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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결론 낸 이스라엘 집단학살, 세계의 공동 책임



9월 16일 유엔 유엔인권위원회가 설치한 독립국제조사위원회(Independent International Commission of Inquiry)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genocide)을 저질렀음을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통해 유엔은 처음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인정했다. 위원회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2023년 10월 7일 이후 전쟁 당사자들이 저지른 폭력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해 이미 3개의 보고서를 냈는데 거기서는 이스라엘의 국제인권법,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사항 등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존의 보고서에서 언급한 국제법 위반 사례에 더해 이스라엘이 집단학살로 인정될 수 있는 많은 행위를 저질렀음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살해, 고문, 강간, 성폭행, 비인도적 처우, 강제 이주, 굶주림의 무기화 등 인도주의에 반한 범죄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에 더해 이스라엘 당국이 출생을 막는 방식으로 가자지구 주민 집단의 재생산 능력을 파괴하고, 의도적인 계산에 따라 신체적 파괴를 야기할 수 있는 생활 조건을 만들었다고 결론이었다. 그러면서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근간인 로마규정(Rome Statute)과 집단학살 협정(Genocide Convention), 즉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행위와 관련해서는 4개의 카테고리로 정리했는데 가자지구 주민 학살, 주민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심각한 위해, 주민 집단 전체 또는 일부의 파멸을 가져올 생활 환경의 의도적인 야기, 출생 방해를 의도한 수단의 강요 등이었다.

 

먼저 주민 살해와 관련해서는 이스라엘이 보호 대상인 시설들을 공격하고 민간인과 보호 대상인 주민들을 공격했으며 의도적으로 죽음을 야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주민에 대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위해를 가한 것과 관련해서는 민간인과 보호 대상인 주민들에 대한 직접적 공격, 구금자들에 대한 심각한 학대, 주민 강제 이주 야기, 환경 파괴 등을 지적했다.

 

가자지구 주민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멸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산된 공격과 생활 환경을 야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주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구조물과 땅의 파괴, 의료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 방해 및 거부, 강제 이주 등을 야기했음을 지적했다. 주민들의 일상 유지에 필수적인 인도주의 물품, 물, 전기, 연료 등의 가자지구 반입 금지도 지적했다. 또한 병원 공격과 파괴로 임산부 치료와 분만 후 치료 등을 불가능하게 하는 등 여성의 출산을 방해하는 폭력과 보건 서비스 및 식품 접근 방해, 영아와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들의 보건 서비스과 식품 접근 제한 등을 언급했다.

 

출생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수단의 부과와 관련해서는 이스라엘이 2023년 12월 가자지구의 최대 출산 병원을 공격해 약 4,000개의 배아와 1,000개의 정자 샘플, 그리고 수정되지 않은 난자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많은 사례를 언급했는데 그중 하나로 이스라엘군이 여러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겨냥하고 살해했음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어린이 부상자들과 사망자들을 처치한 의사들의 증언에 근거해 이스라엘군이 어린이들의 머리와 복부를 조준 사격했으며 유아들까지 저격수가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있음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공격을 했고 백기를 흔드는 피란민들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의도적으로 민간인들을 겨냥했고 집단학살의 목적이 인종청소였음을 말해준다.

 

보고서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발언도 분석해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결론지었다. 위원회를 이끈 나비 필라이 위원장은 집단학살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 벤자민 네타냐후 총리, 그리고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이 발표한 성명서와 내린 명령 등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 사람은 법에 따라 국가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국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며, 그러므로 우리는 이스라엘 국가가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또한 이스라엘 정부 기관들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행위 등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의 의도를 가지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굶주림와 비인도적인 상황 등을 부과한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팔라이 위원장은 여러 증거를 통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인간을 동물 취급하는 비인간화(dehumanization)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이 공식적으로 집단학살 결론을 발표하기 이전에 이미 다수의 국제기관들과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확인했다. 지난 8월 31일에는 세계적 집단학살 전문 연구자들로 이뤄진 국제집단학살학자협회(IAGS)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유엔의 발표는 세계 최고의 국제기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과 신뢰성 때문에 가장 조심스럽고 광범위하게 조사를 거친 후 이스라엘은 물론 어느 국가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를 제시하며 발표를 한 것일 뿐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집단학살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제기됐고 남아공은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ICJ는 2024년 1월 26일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사실상 인정하고 집단학살을 방지하도록 모든 조치를 위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하고 1개월 내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ICJ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ICJ조차 무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제사회, 특히 서방국들이 여전히 ’자위권‘ 운운하며 이스라엘의 지지하고 무기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사회의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가자지구 주민 외면이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계속하도록 만들었다.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의 직집적인 책임은 이스라엘에게 있지만 이는 동시에 세계가, 그리고 이스라엘을 막을 수 있었던 국가들이 도덕적 책임을 저버리고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더욱 심각한 건 유엔이 집단학살 결론을 내린 이 상황에서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좌우하는 미국을 포함한 일부 서방국들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덧붙여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는 유럽연합과 회원국들 또한 집단학살을 방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자지구 사망자는 9월 17일 현재 6만 5,000명을 넘었다. 전쟁 시작 이후 매일 이스라엘군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주민을 살해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위한 첫 단계로 북부의 가자 시티를 점령하기 위해 지상군을 진입시키고 주민들을 쫓아내고 있다. 하지만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며 피란을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도, 마지 못해 피란길에 오른 주민들도 언제 집단학살의 피해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모습을 오늘도 세계는 뉴스 영상을 통해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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