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인스타그램
10월 7일은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었다. 누구도 전쟁이 이렇게 길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은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한 이후 늘 있었던 일이고 이전에 있었던 전면전들은 한동안 진행됐다가 중단되곤 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첫 번째 전쟁은 2008년 12월 27일 시작돼서 2009년 1월 18일 끝났다. 2012년에는 11월 14-21일 사이 전쟁이 있었고, 2014년에는 7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꽤 긴 시간 동안 전쟁이 이어졌다. 2021년에도 5월 6일부터 21일까지 2주 이상 이어진 전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이렇게 오래 지속된 없었다.
전쟁이 길어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하마스의 공격이 강력했고 잔인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는 새벽에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해서 약 1,200명의 주민을 학살했다. 또한 250명 이상을 인질로 삼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굳이 하마스 입장에서 변명을 하자면 이스라엘과의 무력 분쟁이 계속되고 있었고 간헐적으로 전면전이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민간인 살해는 무력 충돌, 다시 말해 전쟁 상황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변명이 정당성이 없는 이유는 당시 상황은 전면전 상황이 아니었고 전쟁 상황에서도 민간인을 학살하는 건 명백한 전쟁 범죄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마스는 지나치게 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분노하고 복수를 하는 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자국민이 한 명만 살해돼도 몇십 매의 보복을 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강력한 보복까지 계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론적으로 하마스는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일을 저질렀다.
하마스는 치밀한 계획하에 기습 공격을 가했고 이스라엘에 큰 타격을 가했으나 이는 이스라엘에 ‘하마스 전멸’이라는 목표하에 가자지구를 무차별 공격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가자지구 공격에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명과 사회 기반시설 파괴 면에서 입은 피해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입혔다. 이후로 가자지구의 인명 및 사회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보복이 아니라 하마스 전멸과 가자지구 초토화를 목표로 삼은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전쟁은 길어졌다.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진 또 다른 이유는 이스라엘의 정치 상황이다. 그중 무시할 수 없는 게 네타냐후 총리 개인의 정치적 상황이다. 그는 부패 등의 혐의로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었고 가자지구 전쟁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나아가 이스라엘군 지휘관들까지 불가능한 목표라고 언급한 하마스 전멸 목표를 반복적으로 천명하며 전쟁을 계속했다. 다른 한편 연립정부에 참여한 극우 정당들과 정치인들은 네타냐후를 강하게 압박했다. 극우파들은 가자지구 전쟁에서의 승리와 하마스 전멸을 통해 가자지구를 완전 점령하고 오랜 숙원이었던 유대인 정착촌 재건설을 희망했다. 나아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대규모 정착촌 건설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전체 팔레스타인 점령 계획을 진행시켰다. 네타냐후와 극우 정치인들은 가자지구 전쟁을 마침내 팔레스타인 영토 전체를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가자지구 전쟁은 2년 동안 계속되면서 세계에 여러 가지 문제를 던졌다. 그중 첫 번째는 전쟁의 정당성과 관련된 것이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언급하며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이는 다른 일반적인 전쟁과 비교했을 때 무리 없는 주장이었다. 양측 간에 오랫동안 무력 분쟁이 진행 중이었고 하마스의 공격이 그것의 연장선이었다는 점은 무시됐다.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넓게 해석했고 미래의 안전 보장을 위해 하마스 완전 제거를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하마스 활동의 기반인 가자지구를 완전 초토화하고 하마스와 다른 무장 집단들, 심지어 그들의 가족과 이웃까지 모두 학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이는 하마스 공격과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대응이 아닌 새로운 목표를 가진 전쟁이었고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자위권 주장을 옹호했다. 정당하지 않은 자위권을 내세우며 이스라엘은 2년 동안 가자지구의 거의 모든 시설을 파괴했고 무차별로 주민들을 학살했다. 정당하지 않은 전쟁을 국가 차원에서 계속하고 그것을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건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방국들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만 초점을 맞췄고 하마스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했다.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서방국들이 이런 정당성이 결여된 판단을 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한 점은 전쟁이 끝난 후에라도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전쟁 2년 동안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다. 가자지구 전쟁은 21세의 가장 참혹한 전쟁이고 냉전 시대 종식 이후의 무력 분쟁에서 있었던 잔인한 학살과 비교해도 전혀 덜하지 않다. 이는 지난 8월 유엔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해를 집단학살(genocide)로 판단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전쟁 범죄가 발생했고 그것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이스라엘은 의도적인 민간인 및 민간시설 공격과 파괴를 통해 집단학살을 자행했고 구호품 반입 제한을 통한 식량의 무기화로 기근과 주민의 신체 약화 및 사망을 야기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대다수 서방국들은 오랜 시간 이 모든 일에 침묵했고 몇 달 전에서야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전범 국가인 이스라엘과 전범으로 체포령이 떨어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건 아니다. 특히 미국은 학살과 식량 무기화 등에 대한 어떤 비난도 없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 지지를 거듭 확인하고 무기 공급을 계속했다. 변함없는 서방국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스라엘은 모든 국제법을 무시하며 전쟁 범죄를 계속 저질렀다. 서방국들의 이런 태도와 행동은 가자지구 전쟁 종식 후 전쟁 범죄 심판과 단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이스라엘이 저지른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한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대한 서방국들의 강한 비난과 대조된다. 이런 서방국들이 국제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점, 그리고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묵인한 점은 세계가 반드시 다뤄야 할 심각한 문제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중동에서 패권을 장악하려는 이스라엘의 야망이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독일, 그리고 다른 서방국들의 무기 지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가자지구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 그리고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공격하며 무력을 과시했고 이들 세력을 약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의 군사 및 무기 지원, 그리고 서방국들의 지지로 가능했다. 특히 시리아 공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밀착하고 군사 지원을 받았던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과도정부를 출범시킨 시리아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 이는 무력을 통해 새로운 시리아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안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단지 중동 지역의 팔레스타인 지지 세력 및 국가만이 아닌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지역 패권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자국이 팔레스타인의 테러와 주변국들의 공격 등에 노출됐다고 주장하며 약한 피해자 행세를 해왔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을 통해 공격자의 본모습을 강하게 드러냈다. 또한 가자지구는 물론 서안지구를 완전히 점령해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심 또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중동 지역의 안보에 부담을 넘어 해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중동은 물론 세계 평화에 큰 문제로 대두했다.
가자지구 전쟁 2년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는 전쟁과 힘을 통한 ‘평화’ 담론의 확산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과 초토화는 전쟁을 자국 평화와 안전을 위한 수단으로 써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전쟁이 문제를 해결하는 쉬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어기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서방국들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무차별 무력 사용도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이는 세계 평화의 원칙이자 인류의 규범인 최대한의 무력 자제와 대화, 협상, 중재 등의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과 평화 추구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지지하기 위해 그동안 세계가 동의하고 유엔 헌장에까지 담은 이런 원칙을 저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나아가 전쟁 담론과 힘을 통한 문제 해결 담론을 확산시켰다. 이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세계가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10월 6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집트에서 카타르, 이집트, 미국 등의 중재자를 통해 휴전을 위한 회담을 시작했다. 이번 회담은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참혹한 전쟁을 끝낼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성공하면 곧 휴전이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가자지구를 초토화하는 최후의 공격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가자지구에, 그리고 세계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전쟁 종식이다. 그리고 전쟁 종식 후에는 다른 무력 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쟁 범죄와 전범에 대한 심판, 다시 말해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심판이 뒤따라야 한다. 세계 평화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가자지구 전쟁 같은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인스타그램
10월 7일은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었다. 누구도 전쟁이 이렇게 길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은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한 이후 늘 있었던 일이고 이전에 있었던 전면전들은 한동안 진행됐다가 중단되곤 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첫 번째 전쟁은 2008년 12월 27일 시작돼서 2009년 1월 18일 끝났다. 2012년에는 11월 14-21일 사이 전쟁이 있었고, 2014년에는 7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꽤 긴 시간 동안 전쟁이 이어졌다. 2021년에도 5월 6일부터 21일까지 2주 이상 이어진 전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이렇게 오래 지속된 없었다.
전쟁이 길어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하마스의 공격이 강력했고 잔인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는 새벽에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해서 약 1,200명의 주민을 학살했다. 또한 250명 이상을 인질로 삼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굳이 하마스 입장에서 변명을 하자면 이스라엘과의 무력 분쟁이 계속되고 있었고 간헐적으로 전면전이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민간인 살해는 무력 충돌, 다시 말해 전쟁 상황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변명이 정당성이 없는 이유는 당시 상황은 전면전 상황이 아니었고 전쟁 상황에서도 민간인을 학살하는 건 명백한 전쟁 범죄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마스는 지나치게 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분노하고 복수를 하는 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자국민이 한 명만 살해돼도 몇십 매의 보복을 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강력한 보복까지 계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론적으로 하마스는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일을 저질렀다.
하마스는 치밀한 계획하에 기습 공격을 가했고 이스라엘에 큰 타격을 가했으나 이는 이스라엘에 ‘하마스 전멸’이라는 목표하에 가자지구를 무차별 공격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가자지구 공격에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명과 사회 기반시설 파괴 면에서 입은 피해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입혔다. 이후로 가자지구의 인명 및 사회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보복이 아니라 하마스 전멸과 가자지구 초토화를 목표로 삼은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전쟁은 길어졌다.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진 또 다른 이유는 이스라엘의 정치 상황이다. 그중 무시할 수 없는 게 네타냐후 총리 개인의 정치적 상황이다. 그는 부패 등의 혐의로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었고 가자지구 전쟁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나아가 이스라엘군 지휘관들까지 불가능한 목표라고 언급한 하마스 전멸 목표를 반복적으로 천명하며 전쟁을 계속했다. 다른 한편 연립정부에 참여한 극우 정당들과 정치인들은 네타냐후를 강하게 압박했다. 극우파들은 가자지구 전쟁에서의 승리와 하마스 전멸을 통해 가자지구를 완전 점령하고 오랜 숙원이었던 유대인 정착촌 재건설을 희망했다. 나아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대규모 정착촌 건설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전체 팔레스타인 점령 계획을 진행시켰다. 네타냐후와 극우 정치인들은 가자지구 전쟁을 마침내 팔레스타인 영토 전체를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가자지구 전쟁은 2년 동안 계속되면서 세계에 여러 가지 문제를 던졌다. 그중 첫 번째는 전쟁의 정당성과 관련된 것이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언급하며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이는 다른 일반적인 전쟁과 비교했을 때 무리 없는 주장이었다. 양측 간에 오랫동안 무력 분쟁이 진행 중이었고 하마스의 공격이 그것의 연장선이었다는 점은 무시됐다.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넓게 해석했고 미래의 안전 보장을 위해 하마스 완전 제거를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하마스 활동의 기반인 가자지구를 완전 초토화하고 하마스와 다른 무장 집단들, 심지어 그들의 가족과 이웃까지 모두 학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이는 하마스 공격과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대응이 아닌 새로운 목표를 가진 전쟁이었고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자위권 주장을 옹호했다. 정당하지 않은 자위권을 내세우며 이스라엘은 2년 동안 가자지구의 거의 모든 시설을 파괴했고 무차별로 주민들을 학살했다. 정당하지 않은 전쟁을 국가 차원에서 계속하고 그것을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건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방국들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만 초점을 맞췄고 하마스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했다.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서방국들이 이런 정당성이 결여된 판단을 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한 점은 전쟁이 끝난 후에라도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전쟁 2년 동안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다. 가자지구 전쟁은 21세의 가장 참혹한 전쟁이고 냉전 시대 종식 이후의 무력 분쟁에서 있었던 잔인한 학살과 비교해도 전혀 덜하지 않다. 이는 지난 8월 유엔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해를 집단학살(genocide)로 판단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전쟁 범죄가 발생했고 그것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이스라엘은 의도적인 민간인 및 민간시설 공격과 파괴를 통해 집단학살을 자행했고 구호품 반입 제한을 통한 식량의 무기화로 기근과 주민의 신체 약화 및 사망을 야기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대다수 서방국들은 오랜 시간 이 모든 일에 침묵했고 몇 달 전에서야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전범 국가인 이스라엘과 전범으로 체포령이 떨어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건 아니다. 특히 미국은 학살과 식량 무기화 등에 대한 어떤 비난도 없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 지지를 거듭 확인하고 무기 공급을 계속했다. 변함없는 서방국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스라엘은 모든 국제법을 무시하며 전쟁 범죄를 계속 저질렀다. 서방국들의 이런 태도와 행동은 가자지구 전쟁 종식 후 전쟁 범죄 심판과 단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이스라엘이 저지른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한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대한 서방국들의 강한 비난과 대조된다. 이런 서방국들이 국제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점, 그리고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묵인한 점은 세계가 반드시 다뤄야 할 심각한 문제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중동에서 패권을 장악하려는 이스라엘의 야망이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독일, 그리고 다른 서방국들의 무기 지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가자지구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 그리고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공격하며 무력을 과시했고 이들 세력을 약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의 군사 및 무기 지원, 그리고 서방국들의 지지로 가능했다. 특히 시리아 공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밀착하고 군사 지원을 받았던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과도정부를 출범시킨 시리아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 이는 무력을 통해 새로운 시리아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안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단지 중동 지역의 팔레스타인 지지 세력 및 국가만이 아닌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지역 패권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자국이 팔레스타인의 테러와 주변국들의 공격 등에 노출됐다고 주장하며 약한 피해자 행세를 해왔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을 통해 공격자의 본모습을 강하게 드러냈다. 또한 가자지구는 물론 서안지구를 완전히 점령해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심 또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중동 지역의 안보에 부담을 넘어 해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중동은 물론 세계 평화에 큰 문제로 대두했다.
가자지구 전쟁 2년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는 전쟁과 힘을 통한 ‘평화’ 담론의 확산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과 초토화는 전쟁을 자국 평화와 안전을 위한 수단으로 써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전쟁이 문제를 해결하는 쉬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어기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서방국들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무차별 무력 사용도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이는 세계 평화의 원칙이자 인류의 규범인 최대한의 무력 자제와 대화, 협상, 중재 등의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과 평화 추구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지지하기 위해 그동안 세계가 동의하고 유엔 헌장에까지 담은 이런 원칙을 저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나아가 전쟁 담론과 힘을 통한 문제 해결 담론을 확산시켰다. 이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세계가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10월 6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집트에서 카타르, 이집트, 미국 등의 중재자를 통해 휴전을 위한 회담을 시작했다. 이번 회담은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참혹한 전쟁을 끝낼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성공하면 곧 휴전이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가자지구를 초토화하는 최후의 공격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가자지구에, 그리고 세계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전쟁 종식이다. 그리고 전쟁 종식 후에는 다른 무력 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쟁 범죄와 전범에 대한 심판, 다시 말해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심판이 뒤따라야 한다. 세계 평화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가자지구 전쟁 같은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