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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긴장과 대결 시대의 평화통일교육


대한민국은 한때 ‘다이내믹 코리아’라 불렸다. 워낙 사회에 굵직한 사건이 많고 변화가 빨라서 생긴 별명이었다. 심심하다 싶으면 생기는 정치.사회 사건은 과도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념 갈등과 대결로 인해 하나의 이슈나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여전히 대한민국은 과도기적 사회인 것 같다. 몇 년 만에 변해버린 세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2018년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판문점선언, 남북군사합의, 그리고 남북의 소통과 교류 등은 2019년부타 중단되기 시작하더니 이젠 기억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다. 남북관계는 ‘완벽하게’ 2018년 이전, 그리고 그 이전의 대결이 극에 달하고 전쟁의 기운이 감돌던 시대로 회귀했다. 내년 초에 나올 2022년 국방백서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다이내믹 코리아다.

 

2022년은 전례 없이 군사적 긴장이 높은 해였다. 북한 전문가들도 정확히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역대 최다였고, 한미는 연합훈련 복원과 강화, 그리고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활성화 등으로 무력 시위의 수위를 높였다. 남북은 강 대 강 상황을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그렇게 형성된 위기 상황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런 남북 대결의 이면에는 미중 대결의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환경의 변화가 미친 영향도 크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남북 모두가 대화의 필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무엇보다 평화적 통일을 언급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나아가 허상으로 보일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 무언가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남북의 정치적, 군사적 대결 문제는 우리가 다뤄야 할 숙명적 과제이고 남북 대결을 완화하고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는 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남북 대결의 심화 국면에서 평화통일교육은 형식적인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며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도 지속되어야 한다. 다만 변하는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교육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도 효과를 보장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그동안 변한 상황, 그리고 현재 남북 관계가 최악인 상황까지 반영한 평화통일교육이 필요하다.

 

평화통일교육은 여전히 통일의 당위성 강조, 통일의 긍정적 효과, 통일 후 강해질 한반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위성 강조에는 여전히 ‘분단된 민족’ 담론과 논리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현재 남북관계 및 대결 국면과 이질성을 보이면서 청소년이나 청년에게는 설득력이 없고 장밋빛 미래만 제시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분단된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이 필요하다는 담론과 논리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70년 이상 두 개의 국가가 유지되고 있다면 같은 민족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세계에는 한 민족이 여러 국가에 나눠 사는 경우가 많다. 기성세대조차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청소년, 청년 세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더욱이 민족과 국가를 넘어선 세계시민이 강조되는 시대인데 말이다.

 

사회적으로 수십 년 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이뤄진 시대에, 그리고 남북이 첨단 무기를 앞세워 대결하고 있는 때에 평화통일교육은 관점과 접근을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 통일의 당위성과 긍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현재 남북관계와 대결 상황에 대한 이해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할 방법에 대한 토론과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통일을 선택할 때 또는 선택하지 않을 때의 장점과 우려, 통일이 아닌 평화적 공존을 선택할 때의 장점과 우려, 평화적 통일의 의미와 목표 등 통일과 평화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가 우려하는 통일이 가져올 불안과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나누고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통일의 긍정적 효과에 있어서는 국가의 경제적인 이익이나 ‘부강한 한반도’ 등을 넘어 개인의 행복과 안전의 측면에서 선택할 여지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의미를 찾는 접근이 필요하다. 민족 문제에 있어서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관점과 접근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에게 ‘분단된 민족’ 서사는 큰 의미가 없다. 그것은 자신의 역사가 아니라 조부모 또는 그 이전 세대의 역사일 뿐이고 분단의 비극은 먼 과거의 사건일 뿐이다. 그후 남과 북이 각각 국가로 존재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그들에게는 지금의 남과 북이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그러므로 분단된 민족 문제는 집단보다 개인의 필요에 맞춰, 다시 말해 불가피하게 헤어진 가족이나 개인의 서사와 만남 재개의 필요성을 통해, 그리고 그런 필요에 답하지 못하는 국가의 역할을 통해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민족의 통합보다 개인의 안전과 행복, 그리고 우리가 속한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선택의 측면에서 통일에 접근하는 시도가 평화통일교육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당면한 도전과 그것을 타개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원칙적 접근과 구체적 방식에 대해서도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통일이 젊은 세대에게 직면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언어’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구체적 선택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려면 평화통일교육의 관점과 내용, 그리고 접근의 변화가 필요하다. 평화통일교육은 정치적 목표와 기성세대 가치의 부과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토론과 브레인스토밍의 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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