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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의 정체성

2018년 남북관계 변화와 함께 통일교육이 평화.통일교육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한반도 정책의 기조를 북한은 물론 동북아 및 세계와의 평화와 공동 번영으로 잡고 평화적 통일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강조했다. 그에 따라 안보교육 중심이었던 통일교육도 평화의식 함양과 평화통일 실현 의지를 높이고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평화를 우선적 가치로 삼는 평화.통일교육으로 변했다. 그런데 평화.통일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평화.통일교육은 평화교육인지, 통일교육인지, 또는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혼란이 여전히 현장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평화.통일교육은 평화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평화교육은 평화를 핵심 가치이자 최종 목표로 삼고 평화적 과정을 모색 및 실행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을 교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평화.통일교육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이런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

 

첫째는 평화가 핵심 가치나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평화.통일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정리한 문서인 <평화.통일교육 : 방향과 관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평화.통일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남북한의 통일이지 평화로운 한반도와 남북한 사회 모든 구성원의 평화로운 삶은 아니다. 통일이 되면 결국 평화로운 한반도가 되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으니 결국 같은 얘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과정이 달라질 수 있고 결과도 달라질 수 있으니 결국 같은 게 아니다. 핵심 가치도 평화가 아니라 통일된 민족공동체다. 평화.통일교육에서 평화는 통일을 위해 참고할 가치 및 수단으로 여겨진다.

 

둘째는 평화적 과정에 대한 이해와 실행의 부족이다. 평화.통일교육이 남북한의 대화와 협력, 국민적 합의 등을 언급하는 것은 평화적 과정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튼튼한 안보와 북한을 경계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은 평화적 과정과 충돌한다. 그것은 결국 무력 대결, 나아가 무력 강화를 지속하고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시 및 대응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모두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평화 성취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이자 원칙은 평화적 방식이다. 그런데 튼튼한 안보의 강조와 남북한 사이 적대적 관계의 유지는 평화적 방식과 모순된다. 물론 한순간에 모든 것이 평화적 방식으로 변화될 수 없고 점진적 변화와 정착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력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실질적 군축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 현재 상황에 대한 성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적 구상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평화.통일교육은 평화를 위한 평화적 방식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대화 기조의 유지나 평화적 방식에 의한 통일을 언급하는 점은 다행이지만 무력 대결의 완화와 지속적인 군축이 포함되지 않는 한 전체적으로 평화적 방식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 현실적 한계를 인정할 수는 있지만 이런 이유로 평화.통일교육을 평화교육으로 볼 수는 없다.

 

셋째는 평화교육이 다루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 폭력적 구조와 문화의 문제, 변화를 위한 평화와 정의의 문제, 비폭력 저항, 개인과 집단의 역량 형성, 평화문화의 형성, 평화적 공존의 사회를 위한 참여, 평화적 문제해결을 위한 훈련과 실행 등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는 어느 하나 외면할 수 없는 평화교육의 내용이고 평화교육에서는 반드시 다뤄야 하는 것들이다. 평화.통일교육은 이런 주제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통일교육이라는 경계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도 못했다.

 

평화.통일교육은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을 모두 포함하는 것일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렇지 않다. 평화교육으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계와 부족한 점이 있다. 평화교육의 핵심인 평화로운 공동체의 형성과 평화적 과정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고, 평화의 핵심 내용을 다루지 않으며, 평화의 가치와 모순되는 담론 또한 존재한다. 평화의 가치와 목표, 평화적 방식, 평화교육의 핵심 내용 등을 선택적으로 다루는 교육을 평화교육으로 볼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평화.통일교육은 통일교육이며 국가안보를 외면할 수 없는 정부의 기본 입장과 모순되지 않는 선에서 선택적으로 평화의 내용과 접근을 추가한 교육으로 보는 것이 타당이다. ‘평화’가 형용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평화교육+통일교육이 아니라 ‘평화적 통일’을 위한 교육으로 볼 수 있다. 또는 평화가 한반도 평화를 의미한다고 보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평화.통일교육으로 명명한 것은 언어적 선택을 고민하고 압축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평화.통일교육으로의 변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안보 담론이 주류였던 교육에 평화 담론이 추가됐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정부가 남북관계 및 남북통일과 관련해 평화를 외면할 수 없는 가치이자 방향성으로 인식하고 인정했다는 점이 그렇다. 그로 인해 남북한 사이 평화적 공존, 한반도 평화, 평화적 통일, 평화적 통일 방식과 과정 등에 대한 토론이 가능해졌다. 또한 어쨌든 평화.통일교육이 되었기 때문에 현장의 선택에 따라 평화교육의 주제와 내용 또한 다룰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평화의 시각으로 남북한 및 한반도와 관련된 주제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는 현장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화의 핵심 가치와 내용을 어디까지 녹여낼 것인지, 현실적 한계의 문제를 어디까지 토론의 주제로 삼을 것인지, 그러기 위해 어떤 수준까지 열린 논의의 장을 제공할 것인지는 평화.통일교육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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