 상황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며 ICC의 체포 영장 청구를 지지했다. 그러나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은 이스라엘, 미국과 같은 논리로, 그리고 하마스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언급하며 ICC의 체포 영장 청구를 비난했다.
체포 영장이 발부되면 다섯 명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는 ICC의 근거인 로마규정을 비준한 국가를 방문할 때 체포될 수 있다. 이스라엘은 ICC의 근거인 로마규정을 비준하지 않았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곳곳의 무력 분쟁에 군사 개입을 하는 미국은 자국의 정치인, 군인 등이 ICC에 체포될 것을 우려해 비준하지 않았다. 그러니 체포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을 아무런 문제없이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로마규정을 비준한 국가를 방문할 경우 체포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교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밖을 수밖에 없다. 설사 체포 영장이 발부되지 않더라도 ICC의 체포 영장 청구는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판으로 상징성을 지닌다.
ICC의 체포 영장 발부로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건 미국이 이스라엘 전쟁범죄의 공범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이스라엘 지도부의 전쟁범죄가 인정되면 전폭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무기와 재정 지원을 한 미국은 공범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이 점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무기 지원이 없으면,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의 강력한 지지가 없으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을 계속할 수 없다.
가자지구 전쟁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있었던 전쟁 중 인명 피해와 파괴 규모 면에서 최악의 전쟁이다. 21세기에 국가가 이런 야만적인 전쟁을 하고 광범하게 전쟁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인도주의 재난 상황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건 하마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하마스가 10월 7일 공격을 하고 민간인을 살해한 건 맞지만 그것은 반복적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의 연장선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이 2007년 이후 가자지구를 봉쇄해 ‘지붕 없는 감옥’으로 만들고 팔레스타인을 계속 억압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렇다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과 납치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하마스의 공격 뒤에 있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장기적 억압이라는 역사적 맥락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하마스 공격에 대한 대응과 방어권 실행이라는 주장에 근거해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정당하지 않다는 점도 확인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미 하마스로부터 입은 피해의 수십 배가 넘는 인명 살상과 사회 파괴라는 전쟁범죄를 저질렀고 지금도 계속 저지르고 있다. 이는 방어권과는 상관없는 보복이다. 나아가 가자지구를 초토화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하는 행동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다. 사실 전문가들은 물론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 그리고 국제사회도 이스라엘 내 정치인들의 발언 등에 근거해 이런 의심을 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인스타그램 캡처. UNRWA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이후 2월 초까지 4개월 동안 파괴된 가자지구 잔해의 양이 2600만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과 유엔은 4개월 동안 파괴된 가자지구 사회기반시설이 185억달러(약 24조 975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5월 24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에게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의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제소한 남아공이 ICJ에 긴급 심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5월 7일 라파에 진격한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지역까지 깊숙이 침투해 전투를 하고 있고 이로 인해 1백만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다시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통로인 라파크로싱을 폐쇄해서 3주째 식량은 물론 의약품과 연료가 가자지구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의 상황은 극한으로 치달아서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입을 모아 호소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인 이스라엘은 ICJ의 명령을 따라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오히려 “터무니 없고 불쾌하고 역겹다”고 ICJ의 명령을 비난하며 무시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ICJ는 이미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사실상 인정하고 집단학살을 방지하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그리고 1개월 내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이스라엘에 명령했다. 그러나 이때도 이스라엘은 ICJ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국제법을 무시하고 오히려 비난하면서 오만하게 굴 수 있는 건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지지와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제정치가 이스라엘에게 계속 전쟁범죄와 집단학살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를 소탕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계속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구호품 공급을 막아 인도주의 재난을 악화시키는 상황을 정당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군사작전을 하라고, 그리고 인도주의 재난을 심화시키지 말고 원활한 구호품 공급을 보장하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 전쟁을 승인하고 지원하면서 매일 죽어가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살해된 이스라엘 국민은 1,139명이었고 그 뒤에 한 명도 늘지 않았다. 200명 이상이 납치됐고 현재는 약 120명의 인질이 남아있다. 그런데 가자지구의 사망자와 부상자는 지금도 매일 수십 명씩 늘고 있다. 5월 25일 현재 가자지구 사망자는 35,903명이었고 부상자는 80,420명이었다. 이는 밝혀진 것만 집계한 최소한의 통계다. 사망자 중 70%는 여성과 어린이다. 또한 가자지구는 어디도 안전하지 않고 사람이 기거할 수 있는 주택이 거의 사라진 곳이 되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가자지구 초토화, 구호품 차단 등을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국제정치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장악한 국제정치다. 이들의 국제정치는 팔레스타인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건국을 승인했고,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외면했으며, 그 뒤로 계속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을 묵인했다. 그리고 이제는 최악의 집단학살과 기근 상황까지 치달은 인도주의 재난까지 외면하고, 다른 한편 승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