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에 대해 내놓은 첫 공개 반응은 냉랭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철거, 대북전단 살포 강력 대응, 국정원의 대북 TV·라디오 방송 중단 등을 통해 보여준 유화 손짓에 당차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아가 쓸데없는 노력을 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은 꼴이다. 물론 이를 새 정부와의 관계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인정한 것처럼 이전 정부에서 극한으로 치달은 적대적 대북정책 때문에 남북 간 신뢰가 바닥나고 적대감이 최고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부터 쌓인 앙금이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대화하기 힘든 상대다. 이유는 대화나 협상에서 상대를 막다른 상황까지 밀어붙이는 초강수를 두는 ‘벼랑 끝 전술’을 쓰곤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로 언급되곤 했다. 북한은 남한과의 협상에서도 반복적으로 이런 협상 방식을 드러내곤 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을 성실하지 못하고 어거지를 부리는 불량한 대화 상대로 여기는 우리의 생각은 굳어져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고 정부도 공개적으로 관계 회복 의지를 드러냈다. 이 모두는 북한과의 접촉과 대화 재개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이는 곧 남한과 북한이 서로에게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대화는 어느 한쪽이라도 성실하지 않으면 개시도 유지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무력 대결과 상호 적대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남북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물론 남한도 그동안 이런 성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해 이제는 좀 다른 각도에서 상황을 보고 새로운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남한은 북한에게 신뢰할만하고 성실한 대화 상대였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남한은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하기 매우 까다로운 상대일 수 있다. 남북 간 무력 대결이 계속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차피 남북이 대화를 하는 이유는 무력 대결과 적대관계 때문이니 그건 기본값일 뿐이다. 북한에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남한의 정권 교체에 따른 대북정책의 극적인 변화일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한 건 김대중 정부 때였다. 이전의 김영삼 정부가 남북대화를 추진했지만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에 대한 정부의 조문 거부로 그 진정성은 북한에 가 닿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금강산 관광 개시, 첫 남북 정상회담, 개성공단 사업 합의 등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성과들을 이뤄냈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이어받았고 남북관계를 이전 수준에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어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전 두 정부와 완전히 달랐다.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출했고 북한을 압박하고 길들이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북한 또한 적대적이고 때로는 ‘벼랑 끝 전술’로 남한을 대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는 중단됐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의 협력 사업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회복될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이전만큼 적대적은 아니었지만 개선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그후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 표출과 ‘강 대 강’ 대결 기조로 최악의 남북관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정권 교체에 따라 정반대로 변하는 대북정책에 대응해야 하는 건 북한 입장에서는 무척 힘들고 피곤한 일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문제는 대북정책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대북정책이 변하면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공식 협상, 합의, 공동 사업 등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들에서 이뤄진 남북 간 공식 합의와 공동 사업을 부정하고 후퇴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고 북한에 대한 적대감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전 정부에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북한 주민 북송 같은 일에 수사의 칼까지 들이댔다. 심지어 김대중 정부와 기본적으로 비슷한 대북정책을 유지한 노무현 정부 때도 대북송금 특검이 실시됐다. 북한의 시각으로 보면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북한도 함께 비난과 무시를 받고 수모를 겪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이 남한을 상대하면서 반복적으로 겪었던 일이다. 이렇게 정권에 따라 변하는 남한의 대북정책에 맞추고 정권 교체 시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건 북한에게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윤석열 정부와의 대결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한 건 그런 반복된 경험을 반영하고 이후 정부에 대한 기대도 접은 결과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인상과 판단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다. 지금 북한이 남한에 보이는 불신과 대화 거부는 수십 년 동안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북한이 남한을 신뢰하지 않고 나아가 대화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를 재개하는 건 매우 힘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 또한 그동안 전혀 성실한 대화의 상대가 아니었다는 주장은 이런 상황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남한은 사회 전체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건 북한도 마찬가지지만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건 그런 것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대화를 필요로 한다면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에게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되어야 하고 그 상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이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정부가 이념 성향에 따라 보여줬던 거의 상반된 대북정책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우리는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없고 북한에게 성실성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념 대립과 갈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상황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기준은 분명하다.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을 중심에 놓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국민의 필요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최소한 남북관계가 일상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곤 했다. 지난 2023년 10월 남북 간 대결이 극심하고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염두에 두고 있을 때 민주평통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7.1%가 ‘9.19 군사합의를 우리 정부만이라도 지켜야 한다’에 공감했다. 이는 ‘대체로, 또는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의 36.8%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있어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에 공감한 비율은 70%를 넘었다. 이는 우리 국민이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그로 인해 일상이 불안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현 정부는 이런 국민의 의견을 파악하고 이를 공식적인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서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 북한과 대결 상황이 재연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더라도 대화는 중단하지 않고 상호 안전과 평화적 공존을 중심에 놓는다는 원칙을 만들고 그런 방향성이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이어지게 해야 한다.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관계를 개선할 수 없을지라도 이런 기반을 만들 수 있다면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다. 물론 이는 북한에게 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북한의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에 대해 내놓은 첫 공개 반응은 냉랭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철거, 대북전단 살포 강력 대응, 국정원의 대북 TV·라디오 방송 중단 등을 통해 보여준 유화 손짓에 당차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아가 쓸데없는 노력을 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은 꼴이다. 물론 이를 새 정부와의 관계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인정한 것처럼 이전 정부에서 극한으로 치달은 적대적 대북정책 때문에 남북 간 신뢰가 바닥나고 적대감이 최고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부터 쌓인 앙금이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대화하기 힘든 상대다. 이유는 대화나 협상에서 상대를 막다른 상황까지 밀어붙이는 초강수를 두는 ‘벼랑 끝 전술’을 쓰곤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로 언급되곤 했다. 북한은 남한과의 협상에서도 반복적으로 이런 협상 방식을 드러내곤 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을 성실하지 못하고 어거지를 부리는 불량한 대화 상대로 여기는 우리의 생각은 굳어져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고 정부도 공개적으로 관계 회복 의지를 드러냈다. 이 모두는 북한과의 접촉과 대화 재개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이는 곧 남한과 북한이 서로에게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대화는 어느 한쪽이라도 성실하지 않으면 개시도 유지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무력 대결과 상호 적대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남북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물론 남한도 그동안 이런 성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해 이제는 좀 다른 각도에서 상황을 보고 새로운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남한은 북한에게 신뢰할만하고 성실한 대화 상대였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남한은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하기 매우 까다로운 상대일 수 있다. 남북 간 무력 대결이 계속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차피 남북이 대화를 하는 이유는 무력 대결과 적대관계 때문이니 그건 기본값일 뿐이다. 북한에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남한의 정권 교체에 따른 대북정책의 극적인 변화일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한 건 김대중 정부 때였다. 이전의 김영삼 정부가 남북대화를 추진했지만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에 대한 정부의 조문 거부로 그 진정성은 북한에 가 닿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금강산 관광 개시, 첫 남북 정상회담, 개성공단 사업 합의 등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성과들을 이뤄냈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이어받았고 남북관계를 이전 수준에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어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전 두 정부와 완전히 달랐다.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출했고 북한을 압박하고 길들이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북한 또한 적대적이고 때로는 ‘벼랑 끝 전술’로 남한을 대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는 중단됐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의 협력 사업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회복될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이전만큼 적대적은 아니었지만 개선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그후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 표출과 ‘강 대 강’ 대결 기조로 최악의 남북관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정권 교체에 따라 정반대로 변하는 대북정책에 대응해야 하는 건 북한 입장에서는 무척 힘들고 피곤한 일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문제는 대북정책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대북정책이 변하면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공식 협상, 합의, 공동 사업 등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들에서 이뤄진 남북 간 공식 합의와 공동 사업을 부정하고 후퇴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고 북한에 대한 적대감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전 정부에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북한 주민 북송 같은 일에 수사의 칼까지 들이댔다. 심지어 김대중 정부와 기본적으로 비슷한 대북정책을 유지한 노무현 정부 때도 대북송금 특검이 실시됐다. 북한의 시각으로 보면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북한도 함께 비난과 무시를 받고 수모를 겪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이 남한을 상대하면서 반복적으로 겪었던 일이다. 이렇게 정권에 따라 변하는 남한의 대북정책에 맞추고 정권 교체 시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건 북한에게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윤석열 정부와의 대결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한 건 그런 반복된 경험을 반영하고 이후 정부에 대한 기대도 접은 결과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인상과 판단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다. 지금 북한이 남한에 보이는 불신과 대화 거부는 수십 년 동안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북한이 남한을 신뢰하지 않고 나아가 대화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를 재개하는 건 매우 힘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 또한 그동안 전혀 성실한 대화의 상대가 아니었다는 주장은 이런 상황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남한은 사회 전체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건 북한도 마찬가지지만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건 그런 것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대화를 필요로 한다면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에게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되어야 하고 그 상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이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정부가 이념 성향에 따라 보여줬던 거의 상반된 대북정책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우리는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없고 북한에게 성실성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념 대립과 갈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상황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기준은 분명하다.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을 중심에 놓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국민의 필요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최소한 남북관계가 일상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곤 했다. 지난 2023년 10월 남북 간 대결이 극심하고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염두에 두고 있을 때 민주평통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7.1%가 ‘9.19 군사합의를 우리 정부만이라도 지켜야 한다’에 공감했다. 이는 ‘대체로, 또는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의 36.8%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있어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에 공감한 비율은 70%를 넘었다. 이는 우리 국민이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그로 인해 일상이 불안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현 정부는 이런 국민의 의견을 파악하고 이를 공식적인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서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 북한과 대결 상황이 재연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더라도 대화는 중단하지 않고 상호 안전과 평화적 공존을 중심에 놓는다는 원칙을 만들고 그런 방향성이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이어지게 해야 한다.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관계를 개선할 수 없을지라도 이런 기반을 만들 수 있다면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다. 물론 이는 북한에게 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성실한 대화 상대가 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