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1일 오전 6시 41분에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비상경계 발령 문자를 보냈다. 대피할 준비를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 하나로 1천만 명에 가까운 서울 시민이 대혼란에 빠졌다.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것인지 몰라 안절부절했다. 잠시 멍했는데 ‘전쟁이 나면 순식간에 끝인데 뭐...’하며 쿨하게 다시 잠을 잤다는 사람들도 있긴 했다. 22분 후인 오전 7시 3분에 행정안전부가 서울시가 보낸 문자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렸고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 일은 일단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불안하고 위태로운지를 잘 말해주었다.
우리는 남북의 정치적, 군사적 대립이 최고조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남북의 군사적 대립은 노골적인 강대강 대결로 진화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문자로 시민들이 혼란과 공포에 빠졌던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다. 평소에 남북 사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현재 계속되고 있는 남북 대결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악화가 아니라 남북갈등의 고착화다. 현재 상황은 고착된 남북갈등을 완화하거나 최고조로 치닫지 않도록 잘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남북 사이의 갈등은 남한과 북한이 각각 국가를 세운 때부터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남북갈등은 장기적으로 지속돼 다루기 까다로운 갈등, 다시 말해 protracted conflict로 분류될 수 있다. 갈등은 3년 이상 계속된 한국전쟁을 통해 최고조에 이르렀고 전쟁은 다행히 정전협정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위기 상황만 모면했을 뿐 갈등과 대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다음 달인 7월 27일이면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데 말이다. 남북이 종전협정도 평화협정도 맺지 않고 적대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갈등은 언제든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무력 충돌을 염려해야 할 정도의 위기 상황인 게 사실이다.
국방부의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갈등에 대응하는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갈등이 악화되거나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최대한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두 가지 중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등을 악화하고 위기 상황을 만드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 더는 선택지가 없는 당사자들이 해결을 모색하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남북갈등은 다르다. 갈등의 당사자들이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이고 남북은 각각 무력을 과시하고 증강함으로써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이 가져올 최악의 상황은 전면전은 아닐지라도 국지적인 무력 충돌이다. 그러므로 무력 충돌 발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위기 상황을 유지하고 다른 한편 더욱 위기를 조장하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무력 충돌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야기하지 않더라도 갈등 악화와 위기 상황의 지속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며,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수적인 효과로 사회 내부의 이념 및 정치 대결의 심화로 사회갈등이 악화하거나 새로운 사회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무력 증강과 경쟁은 남북갈등 관리와 해결, 그리고 한국 사회의 안전을 위한 답이 아니다.
남북 사이 갈등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더는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적어도 국민이 또 다른 비상경계가 발령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둘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남북갈등을 위기로 치닫게 하는 무력 대결과 경쟁은 상호적인 일이고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상황을 잘 관리할 책임은 결국 우리 정부에, 그리고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다.
남북갈등의 악화 및 위기 상황과 관련해 국민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남북갈등 문제를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맡겨 놓고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눈앞에 닥친 생계와 생존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걸 잘 안다. 그러나 우리의 생계와 생존 문제 중 남북갈등과 관련되지 않은 건 거의 없다. 긴급하고 중요한 사회 문제가 모두 이념 논쟁으로 변질되고,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쓰일 수 있는 막대한 돈이 국방예산에 투입되고 있고, 안보가 강조되면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비상경계 발령의 해프닝이 끝난 후 오보 문자를 보낸 서울시를, 그리고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행정안전부와 국방부를 탓했다면, 그리고 대피소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반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비상 경계경보가 발령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고, 위기 상황을 벗어날 충분한 노력을 정부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한 국민의 관심, 성찰, 의사 표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23년 5월 31일 오전 6시 41분에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비상경계 발령 문자를 보냈다. 대피할 준비를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 하나로 1천만 명에 가까운 서울 시민이 대혼란에 빠졌다.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것인지 몰라 안절부절했다. 잠시 멍했는데 ‘전쟁이 나면 순식간에 끝인데 뭐...’하며 쿨하게 다시 잠을 잤다는 사람들도 있긴 했다. 22분 후인 오전 7시 3분에 행정안전부가 서울시가 보낸 문자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렸고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 일은 일단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불안하고 위태로운지를 잘 말해주었다.
우리는 남북의 정치적, 군사적 대립이 최고조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남북의 군사적 대립은 노골적인 강대강 대결로 진화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문자로 시민들이 혼란과 공포에 빠졌던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다. 평소에 남북 사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현재 계속되고 있는 남북 대결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악화가 아니라 남북갈등의 고착화다. 현재 상황은 고착된 남북갈등을 완화하거나 최고조로 치닫지 않도록 잘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남북 사이의 갈등은 남한과 북한이 각각 국가를 세운 때부터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남북갈등은 장기적으로 지속돼 다루기 까다로운 갈등, 다시 말해 protracted conflict로 분류될 수 있다. 갈등은 3년 이상 계속된 한국전쟁을 통해 최고조에 이르렀고 전쟁은 다행히 정전협정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위기 상황만 모면했을 뿐 갈등과 대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다음 달인 7월 27일이면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데 말이다. 남북이 종전협정도 평화협정도 맺지 않고 적대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갈등은 언제든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무력 충돌을 염려해야 할 정도의 위기 상황인 게 사실이다.
국방부의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갈등에 대응하는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갈등이 악화되거나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최대한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두 가지 중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등을 악화하고 위기 상황을 만드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 더는 선택지가 없는 당사자들이 해결을 모색하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남북갈등은 다르다. 갈등의 당사자들이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이고 남북은 각각 무력을 과시하고 증강함으로써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이 가져올 최악의 상황은 전면전은 아닐지라도 국지적인 무력 충돌이다. 그러므로 무력 충돌 발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위기 상황을 유지하고 다른 한편 더욱 위기를 조장하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무력 충돌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야기하지 않더라도 갈등 악화와 위기 상황의 지속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며,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수적인 효과로 사회 내부의 이념 및 정치 대결의 심화로 사회갈등이 악화하거나 새로운 사회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무력 증강과 경쟁은 남북갈등 관리와 해결, 그리고 한국 사회의 안전을 위한 답이 아니다.
남북 사이 갈등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더는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적어도 국민이 또 다른 비상경계가 발령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둘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남북갈등을 위기로 치닫게 하는 무력 대결과 경쟁은 상호적인 일이고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상황을 잘 관리할 책임은 결국 우리 정부에, 그리고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다.
남북갈등의 악화 및 위기 상황과 관련해 국민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남북갈등 문제를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맡겨 놓고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눈앞에 닥친 생계와 생존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걸 잘 안다. 그러나 우리의 생계와 생존 문제 중 남북갈등과 관련되지 않은 건 거의 없다. 긴급하고 중요한 사회 문제가 모두 이념 논쟁으로 변질되고,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쓰일 수 있는 막대한 돈이 국방예산에 투입되고 있고, 안보가 강조되면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비상경계 발령의 해프닝이 끝난 후 오보 문자를 보낸 서울시를, 그리고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행정안전부와 국방부를 탓했다면, 그리고 대피소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반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비상 경계경보가 발령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고, 위기 상황을 벗어날 충분한 노력을 정부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한 국민의 관심, 성찰, 의사 표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