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여러 뉴스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보도를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이 9.19 군사합의의 효용성이 의문”이라고 했음을 언급했다.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9.19 군사합의 폐기론에 대해 “공감한다”며 “북한은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만 준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통일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백지화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라면서도 “최악의 상황에서는 여러 옵션을 모두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답했다.
무척 유감스런 일이다. 한편으론 정부가 쉽게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하는 것 같아서고, 다른 한편으론 지난 대선 캠페인 때도 이미 같은 말이 나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전 정권에서 합의된 군사합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파기’를 언급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채택한 군사 분야 합의다. 합의서는 지상, 해상, 공중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와 그에 대한 상호 조치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은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해결하고,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 연습을 중지하고, 군사분계선 상공에서의 비행금지구역도 설정하기로 했다. 지상,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상에서는 경고방송 ⟶ 2차 경고방송 ⟶ 경고사격 ⟶ 2차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5단계, 그리고 공중에서는 경교신 및 신호 ⟶ 차단비행 ⟶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4단계를 실행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했다. 이 합의서는 특히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없앴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 합의는 2018년 11월 1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덕분에 전방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은 물론 접경지역 주민들도 휴전 이후 거의 처음으로 편안히 잠들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2019년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대화가 단절되면서 다시 군사적 긴장이 형성됐다. 남한 내에서는 북한의 군사훈련이나 방사포 발사 등과 관련해 북한의 군사합의 불이행에 대한 논란이 생겼고, 북한은 남한의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해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현재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실험과 7차 핵실험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남북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합의 파기가 언급되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꼭 군사합의 때문이 아니라 할지라도 군사합의가 존재할 때 우발적 충돌이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므로 군사합의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파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변하고 정부가 변해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렵게 만들어낸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오히려 상호 군사합의를 잘 지킬 방안을 정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군사합의는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보 서비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핵무기 실험을 계속한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가 먼저 파기를 언급하는 건 안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정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남북한 관계의 악화와 대화의 단절, 그리고 군사적 긴장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핵무기 개발도 마찬가지다. 군사적 조치가 정치적 협상이나 대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9.19 군사합의는 고도의 협상 카드가 아니라 남북 모두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파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남북 사이의 모든 정치적, 군사적 문제에서는 국민의 안전이 중심이자 궁극적 목표로 설정되어야 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단계로 평화조성, 다른 말로 무력 충돌을 중단하는 평화만들기(peacemaking)가 필요하다. 9.19 군사합의는 그 첫 단계를 합의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파기한다는 건 무력 충돌과 전쟁 가능성 없이 살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난 10월 7일 여러 뉴스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보도를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이 9.19 군사합의의 효용성이 의문”이라고 했음을 언급했다.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9.19 군사합의 폐기론에 대해 “공감한다”며 “북한은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만 준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통일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백지화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라면서도 “최악의 상황에서는 여러 옵션을 모두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답했다.
무척 유감스런 일이다. 한편으론 정부가 쉽게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하는 것 같아서고, 다른 한편으론 지난 대선 캠페인 때도 이미 같은 말이 나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전 정권에서 합의된 군사합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파기’를 언급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채택한 군사 분야 합의다. 합의서는 지상, 해상, 공중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와 그에 대한 상호 조치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은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해결하고,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 연습을 중지하고, 군사분계선 상공에서의 비행금지구역도 설정하기로 했다. 지상,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상에서는 경고방송 ⟶ 2차 경고방송 ⟶ 경고사격 ⟶ 2차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5단계, 그리고 공중에서는 경교신 및 신호 ⟶ 차단비행 ⟶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4단계를 실행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했다. 이 합의서는 특히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없앴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 합의는 2018년 11월 1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덕분에 전방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은 물론 접경지역 주민들도 휴전 이후 거의 처음으로 편안히 잠들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2019년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대화가 단절되면서 다시 군사적 긴장이 형성됐다. 남한 내에서는 북한의 군사훈련이나 방사포 발사 등과 관련해 북한의 군사합의 불이행에 대한 논란이 생겼고, 북한은 남한의 한미연합훈련 등에 대해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현재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실험과 7차 핵실험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남북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합의 파기가 언급되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꼭 군사합의 때문이 아니라 할지라도 군사합의가 존재할 때 우발적 충돌이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므로 군사합의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파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변하고 정부가 변해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렵게 만들어낸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오히려 상호 군사합의를 잘 지킬 방안을 정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군사합의는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보 서비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핵무기 실험을 계속한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가 먼저 파기를 언급하는 건 안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정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남북한 관계의 악화와 대화의 단절, 그리고 군사적 긴장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핵무기 개발도 마찬가지다. 군사적 조치가 정치적 협상이나 대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9.19 군사합의는 고도의 협상 카드가 아니라 남북 모두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파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남북 사이의 모든 정치적, 군사적 문제에서는 국민의 안전이 중심이자 궁극적 목표로 설정되어야 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단계로 평화조성, 다른 말로 무력 충돌을 중단하는 평화만들기(peacemaking)가 필요하다. 9.19 군사합의는 그 첫 단계를 합의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파기한다는 건 무력 충돌과 전쟁 가능성 없이 살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