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북한이 남한과 연결되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했고 그동안 이어졌던 남북의 단절에 물리적으로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걸 보여준 상징적인 일이지만 사실 달라지는 건 없다. 2018년의 짧은 관계 회복 이후 남북 대화와 통신망이 끊기고 나아가 적대적 관계로 회귀한 지는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오히려 더 참담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는 무척 중대한 일이다. 북한이 남한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남한을 적으로만 대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북한의 태도와 행동은 직접적으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연결도로를 폭파한 건 북한이지만 이렇게 될 때까지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우리 정부에게 있다. 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담하게’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다. 이후 최고 수준의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였고 북한 또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대응을 해 강대강 상황이 지속됐다. 2023년 12월 18일에는 상관도 없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켜 사실상 합의를 파기했다. 북한은 남한의 조치를 비난하면서 다음 날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합의를 파기할 빌미를 제공한 것이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북한을 비난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말까지 하면서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강대강 대결을 이어왔다. 때로는 그것이 정말 북한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안보 정국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설정과 협상을 위해 전략적으로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와 행동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북한을 적대시하고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는 게 일시적 전략이 아니라 진심으로 보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태도와 행동을 할 때 국민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우려를 해왔다. 그런데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 북한은 9월 말부터 경의선 북측 구간에서 철도 침목과 레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남북관계를 잘 관리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혹여나 전략적으로 북한과의 정치적, 군사적 대결을 강화하더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지는 말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아니면 군사력의 우위로 우리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경우 북한이 남한의 군사력 우위를 인식하고 군사적 도발이나 충돌을 자제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이런 전제를 가지고 행동하는 건 모순이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최근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다. 북한은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서 쓰레기를 매단 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의 5-9월 집계에 따르면 북한의 풍선 살포에 앞서 항상 대북 전단 살포가 있었다. 게다가 대북 전단은 북한의 풍선 살포 횟수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이는 북한의 말대로 쓰레기 풍선 살포의 원인이 대북 전단임을 보여준다. 북한의 풍선은 화재를 일으키기도 했고 인천공항 활주로를 몇 시간씩 마비시키기도 했다. 이미 민간 피해가 발생했고 향후 피해가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는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면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사건까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통일부는 이에 대해 대북 전단이 북한 풍선 살포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민간의 정보 전달을 위한 자발적 행위가 결코 북한이 자행하는 도발의 명분이 될 수 없다”며 대북 전단 살포를 제재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는 국민이 알고 있는 것, 우려하고 있는 것과 너무 동떨어진 입장 표명이었다. 북한이 풍선을 통해 우리에게 ‘심각한’ 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황당한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의 이런 안이한 대응은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에게 ‘그린 라이트’가 되었고 최근엔 남한의 무인기가 평양에 전단을 뿌리는 일까지 생겼다. 군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민간이 무인기를 날려보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불필요한 도발로 인해 북한의 분노와 군사적 긴장은 한층 높아졌다. 이제 접경지역 주민들은 매일 불안에 떠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에 무관심하다는 건 이번 연결도로 폭파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북한이 도로를 폭파한 뒤 우리 군은 고속유탄기관총과 중기관총을 수십 발 쏘는 ‘대응’ 사격을 했다. 군사분계선 남쪽 표적을 향한 사격이었지만 폭파 작업에 따른 우리 군의 피해가 없는데도 대응 사격을 한 건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이었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의하면 기자들이 이를 질문하자 합참 관계자는 “대응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위권 차원에서 경고 방송과 대응 사격을 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사전 경고 없이 비무장지대에서 폭파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한 비산물이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상당 부분 떨어졌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군사분계선 남쪽 100미터 지점에 사격을 하려면 북쪽 군사분계선 방향을 겨냥해야 하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북한군에게 총탄과 유탄이 날아가는 상황이라 자칫 우발적 군사 충돌로 확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군의 이런 대응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었는데 군이 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했는지는 무척 의문이다. 병사들의 안전을 고려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정부와 군이 이런 식의 대응을 한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진심으로 두려움을 표출하고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에 대한 대응이 전혀 없다. 안심을 시키려는 노력도 없다. 연결도로 폭파 이후 정부의 반응은 북한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통일부는 북한을 비난하면서 폭파된 도로가 남한이 차관 형식으로 제공한 약 1800억 원으로 건설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우리가 북한에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보도를 했다. 이 엄중한 상황에 현실적이지도 않은 차관 상환 얘기를 한 것도 황당하지만 국민의 관심을 돈 문제로 돌려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만든 책임을 벗어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남북관계는 좋았던 때보다 나빴던 때가 더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의 경제력과 외교력, 그리고 한미 합동 군사력으로 북한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군은 군사력 강화와 무력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남북관계 관련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할 통일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방부보다 발언권이 없다. 기껏해야 북한을 비난하는 데 숟가락을 얹는 정도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걱정이다. 물론 북한이 연결도로를 파괴하고 요새화해도 남북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악까지 치달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북한이 남한을 조금도 신뢰하지 않고 더는 관계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그건 매우 힘든 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의 관계 단절은 우리의 상황을 무척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남북의 통일이 어려워져서가 아니다. 통일을 떠나서 북한은 사실상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이웃을 적으로 만들고, 그것도 모든 관계와 대화를 단절하고 적대감을 높여가는 건 우리의 안전을 포기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적대관계를 완화할 의지가 전혀 없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한반도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고, 설사 북한을 적으로 보더라도 그냥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는 것과 동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불안한 미래를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남북의 적대관계를 완화하고 전쟁과 무력 충돌의 위험 없이 살 수 있는 평화적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앞에 놓인 중대한 과제다.
10월 15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북한이 남한과 연결되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했고 그동안 이어졌던 남북의 단절에 물리적으로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걸 보여준 상징적인 일이지만 사실 달라지는 건 없다. 2018년의 짧은 관계 회복 이후 남북 대화와 통신망이 끊기고 나아가 적대적 관계로 회귀한 지는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오히려 더 참담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는 무척 중대한 일이다. 북한이 남한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남한을 적으로만 대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북한의 태도와 행동은 직접적으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연결도로를 폭파한 건 북한이지만 이렇게 될 때까지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우리 정부에게 있다. 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담하게’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다. 이후 최고 수준의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였고 북한 또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대응을 해 강대강 상황이 지속됐다. 2023년 12월 18일에는 상관도 없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켜 사실상 합의를 파기했다. 북한은 남한의 조치를 비난하면서 다음 날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합의를 파기할 빌미를 제공한 것이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북한을 비난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말까지 하면서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강대강 대결을 이어왔다. 때로는 그것이 정말 북한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안보 정국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설정과 협상을 위해 전략적으로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와 행동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북한을 적대시하고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는 게 일시적 전략이 아니라 진심으로 보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태도와 행동을 할 때 국민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우려를 해왔다. 그런데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 북한은 9월 말부터 경의선 북측 구간에서 철도 침목과 레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남북관계를 잘 관리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혹여나 전략적으로 북한과의 정치적, 군사적 대결을 강화하더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지는 말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아니면 군사력의 우위로 우리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경우 북한이 남한의 군사력 우위를 인식하고 군사적 도발이나 충돌을 자제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이런 전제를 가지고 행동하는 건 모순이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최근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다. 북한은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서 쓰레기를 매단 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의 5-9월 집계에 따르면 북한의 풍선 살포에 앞서 항상 대북 전단 살포가 있었다. 게다가 대북 전단은 북한의 풍선 살포 횟수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이는 북한의 말대로 쓰레기 풍선 살포의 원인이 대북 전단임을 보여준다. 북한의 풍선은 화재를 일으키기도 했고 인천공항 활주로를 몇 시간씩 마비시키기도 했다. 이미 민간 피해가 발생했고 향후 피해가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는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면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사건까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통일부는 이에 대해 대북 전단이 북한 풍선 살포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민간의 정보 전달을 위한 자발적 행위가 결코 북한이 자행하는 도발의 명분이 될 수 없다”며 대북 전단 살포를 제재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는 국민이 알고 있는 것, 우려하고 있는 것과 너무 동떨어진 입장 표명이었다. 북한이 풍선을 통해 우리에게 ‘심각한’ 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황당한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의 이런 안이한 대응은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에게 ‘그린 라이트’가 되었고 최근엔 남한의 무인기가 평양에 전단을 뿌리는 일까지 생겼다. 군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민간이 무인기를 날려보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불필요한 도발로 인해 북한의 분노와 군사적 긴장은 한층 높아졌다. 이제 접경지역 주민들은 매일 불안에 떠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에 무관심하다는 건 이번 연결도로 폭파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북한이 도로를 폭파한 뒤 우리 군은 고속유탄기관총과 중기관총을 수십 발 쏘는 ‘대응’ 사격을 했다. 군사분계선 남쪽 표적을 향한 사격이었지만 폭파 작업에 따른 우리 군의 피해가 없는데도 대응 사격을 한 건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이었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의하면 기자들이 이를 질문하자 합참 관계자는 “대응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위권 차원에서 경고 방송과 대응 사격을 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사전 경고 없이 비무장지대에서 폭파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한 비산물이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상당 부분 떨어졌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군사분계선 남쪽 100미터 지점에 사격을 하려면 북쪽 군사분계선 방향을 겨냥해야 하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북한군에게 총탄과 유탄이 날아가는 상황이라 자칫 우발적 군사 충돌로 확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군의 이런 대응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었는데 군이 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했는지는 무척 의문이다. 병사들의 안전을 고려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정부와 군이 이런 식의 대응을 한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진심으로 두려움을 표출하고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에 대한 대응이 전혀 없다. 안심을 시키려는 노력도 없다. 연결도로 폭파 이후 정부의 반응은 북한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통일부는 북한을 비난하면서 폭파된 도로가 남한이 차관 형식으로 제공한 약 1800억 원으로 건설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우리가 북한에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보도를 했다. 이 엄중한 상황에 현실적이지도 않은 차관 상환 얘기를 한 것도 황당하지만 국민의 관심을 돈 문제로 돌려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만든 책임을 벗어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남북관계는 좋았던 때보다 나빴던 때가 더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의 경제력과 외교력, 그리고 한미 합동 군사력으로 북한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군은 군사력 강화와 무력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남북관계 관련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할 통일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방부보다 발언권이 없다. 기껏해야 북한을 비난하는 데 숟가락을 얹는 정도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걱정이다. 물론 북한이 연결도로를 파괴하고 요새화해도 남북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악까지 치달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북한이 남한을 조금도 신뢰하지 않고 더는 관계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그건 매우 힘든 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의 관계 단절은 우리의 상황을 무척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남북의 통일이 어려워져서가 아니다. 통일을 떠나서 북한은 사실상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이웃을 적으로 만들고, 그것도 모든 관계와 대화를 단절하고 적대감을 높여가는 건 우리의 안전을 포기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적대관계를 완화할 의지가 전혀 없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한반도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고, 설사 북한을 적으로 보더라도 그냥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는 것과 동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불안한 미래를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남북의 적대관계를 완화하고 전쟁과 무력 충돌의 위험 없이 살 수 있는 평화적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앞에 놓인 중대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