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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참여적 정책 결정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낮은 투표율이다. 전국 투표율은 50.9%으로 20년 만에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전에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2년 3회(48.9%)보다는 2% 높았지만 직전 지방선거인 2018년의 7회(60.2%)보다는 9.3%나 떨어졌다. 광주광역시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여러 분석이 많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투표가 정책 결정과 실행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수치를 보면 명확해진다.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광주광역시의 경우 74.91%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광주 시민 중 겨우 28%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는 얘기다. 전북도지사 당선자의 경우 82.11%의 득표율을 얻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그런데 전북의 투표율은 48.7%에 불과했다. 최고 득표율이지만 전북 도민의 40% 정도만이 지지했다는 얘기다. 서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장 당선자의 득표율은 59.5%였는데 서울시 투표율은 53.2%였다. 그러니 결국 서울시민의 31.6%로부터만 지지를 받은 셈이다.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경우조차 과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를 받았으니 지자체장의 의지대로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진행하는 명분을 찾기는 어렵다.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투표율은 77.1%였고 48.6%를 얻은 후보가 당선됐다. 이겼지만 전체 국민 37.47%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과 정책의 정당성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은 정책 결정과 실행에 있어서 다른 방식을 모색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것은 그때그때 유권자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이유도 있다. 선거 때 모든 정책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정책 하나하나에 대한 지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투표를 했지만 적극적으로 당선자에게 반대해 다른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선거에 참여했으니 더욱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는 셈이다. 당선자의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이겼다고 당선자 마음대로 뭔가를 결정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민주적 실행 방식에 위배된다.

 

지난 정부 초기에 실행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통해 국민이 참여하는 숙의 절차를 통한 정책 결정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높아졌다. 그전에도 공론화가 있었지만 원자력발전소라는 민감한 현안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정부는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사회적 기제로서 공론화를 시도했다. 그후로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공론화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민 의견 수렴과 참여적 정책 결정 기제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하나는 다수결 투표 방식으로 의견 수렴 결과를 해석하는 점이다. 공론화의 의미는 국민들, 또는 지역주민들에게 숙의의 기회를 제공하고 의사를 묻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기관이 정책 결정을 위해 결과를 참고하는 것이다. 단순히 1%라도 더 찬성의견이 나오면 그것을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건 공론화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다. 보통 공론화를 진행하는 시간도 숙의의 시간도 충분하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다른 하나는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공론화를 요식 절차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안에 직접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필요를 다루지 않고 범위를 확대해 국민, 또는 지역주민 전체에게 의견을 묻는 건 문제를 희석하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공론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적어도 참여자 70-80%의 지지를 정책 결정의 근거로 고려하는 변화가 있어야 하고, 숙의 과정도 더 정교하고 밀도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요식 절차로 공론화를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실 공론화는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과 사업 결정의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참여적 정책 결정이 이뤄지려면 다양한 방식이 실행되어야 한다. 정책에 영향을 받는 지역이나 마을의 주민들이 직업 참여하는 장기간의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고, 공공기관과 지역주민의 직접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기도 하다. 상황과 현안에 따라 참여 범위를 넓혀야 하는 경우도 좁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참여적 정책 결정에 대한 진지한 담론과 시도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실행 방법이 고안될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유권자들이 직접 참여해 자신이 원하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 선거의 의미는 퇴색했다. 정치가 퇴보하고 국민이 아닌 정치인이 선거의 주역이 됐다. 맘에 드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어도 국민들은 투표장에 가서 한 명을 뽑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의 선택권이 좁아진 상황에서 선거에 기대는 정치는 무의미하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국민 삶의 향상에 기여하는 정책을 위해 참여적 정책 결정이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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