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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자살과 국방비 증가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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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젊은 60대 노인의 자살. 살뜰하게 챙겨서 남겨둔 공과금과 자신의 장례 비용, 그리고 수고할 사람들의 국밥값. 너무나 잘 준비된 가난으로 인한 자살이 다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아이들까지 동반한 가족 자살도 심심찮게 일어나니 말이다.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때로는 가족과 어린 자식의 목숨까지 빼앗는 자살을 원칙적으로 합리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얼마나 힘들면 자살을 택했을까 하는 생각에 닿게되면 이성적 판단이나 가치의 토대는 원칙을 주장할만큼 힘을 가지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쌩얼'이다. 가난해서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는 사회. 선도적 개도국, 그리고 때로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의 화려한 경제 규모나 수치를 생각해보면 아주 모순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보자니 국방비 예산에 시선이 간다. 빈곤으로 인한 자살을 방치하는 정부가 고물이 될 때까지 그저 쟁여 놓는 최첨단 무기 구입, '삽질'에나 동원하는 대규모 병력 유지, 사대주의에만 빠져 있는 군 장성들을 먹여 살리는데는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각종 군 비리로 새나가는 예산까지 생각하면 화가 솟구친다.

 

국방부는 지난 6월 말 내년도 국방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총 38조 3,691억 원이다. 2014년 국방예산인 35조 7,056억 원에 비해 7.5% 증가한 액수다. 2013년 대비 2014년도 증가율 3.5%에 비하면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제출한 2015년 예산이 약 376조 원이니까 전체 정부 예산의 10%가 조금 넘는 수치다. 국방 예산의 약 70%는 전력 운영비로 병력 운영과 전력 유지에 쓰인다. 나머지 30% 정도는 방위력 개선비에 쓰이는데 이 항목에 무기 구입 비용이 포함된다. 국방부 제출 예산에 따르면, 2015년 국방비에서 전력 운영비는 전년보다 5.6% 증가해 26조 6,193억 원이고,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 대비 11.8%나 증가해 11조 7,498억 원이다. 액수로 따지면 2014년보다 각각 1조 4,233억 원, 그리고 1조 2,402억 원 증가했다. 실제 증가 금액을 비교하면 별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국방부는 블로그를 통해 병사 봉급 인상, 기본 급식비 인상, 민간조리원 고용, 군 의료서비스 개선, 장병 여가활동 확대 등에 많은 예산이 투여될 것이라며 친절하게 국방비 예산 증가를 설명했다. 그렇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 가장 많이 예산이 오른 부분은 병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항목이 아니라 무려 11.8%나 증가한 무기 도입을 포함한 방위력 개선비다. 이것은 2014년 방위력 개선비가 2013년에 비해 3.3%의 증가한 것에 비하면 하늘을 찌를만큼 치솟은 액수다.

 

지난 몇 해 동안 국방비는 줄곧 정부 예산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액수로 따지면 아주 많은 금액이다. 더욱이 국가 경제 수준에 걸맞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민 안전, 교육, 복지 등을 위한 정부 예산이 증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방비가 계속 10%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건전한 예산이 아니다. 정부 예산이 확대되면 국방비 비율은 낮아져야 정상인데 말이다. 예산의 10%를 항상 전쟁을 준비하는데 사용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최근 정부는 전작권 환수 연기를 결정하면서 미사일 방어체계와 선제타격 시스템 등 2020년대 중반까지 완벽하게 방어 능력을 갖추고 난 후 전작권 환수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17조 5천억 정도가 들어간다는 대강의 수치가 나왔다. 이것은 향후 적어도 10년 동안 첨단 무기와 방어 시스템 구입에만 일년에 최소 1조 7천억 원 이상을 쓰겠다는 얘기다. 이 계획대로라면 갈수록 국방비는 증가하고 무기 도입 비용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무기 구입에 쓰는 예산은 너무 많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무기 수입 순위 2-3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의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좁은 한반도에서 그것도 겨우 반쪽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차지할 순위는 정말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군축운동은 오래 전부터 군사비와 빈곤 및 복지 문제를 연결시켜 왔다. 2013년 현재 전 세계 군사비가 약 1,823조 원인데 그중 5%만 있어도 전 세계 빈곤이 해결된다는 수치도 나와 있다. 물론 국방비가 줄어도 그것이 반드시 빈곤 퇴치에 쓰인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국방비 비중이 높고 정부 예산이 넉넉치 않은 나라의 경우 국방비가 줄면 당연히 그 예산은 항상 부족한 복지나 교육 예산 등으로 충당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북한을 마주하고 있고 남북관계가 여전히 긴장 속에 있는 현실을 감안해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해도 조금만 줄여도 다른 예산이 조금 기를 펼 수 있다.

 

계산이란 것을 해보자. 지난 몇 년 동안 말이 많았고 아직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차기전투기(FX) 도입 사업을 보자. 국방부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도입하기로 한 F-35A 스텔스 전투기 한 대의 가격은 1,211억 원이다. 국방부는 이런 '어마 무시하게' 비싼 전투기를 무려 40 대나 수입하기로 했다. 총 예산이 7조 3,418억 원이다. 그런데 이 전투기 한 대 가격이면 가난한 사람 2만 명에게 일년 동안 한 달에 50만 원씩을 지원할 수 있다. 월 25만 원을 지급하면 4만 명이 일년 동안 혜택을 볼 수 있다. 아니면 비슷한 수의 사람들에게 식비와 공과금 등 긴급 생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일, 그리고 다음 달이 막막해 자살하는 사람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이 작은 땅에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40 대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이 결국 북한에 대한 공세적 작전을 펴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그렇다면 전쟁이 나면 첨단 전투기 40 대로 북한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얘긴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군사력 증강을 위한 남한의 물량 공세를 이기려고 북한은 가난한 살림에도 핵무기라는 한방에 그토록 집착하고 있다. 결국 국방비 증가는 남북 모두에게 생존 게임이 되고 있다.

 

11월은 다음 해 예산을 놓고 정치권, 지자체, 공공기관 등등이 자신들이 원하는 예산을 확보하려고 각종 로비를 벌이는 달이다. 도대체 우리 국민들은 어떤 로비를 해야 하나... 어떻게 하면 적어도 가난 때문에 자살하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졸라볼 수 있을까.... 떼라도 써보면 진지하게 들어줄 국회의원은 몇이나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찾기나 할 수 있는 건가. 그래도 어쨌든 정부 예산, 특별히 국방비에 관심은 가져봐야 한다. 그리고 써 먹지도 못하면서 육.해.공군의 자기만족감만 채워주는 비싼 무기 수입에 대해서는 생각이란 것도 좀 해보고, 계속 딴지도 걸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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