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가 장식한 2022년의 대미
2022년 연말은 북한 무인기가 장식했다. 북한이 보낸 무인기 5대를 한 대도 격추하거나 수거하지 못한 군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물론 국민도 충격을 받았고 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다음 이틀 동안에는 군이 첨단 전투기와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결국 새떼와 풍선을 쫓은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웃지 못할 과도한 대응은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강화도 주민들에게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고 새벽의 전투기 소음으로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전쟁이 일어난줄 알고 공포에 떨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군은 북한 무인기 도발에 맞서 우리 무인기 세 대를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날려 정찰 활동을 했다. 군의 이런 조치는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고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남한도 북한처럼 정전협정을 위반한 상황이 됐고 유엔군사령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은 물론이고 남한의 위반 사항 또한 조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남한의 행위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작전이지만 그래도 정전협정을 위반한 건 사실이니 말이다.
북한의 무인기 출격은 분명 도발이고 그에 대해 우리 군이 무인기를 보내 경고를 보냈으니 그것으로 북한의 무인기 출격 사건은 일단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진은 계속됐다. 비판에 직면한 군은 사과를 했고 대통령은 군을 질타했다. 군은 ‘합동방공훈련’을 진행했고 향후 북한 무인기 출격에 대비해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건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그 와중에 대통령은 “확전 각오”와 “평화를 위한 압도적 전쟁 준비”까지 언급했다. 북한 무인기 출격은 ‘전쟁’ 가능성을 내포한 사건이 아니고 과거에도 있었던 일인데 그것을 ‘전쟁’ 프레임에 넣어버린 것이다. 북한의 행동에 대한 과대 대응이 과소 대응보다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안보 위기를 우려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군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는 단호한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먼저 ‘전쟁’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전쟁 준비’를 언급했다는 건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이것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다.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전쟁이나 군사적 긴장이 높아져 일상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 군의 ‘공식적’ 입장은 ‘방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무엇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전쟁’ 언급은 북한에게 남한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군비 증강 가속을 정당화할 빌미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국민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
변화를 위한 정부의 한계 극복 필요
북한의 무인기 출격, 그리고 정부와 군의 강경 일변도 발언을 둘러싸고 상반되는 반응이 나타났다. 강경 발언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쟁’까지 거론하고 남북군사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대통령과 군의 발언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권의 상반된 반응은 노골적이었다. 이런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고착된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과 단절 때문이다. 또한 그와 관련해 현 정부와 북한 사이 적대적 감정 증폭에 대한 상반된 입장의 존재 때문이다. 그런데 이념 갈등과 단절은 고착되어 있지만 늘 정면적이고 노골적인 대결로 표출되는 건 아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어떻게 대북정책과 남북 관계를 관리하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군이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가지고 북한을 상대하느냐가 우리 사회의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 남북 관계에도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 그리고 군은 현재 남북의 대결 및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그 결과 대북 정책에 대한 이견를 둘러싼 이념 갈등과 단절은 악화되고 있다. 물론 남북 관계도 현재로선 개선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악화되어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증폭되고 있는 남북 사이 적대적 감정은 우리가 현재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현 정부는 이미 대선 캠페인 때부터(선거용이라 할지라도)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냈고 그것이 현 정권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태도 결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실험과 그에 대한 한미의 무력 시위 등으로 강 대 강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고 이 판단은 내년 초 출간될 국방백서에도 실릴 예정이다. 남한과 북한은 이제 조금의 여지도 없이 서로를 대화와 협상의 상대보다는 적으로 보고 있다. 남북 관계는 이견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아니라 적 사이 정면 대결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 북한에게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현 정부가 보이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보수적 이념에 기반한 면이 크다는 점을 부인하긴 힘들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겨냥해 의도적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의심도 지우기는 힘들다.
이번 북한 무인기 사건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사회적 논란은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우리는 정전협정 상태에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남북의 군사적 대결과 긴장 상황을 매일 겪으며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아니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상황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은 달라질 수 있다. 변화를 위해 정부는 강 대 강으로 치닫는 현재의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이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행동과 상관없이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고 그런 권리의 보장을 우리 정부에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원인이 북한에 있다 해도 그것을 관리하고 긴장 완화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실현시킬 책임과 의무는 우리 정부에게 있다. 그런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변화된 상황을 만들지 못하는 정부는 ‘무능’의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다.
북한 무인기 사건이 보여준 또 다른 사실은 군비 증강으로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무인기, 또는 다른 종류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해 군이 훈련을 강화하고 군사 장비를 갖추는 건 최소한의 대책에 불과하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군사적 조치는 절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의 안전은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완화되고 나아가 평화적 공존의 토대가 만들어질 때 확보될 수 있다. 해답은 정해져 있다. 남은 과제는 해답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고 그것은 크게 두 가지일 수밖에 없다. 하나는 남북이 정면 대결로 치닫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적 공존을 위한 장기적 비전을 만들고 매 순간마다, 그리고 사건이 생길 때마다 그것과 모순되지 않게 대응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 정부가 할 일이다. 변화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보수의 이념에 기반한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감정을 극복하고 북한을 냉정하게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2023년에는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아니 꼭 변화가 생겨야 한다. 이 땅에 살고 머무는 모든 사람이 안전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무인기가 장식한 2022년의 대미
2022년 연말은 북한 무인기가 장식했다. 북한이 보낸 무인기 5대를 한 대도 격추하거나 수거하지 못한 군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물론 국민도 충격을 받았고 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다음 이틀 동안에는 군이 첨단 전투기와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결국 새떼와 풍선을 쫓은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웃지 못할 과도한 대응은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강화도 주민들에게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고 새벽의 전투기 소음으로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전쟁이 일어난줄 알고 공포에 떨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군은 북한 무인기 도발에 맞서 우리 무인기 세 대를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날려 정찰 활동을 했다. 군의 이런 조치는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고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남한도 북한처럼 정전협정을 위반한 상황이 됐고 유엔군사령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은 물론이고 남한의 위반 사항 또한 조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남한의 행위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작전이지만 그래도 정전협정을 위반한 건 사실이니 말이다.
북한의 무인기 출격은 분명 도발이고 그에 대해 우리 군이 무인기를 보내 경고를 보냈으니 그것으로 북한의 무인기 출격 사건은 일단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진은 계속됐다. 비판에 직면한 군은 사과를 했고 대통령은 군을 질타했다. 군은 ‘합동방공훈련’을 진행했고 향후 북한 무인기 출격에 대비해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건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그 와중에 대통령은 “확전 각오”와 “평화를 위한 압도적 전쟁 준비”까지 언급했다. 북한 무인기 출격은 ‘전쟁’ 가능성을 내포한 사건이 아니고 과거에도 있었던 일인데 그것을 ‘전쟁’ 프레임에 넣어버린 것이다. 북한의 행동에 대한 과대 대응이 과소 대응보다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안보 위기를 우려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군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는 단호한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먼저 ‘전쟁’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전쟁 준비’를 언급했다는 건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이것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다.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전쟁이나 군사적 긴장이 높아져 일상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 군의 ‘공식적’ 입장은 ‘방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무엇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전쟁’ 언급은 북한에게 남한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군비 증강 가속을 정당화할 빌미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국민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
변화를 위한 정부의 한계 극복 필요
북한의 무인기 출격, 그리고 정부와 군의 강경 일변도 발언을 둘러싸고 상반되는 반응이 나타났다. 강경 발언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쟁’까지 거론하고 남북군사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대통령과 군의 발언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권의 상반된 반응은 노골적이었다. 이런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고착된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과 단절 때문이다. 또한 그와 관련해 현 정부와 북한 사이 적대적 감정 증폭에 대한 상반된 입장의 존재 때문이다. 그런데 이념 갈등과 단절은 고착되어 있지만 늘 정면적이고 노골적인 대결로 표출되는 건 아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어떻게 대북정책과 남북 관계를 관리하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군이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가지고 북한을 상대하느냐가 우리 사회의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 남북 관계에도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 그리고 군은 현재 남북의 대결 및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그 결과 대북 정책에 대한 이견를 둘러싼 이념 갈등과 단절은 악화되고 있다. 물론 남북 관계도 현재로선 개선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악화되어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증폭되고 있는 남북 사이 적대적 감정은 우리가 현재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현 정부는 이미 대선 캠페인 때부터(선거용이라 할지라도)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냈고 그것이 현 정권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태도 결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실험과 그에 대한 한미의 무력 시위 등으로 강 대 강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고 이 판단은 내년 초 출간될 국방백서에도 실릴 예정이다. 남한과 북한은 이제 조금의 여지도 없이 서로를 대화와 협상의 상대보다는 적으로 보고 있다. 남북 관계는 이견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아니라 적 사이 정면 대결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 북한에게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현 정부가 보이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보수적 이념에 기반한 면이 크다는 점을 부인하긴 힘들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겨냥해 의도적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의심도 지우기는 힘들다.
이번 북한 무인기 사건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사회적 논란은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우리는 정전협정 상태에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남북의 군사적 대결과 긴장 상황을 매일 겪으며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아니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상황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은 달라질 수 있다. 변화를 위해 정부는 강 대 강으로 치닫는 현재의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이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행동과 상관없이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고 그런 권리의 보장을 우리 정부에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원인이 북한에 있다 해도 그것을 관리하고 긴장 완화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실현시킬 책임과 의무는 우리 정부에게 있다. 그런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변화된 상황을 만들지 못하는 정부는 ‘무능’의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다.
북한 무인기 사건이 보여준 또 다른 사실은 군비 증강으로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무인기, 또는 다른 종류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해 군이 훈련을 강화하고 군사 장비를 갖추는 건 최소한의 대책에 불과하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군사적 조치는 절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의 안전은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완화되고 나아가 평화적 공존의 토대가 만들어질 때 확보될 수 있다. 해답은 정해져 있다. 남은 과제는 해답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고 그것은 크게 두 가지일 수밖에 없다. 하나는 남북이 정면 대결로 치닫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적 공존을 위한 장기적 비전을 만들고 매 순간마다, 그리고 사건이 생길 때마다 그것과 모순되지 않게 대응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 정부가 할 일이다. 변화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보수의 이념에 기반한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감정을 극복하고 북한을 냉정하게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2023년에는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아니 꼭 변화가 생겨야 한다. 이 땅에 살고 머무는 모든 사람이 안전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