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론적 설명은 ‘갈등은 변화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갈등의 결과로 생기는 변화는 이론적 설명이 유효함을 뒷받침한다. 이는 다른 말로 변화를 위해서는, 또는 원한다면 갈등을 겪고 감수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걸 말해준다. 이런 설명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갈등을 관계와 조화를 깨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갈등이 언제나 상호 비난과 공격을 동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은 최선을 다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갈등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고 갈등이 항상 비난과 공격을 동반하는 것도 아니다. 부정적인 면은 당사자들, 그리고 주변의 개인이나 집단의 부적절한 갈등 대응 방식과 역량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이것이 갈등에 대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대응이 아니라 비난과 공격에 초점을 맞춘 파괴적인 대응과 때로는 무관심을 통한 외면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 갈등이 가진 변화의 가능성은 소멸하거나 현저하게 낮아진다.
갈등은 특히 상대적 약자에게 변화의 기회가 된다. 사실 많은 경우 상대적 강자는 변화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흔치 않긴 하지만 상대적 강자인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이 가진 힘을 인식하고 자기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공존의 관계와 사회를 위해 약자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약자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상대적 약자는 변화의 필요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적 강자가 힘의 불균형 관계를 통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상대적 약자는 당연히 변화를 필요를 느끼게 된다. 강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 불리한 기존의 관계, 구조, 문화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절실함이 축적되고 변화의 가능성이 더는 보이지 않을 때 약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힘의 관계와 경직된 구조 등 비협조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무엇보다 상대적 강자의 반격과 보복까지 예상하면서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항하고 갈등을 감수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갈등은 변화의 시작점이 된다. 한 가지 전제는 그런 갈등을 통해 약자와 강자가 소통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설 때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왜 약자의 문제 제기, 또는 저항으로 시작된 갈등이 변화의 시작점이 되는가? 아담 컬(Adam Curle)이 처음 고안한 ‘갈등의 진행(Progression of Conflict)’은 이를 잘 설명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갈등의 진행은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구역, 즉 1번의 ‘교육’은 갈등이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의 잠재성은 상대적 약자가 문제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고 힘의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교육 후에는 상대적 약자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각성, 그리고 그에 다른 문제 제기가 이뤄진다. 그 결과 두 번째 구역, 즉 2번의 ‘대립’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이제 상대적 약자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변화에 대한 욕구로 인해 저항하고 그 결과 갈등이 형성된다. 갈등의 형성과 전개 과정에서 상대적 약자는 적극적으로 그동안 간과됐던 힘을 키우는 기회를 만든다. 갈등이 계속되면 상대적 강자와 약자의 힘의 불균형은 좁혀지게 된다. 갈등이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는 약자의 힘이 강자가 제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완전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이뤄지면 세 번째 단계인 ‘협상’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진다. 드디어 약자와 강자가 협상자리에 앉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특히 더는 약자가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합의를 모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고 합의 실행이 지속되면 평화적 관계로의 변화와 그런 관계가 정착되는 단계인 ‘지속가능한 평화’로 이동하게 된다. 다양한 개인 및 집단 사이 평화적 관계가 정착된 사회는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건설적인 대응과 대화를 통한 해결의 시도가 일상적으로, 그리고 기본적 접근으로 고려되고 실행되는 사회를 말한다.
출처: 정주진 지음(2022). <평화학> 철수와영희, p.144.
갈등의 진행은 약자의 문제 제기와 저항으로 인한 갈등의 형성이 결국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된다는 점을 잘 설명한다. 강자가 편안함을 느끼고 편리하게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기존의 관계, 구조, 문화는 경직되어 있다. 강자가 약자의 불이익을 외면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기존의 것을 고수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강한 도전이 없으면 강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관계, 구조, 문화를 변화시킬 이유도 의지도 없다. 그 결과는 항상 강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 불리한 집단과 사회다. 결국 변화를 필요로하고 주도할 수 있는 건 약자다. 그리고 그런 약자의 문제 제기와 저항, 그리고 도전이 불합리하고 불평등하고 나아가 폭력적인 관계, 구조, 문화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약자가 만드는 갈등은 약자의 이익 추구, 삶의 질 개선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지니며 사회 변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 된다.
갈등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론적 설명은 ‘갈등은 변화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갈등의 결과로 생기는 변화는 이론적 설명이 유효함을 뒷받침한다. 이는 다른 말로 변화를 위해서는, 또는 원한다면 갈등을 겪고 감수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걸 말해준다. 이런 설명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갈등을 관계와 조화를 깨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갈등이 언제나 상호 비난과 공격을 동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은 최선을 다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갈등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고 갈등이 항상 비난과 공격을 동반하는 것도 아니다. 부정적인 면은 당사자들, 그리고 주변의 개인이나 집단의 부적절한 갈등 대응 방식과 역량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이것이 갈등에 대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대응이 아니라 비난과 공격에 초점을 맞춘 파괴적인 대응과 때로는 무관심을 통한 외면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 갈등이 가진 변화의 가능성은 소멸하거나 현저하게 낮아진다.
갈등은 특히 상대적 약자에게 변화의 기회가 된다. 사실 많은 경우 상대적 강자는 변화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흔치 않긴 하지만 상대적 강자인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이 가진 힘을 인식하고 자기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공존의 관계와 사회를 위해 약자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약자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상대적 약자는 변화의 필요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적 강자가 힘의 불균형 관계를 통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상대적 약자는 당연히 변화를 필요를 느끼게 된다. 강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 불리한 기존의 관계, 구조, 문화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절실함이 축적되고 변화의 가능성이 더는 보이지 않을 때 약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힘의 관계와 경직된 구조 등 비협조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무엇보다 상대적 강자의 반격과 보복까지 예상하면서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항하고 갈등을 감수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갈등은 변화의 시작점이 된다. 한 가지 전제는 그런 갈등을 통해 약자와 강자가 소통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설 때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왜 약자의 문제 제기, 또는 저항으로 시작된 갈등이 변화의 시작점이 되는가? 아담 컬(Adam Curle)이 처음 고안한 ‘갈등의 진행(Progression of Conflict)’은 이를 잘 설명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갈등의 진행은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구역, 즉 1번의 ‘교육’은 갈등이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의 잠재성은 상대적 약자가 문제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고 힘의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교육 후에는 상대적 약자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각성, 그리고 그에 다른 문제 제기가 이뤄진다. 그 결과 두 번째 구역, 즉 2번의 ‘대립’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이제 상대적 약자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변화에 대한 욕구로 인해 저항하고 그 결과 갈등이 형성된다. 갈등의 형성과 전개 과정에서 상대적 약자는 적극적으로 그동안 간과됐던 힘을 키우는 기회를 만든다. 갈등이 계속되면 상대적 강자와 약자의 힘의 불균형은 좁혀지게 된다. 갈등이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는 약자의 힘이 강자가 제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완전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이뤄지면 세 번째 단계인 ‘협상’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진다. 드디어 약자와 강자가 협상자리에 앉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특히 더는 약자가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합의를 모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고 합의 실행이 지속되면 평화적 관계로의 변화와 그런 관계가 정착되는 단계인 ‘지속가능한 평화’로 이동하게 된다. 다양한 개인 및 집단 사이 평화적 관계가 정착된 사회는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건설적인 대응과 대화를 통한 해결의 시도가 일상적으로, 그리고 기본적 접근으로 고려되고 실행되는 사회를 말한다.
출처: 정주진 지음(2022). <평화학> 철수와영희, p.144.
갈등의 진행은 약자의 문제 제기와 저항으로 인한 갈등의 형성이 결국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된다는 점을 잘 설명한다. 강자가 편안함을 느끼고 편리하게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기존의 관계, 구조, 문화는 경직되어 있다. 강자가 약자의 불이익을 외면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기존의 것을 고수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강한 도전이 없으면 강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관계, 구조, 문화를 변화시킬 이유도 의지도 없다. 그 결과는 항상 강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 불리한 집단과 사회다. 결국 변화를 필요로하고 주도할 수 있는 건 약자다. 그리고 그런 약자의 문제 제기와 저항, 그리고 도전이 불합리하고 불평등하고 나아가 폭력적인 관계, 구조, 문화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약자가 만드는 갈등은 약자의 이익 추구, 삶의 질 개선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지니며 사회 변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