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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70주년과 종전


7월 27일이면 정전협정 70주년이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으로 한국전쟁은 일단락됐다. 폭격과 총성이 멈춘 날이니 기념하고 축하할 일이다. 더군다나 한국전쟁은 세계사적으로도 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이니 말이다.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정전협정일을 축하할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폭격과 총성은 멈췄지만 전쟁 재개를 우려하게 하는 무력 대결과 남북한 사이 적대적 태도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이었지만 사실상 종전선언으로 취급되고 잊혀질 수도 있었다. 남북한이 전쟁을 일단락지은 이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 남북한이 무력 대결을 멈추고 평화적 공존을 논의하고 실행해 나갔다면 말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였다. 남북한은 ‘정전’에 매우 충실했다. 언젠가 재개될 전면적인 전쟁 또는 국지적 무력 충돌을 상정해 물리적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심리적으로 상대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정전협정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남북한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정전협정 직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정치적, 군사적 긴장이 고착화되서인지 좀 느긋해졌을 뿐이고, 남한과 북한 모두 적대적 대결은 유지하면서 한반도 전체의 미래보다 각자의 정치와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공동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추구해야 할 한반도 평화는 내팽개친 채 말이다. 동시에 경제와 외교 상황 등을 고려해 노골적인 무력 충돌만 피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언제 높아진 군사적 긴장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다시 위험 수위에 도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바꾸어야 할 필요가 제기된 건 오래됐다. 그 이유는 남북한 사이 군사적 대결과 군비 경쟁이 지속되고 그 결과 평화적 공존과 평화통일을 위한 논의의 시작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북한을 여전히 한국전쟁 때의 적으로만 상정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시도는 북한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 정부의 어느 시도도 북한의 이익을 위한 대화와 관계 개선 시도였던 적은 없다. 모두 우선적으로 남한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다음으로는 한반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 북한의 이익은 북한을 대화와 협상 자리로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고 대화와 협상을 위해 기본적이고 최소한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었다. 모든 외교 협상에 적용되는 원칙처럼 말이다. 결국 주고받기가 되어야 자기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실질적 종전과 심리적 종전이 있을 수 있다. 실질적 종전은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종전선언이나 종전과 함께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다시는 무력 충돌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 될 것이다. 심리적 종전은 어떤 형식으로 전쟁이 끝났건 간에 적대적 관계와 무력 대결의 종식, 평화적 공존 논의 등이 진행되고 그 결과 더는 전쟁의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 우리는 둘 중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전협정 70주년이 된 지금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건 종전이다. 공동 선언이 됐든 협정이 됐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물론 당장은 남북한이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꾸준히 종전 논의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에 대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건 위험하고 의미가 없다. 종전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볼 때 거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고, 남북한 간에 전쟁의 지속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중요한 정치적 수사로 여기고 이념의 잣대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표하는 것이라면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내가 종전을 반대하는 건 남북한 사이 적대적 관계와 무력 대결을 원해서인가, 아니면 정치적 성향에 따른 것인가?’ 반대로 ‘내가 종전을 원하는 건 남북한 사이 적대적 관계와 무력 대결을 원치 않아서인가, 아니면 정치적 성향에 따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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