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
통일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숙명적인 과제로 여겨진다. 남한과 북한이 각각 국가를 수립한 직후부터 통일은 민족의 숙원으로 언급되어 왔으나 그에 비해 우리 사회의 통일 준비는 거의 부재에 가깝다. 통일은 ‘구호’에 그칠 뿐이고 이제는 통일에 찬성하거나 통일을 원하는 국민의 비율은 50% 언저리에 불과하다.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좋았던 적이 없고 남북대결이 고착된 상태니 이런 수치가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조건이 만들어진다면 ‘통일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 그리고 통일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통일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하고 통일이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다.
먼저 통일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얘기하자면 많은 사람이 무엇보다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 북한의 경제 수준이 빈곤국 수준이지만 남한의 자본과 기술로 단시일에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을 남한의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거기에 외국의 투자까지 더해지면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북한의 경제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이 가진 천연자원과 값싼 노동력은 물론이고 개발되지 않는 사회 환경이 오히려 경제 개발을 위한 투자의 좋은 조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결과 통일된 국가는 경제 대국이 되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 또한 높아지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다. 경제적 효과 외에 남북한 사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전쟁 위험이 제거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다.
통일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와 관련해서도 많은 사람이 경제적 문제에 관심이 많다. 빈곤국인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 그리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남한이 막대한 통일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그것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통일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통일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남북관계, 사회 환경, 시대 상황, 화폐 가치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남북한 통일 비용 예측은 기관이나 연구소마다 달라서 수백조원에서 수천조원까지 언급된다. 많은 사람이,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북한 주민들과의 이념, 사고방식, 생활 수준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고 그럼에도 통일이 된다면 사회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부정적 효과를 넘어 장기간 극복하기 힘든 사회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면 차라리 통일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통일의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에 대해 평소에 생각하거나 나아가 구체적인 내용까지 상상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설문조사에 답할 때, 또는 사회적 대화 같은 곳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 비로소 생각해보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살면서 자주 듣는 ‘통일’과 그 내용에 대해 왜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통일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의 전제조건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평화적 관계의 유지 및 정착인데 남북한이 그랬던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과거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에 남북관계가 다소 개선됐지만 평화적 관계의 정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세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은 한 해의 이벤트에 그쳤다. 70년 넘게 통일을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통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통일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는다. 정치권과 군은 군사적, 정치적 대립과 비난 또는 군사적 충돌 방지에만 관심을 갖는다. 특히 보수적인 정치인, 군인, 국민은 북한이 고분고분하게 굴고 군사적 대결을 포기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상은 남북한 모두가 군사력 증강, 무력 경쟁에 주력하고 있고, 억지력 강화의 명분으로 군사적 긴장 상황을 만들고 있는데 말이다. 외교의 기본은 대화고, 대화는 적과도 해야 하는 것인데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 당연히 통일을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고 여전히 공허한 구호에만 머물러 있다.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통일의 상대는 북한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북한 사회와 국민에 대해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긍정적, 부정적 효과에 대해 북한 정부나 국민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인지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짐작만 할 뿐 대충 비슷한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대충 비슷할’ 것 같은 예측을 하나 해보자면 북한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를 수도, 어쩌면 180도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북한은 경제적으로,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으로 북한보다 훨씬 우위인 남한이 통일을 주도하는 상황을 우려할 것이다. 남한이 북한을 경제 강대국이 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할 가능성, 그리고 북한의 자원을 마음대로 쓸 가능성을 우려해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설사 독일 통일 후 동독 주민들이 이등 국민 취급을 당했던 것에 대해 알지 못해도 북한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남한 주도로 통일이 되면 자신들이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서 경험한 차별에 대해 알고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니 통일의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를 생각하려면 먼저 북한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일상적인 정보의 흐름과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북한 주민과 생각을 나누고 공동의 기반을 만들려면 신뢰 관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과연 그런 일이 몇 년 안에 가능할까? 언제나 그런 일이 가능할까?
통일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통일의 필요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는 전 국민의 반 정도가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반 정도는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통일이 안정된 삶이나 삶의 질 향상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한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할까?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한 지지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 발전을 위해 통일해야 할까? 그런데 경제 발전은 통일의 파생 효과이지 절대적인 필요는 아니다. 또 우리는 통일이 없이도 경제 발전을 이뤘다. 통일이 되고 남북 경제가 통합되면 더한 경제 발전을 이루고 현재의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만을 기대할 수도, 그런 효과가 단시일에 나타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또한 통일은 새로운 시장과 투자처를 찾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막대한 통일 비용을 감내할 명분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통일의 가장 우선적인 고려나 필요가 되어야 할까?
통일의 필요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 그리고 미래의 상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군사적, 정치적 대결과 긴장이 심각한 위기 수준이다. 국제 정세와 얽혀서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오히려 새로운 긴장 및 대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한반도 상황과 국제 환경에서 사실 통일을 얘기하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우선 무력 대결과 충돌을 예방하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 무력 대결과 충돌의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완전하게 안전이 담보될 때, 그리고 남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는 상황이 될 때 비로소 통일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통일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남북한의 대결 종식과 평화적 공존의 정착, 남북한 주민 모두의 평화적 삶의 보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이익도 당연하게 뒤따를 것이다.
통일의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를 얘기하는 건 현재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미래를 상상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국민의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으로 이런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남북한의 무력 대결을 심화시키는 정치적, 군사적 상황의 개선이다. 현재의 상황을 지속하는 것은 우리의 안전을 해치는 것이고, 동시에 불안한 한반도 상황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남북한이 대결을 완화하고 대화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통일을 얘기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만들어진다. 통일에 찬성하든, 찬성하지 않든 남북한이 대결하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건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통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남북한이 동의하고 상생할 수 있는 통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2023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
통일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숙명적인 과제로 여겨진다. 남한과 북한이 각각 국가를 수립한 직후부터 통일은 민족의 숙원으로 언급되어 왔으나 그에 비해 우리 사회의 통일 준비는 거의 부재에 가깝다. 통일은 ‘구호’에 그칠 뿐이고 이제는 통일에 찬성하거나 통일을 원하는 국민의 비율은 50% 언저리에 불과하다.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좋았던 적이 없고 남북대결이 고착된 상태니 이런 수치가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조건이 만들어진다면 ‘통일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 그리고 통일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통일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하고 통일이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다.
먼저 통일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얘기하자면 많은 사람이 무엇보다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 북한의 경제 수준이 빈곤국 수준이지만 남한의 자본과 기술로 단시일에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을 남한의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거기에 외국의 투자까지 더해지면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북한의 경제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이 가진 천연자원과 값싼 노동력은 물론이고 개발되지 않는 사회 환경이 오히려 경제 개발을 위한 투자의 좋은 조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결과 통일된 국가는 경제 대국이 되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 또한 높아지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다. 경제적 효과 외에 남북한 사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전쟁 위험이 제거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다.
통일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와 관련해서도 많은 사람이 경제적 문제에 관심이 많다. 빈곤국인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 그리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남한이 막대한 통일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그것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통일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통일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남북관계, 사회 환경, 시대 상황, 화폐 가치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남북한 통일 비용 예측은 기관이나 연구소마다 달라서 수백조원에서 수천조원까지 언급된다. 많은 사람이,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북한 주민들과의 이념, 사고방식, 생활 수준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고 그럼에도 통일이 된다면 사회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부정적 효과를 넘어 장기간 극복하기 힘든 사회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면 차라리 통일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통일의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에 대해 평소에 생각하거나 나아가 구체적인 내용까지 상상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설문조사에 답할 때, 또는 사회적 대화 같은 곳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 비로소 생각해보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살면서 자주 듣는 ‘통일’과 그 내용에 대해 왜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통일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의 전제조건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평화적 관계의 유지 및 정착인데 남북한이 그랬던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과거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에 남북관계가 다소 개선됐지만 평화적 관계의 정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세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은 한 해의 이벤트에 그쳤다. 70년 넘게 통일을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통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통일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는다. 정치권과 군은 군사적, 정치적 대립과 비난 또는 군사적 충돌 방지에만 관심을 갖는다. 특히 보수적인 정치인, 군인, 국민은 북한이 고분고분하게 굴고 군사적 대결을 포기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상은 남북한 모두가 군사력 증강, 무력 경쟁에 주력하고 있고, 억지력 강화의 명분으로 군사적 긴장 상황을 만들고 있는데 말이다. 외교의 기본은 대화고, 대화는 적과도 해야 하는 것인데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 당연히 통일을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고 여전히 공허한 구호에만 머물러 있다.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통일의 상대는 북한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북한 사회와 국민에 대해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긍정적, 부정적 효과에 대해 북한 정부나 국민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인지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짐작만 할 뿐 대충 비슷한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대충 비슷할’ 것 같은 예측을 하나 해보자면 북한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를 수도, 어쩌면 180도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북한은 경제적으로,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으로 북한보다 훨씬 우위인 남한이 통일을 주도하는 상황을 우려할 것이다. 남한이 북한을 경제 강대국이 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할 가능성, 그리고 북한의 자원을 마음대로 쓸 가능성을 우려해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설사 독일 통일 후 동독 주민들이 이등 국민 취급을 당했던 것에 대해 알지 못해도 북한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남한 주도로 통일이 되면 자신들이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서 경험한 차별에 대해 알고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니 통일의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를 생각하려면 먼저 북한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일상적인 정보의 흐름과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북한 주민과 생각을 나누고 공동의 기반을 만들려면 신뢰 관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과연 그런 일이 몇 년 안에 가능할까? 언제나 그런 일이 가능할까?
통일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통일의 필요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는 전 국민의 반 정도가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반 정도는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통일이 안정된 삶이나 삶의 질 향상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한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할까?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한 지지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 발전을 위해 통일해야 할까? 그런데 경제 발전은 통일의 파생 효과이지 절대적인 필요는 아니다. 또 우리는 통일이 없이도 경제 발전을 이뤘다. 통일이 되고 남북 경제가 통합되면 더한 경제 발전을 이루고 현재의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만을 기대할 수도, 그런 효과가 단시일에 나타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또한 통일은 새로운 시장과 투자처를 찾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막대한 통일 비용을 감내할 명분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통일의 가장 우선적인 고려나 필요가 되어야 할까?
통일의 필요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 그리고 미래의 상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군사적, 정치적 대결과 긴장이 심각한 위기 수준이다. 국제 정세와 얽혀서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오히려 새로운 긴장 및 대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한반도 상황과 국제 환경에서 사실 통일을 얘기하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우선 무력 대결과 충돌을 예방하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 무력 대결과 충돌의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완전하게 안전이 담보될 때, 그리고 남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는 상황이 될 때 비로소 통일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통일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남북한의 대결 종식과 평화적 공존의 정착, 남북한 주민 모두의 평화적 삶의 보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이익도 당연하게 뒤따를 것이다.
통일의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를 얘기하는 건 현재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미래를 상상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국민의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으로 이런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남북한의 무력 대결을 심화시키는 정치적, 군사적 상황의 개선이다. 현재의 상황을 지속하는 것은 우리의 안전을 해치는 것이고, 동시에 불안한 한반도 상황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남북한이 대결을 완화하고 대화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통일을 얘기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만들어진다. 통일에 찬성하든, 찬성하지 않든 남북한이 대결하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건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통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남북한이 동의하고 상생할 수 있는 통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