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신림동에서 있은 무차별 흉기 난동, 그리고 8월 3일 서현역 인근에서 있은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무차별 공격 이후 곳곳에서 칼부림 사건 소식이 들렸다. 어떤 사건은 협박에, 어떤 사건은 미수에 그쳤다. 불행하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도 있었다. 이제 누구도 안심하고 길을 걷지도 지하철을 탈 수도 없는 세상이 됐다. 그동안 세계 다른 곳에 비해 범죄율이 낮아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판을 들었던 한국은 이제 무차별 칼부림에 모두가 긴장하는 곳이 됐다.
신림동과 서현역 칼부림을 모방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건의 범인들이 특정인을 해하려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모방 범죄자들은 범죄를 보면서 자신도 세상에 대한 분노, 불만족, 원망, 두려움 등을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을 통해 쏟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이 해결책은 되지 못해도 세상에 분풀이를 함으로써 자기 만족감을 얻을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분명 잘못된 생각이고 죄 없는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분이 풀리고 불만족이 해소되는 건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미 화가 쌓이고 세상에 분풀이를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무척 슬프게도 한동안은 모방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의 칼부림 시도와 협박이 이어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연이은 칼부림 사건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이유는 모방 범죄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서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풀이 범죄를 근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역량도, 제거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공정과 공평의 부재, 비난과 조롱 등 폭력 문화의 확산, 빈부 격차의 심화, 기회 불평등의 고착화, 젠더 갈등의 심화, 허술한 사회 안전망, 정치의 실종 등 여러 문제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폭발 직전에 도달했음을 알고 있다. 범죄자들의 판단과 행동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지만 그런 판단과 행동에 핑계가 되어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런 잘못된 선택을 근본적으로 제재하고 완화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지도 않다. 강한 공권력만으로는 내면화된 분노, 절망, 왜곡된 인식, 폭력성 등을 잠재울 수 없는데도 말이다.
칼부림 사건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건 2차 폭력(secondary violence)다. 사회의 폭력적 구조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반응 내지 대응으로 나타나는 2차 폭력은 여러 가지다. 가장 치명적인 건 알콜 중독, 약물 중독, 우울증, 자살 등의 자기 파괴다. 더 많은 피해를 내는 가정 폭력, 범죄, 강간 등 개인 간 파괴도 있다. 테러, 반란, 전쟁 등 집단 및 국가 사이 파괴도 있다. 흔히 사회 지배층이나 권력자들은 이런 2차 폭력을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의 기득권층과 상대적 강자들에게 유리하고 그 외의 구성원들에게는 불리한 법, 제도, 규범, 절차 등 구조의 문제다. 2차 폭력은 사회의 구조가 폭력적일 때 그 피해는 곳곳에서 대다수 사회 구성원, 그중에서도 폭력적 사회에서 삶을 제대로 꾸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입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렇게 2차 폭력이 만연한 사회는 피해자에게는 물론이고 가해자에게도 가혹하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가해자의 잘못된 선택을 예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 및 집단 사이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을 ‘개인화’하는 데 아주 익숙하다. 그러나 폭력은 개인이 저질렀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은 폭력적 구조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의 폭력을 줄일 수 없다. 2차 폭력을 야기하는 사회의 폭력적 구조를 얘기하는 건 칼부림 범죄자들에 대해 연민을 표하거나 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들의 행동과 범죄를 통해 우리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깊고 넓은 안목을 가지고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를 얘기하기 위해서다. 구조적 폭력으로 인해 분노, 절망, 원망 등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신림동 칼부림 범죄자처럼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중 누군가가 적의에 찬 판단하에서 행동한다면 주변의 누군가가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21일 신림동에서 있은 무차별 흉기 난동, 그리고 8월 3일 서현역 인근에서 있은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무차별 공격 이후 곳곳에서 칼부림 사건 소식이 들렸다. 어떤 사건은 협박에, 어떤 사건은 미수에 그쳤다. 불행하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도 있었다. 이제 누구도 안심하고 길을 걷지도 지하철을 탈 수도 없는 세상이 됐다. 그동안 세계 다른 곳에 비해 범죄율이 낮아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판을 들었던 한국은 이제 무차별 칼부림에 모두가 긴장하는 곳이 됐다.
신림동과 서현역 칼부림을 모방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건의 범인들이 특정인을 해하려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모방 범죄자들은 범죄를 보면서 자신도 세상에 대한 분노, 불만족, 원망, 두려움 등을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을 통해 쏟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이 해결책은 되지 못해도 세상에 분풀이를 함으로써 자기 만족감을 얻을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분명 잘못된 생각이고 죄 없는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분이 풀리고 불만족이 해소되는 건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미 화가 쌓이고 세상에 분풀이를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무척 슬프게도 한동안은 모방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의 칼부림 시도와 협박이 이어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연이은 칼부림 사건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이유는 모방 범죄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서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풀이 범죄를 근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역량도, 제거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공정과 공평의 부재, 비난과 조롱 등 폭력 문화의 확산, 빈부 격차의 심화, 기회 불평등의 고착화, 젠더 갈등의 심화, 허술한 사회 안전망, 정치의 실종 등 여러 문제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폭발 직전에 도달했음을 알고 있다. 범죄자들의 판단과 행동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지만 그런 판단과 행동에 핑계가 되어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런 잘못된 선택을 근본적으로 제재하고 완화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지도 않다. 강한 공권력만으로는 내면화된 분노, 절망, 왜곡된 인식, 폭력성 등을 잠재울 수 없는데도 말이다.
칼부림 사건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건 2차 폭력(secondary violence)다. 사회의 폭력적 구조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반응 내지 대응으로 나타나는 2차 폭력은 여러 가지다. 가장 치명적인 건 알콜 중독, 약물 중독, 우울증, 자살 등의 자기 파괴다. 더 많은 피해를 내는 가정 폭력, 범죄, 강간 등 개인 간 파괴도 있다. 테러, 반란, 전쟁 등 집단 및 국가 사이 파괴도 있다. 흔히 사회 지배층이나 권력자들은 이런 2차 폭력을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의 기득권층과 상대적 강자들에게 유리하고 그 외의 구성원들에게는 불리한 법, 제도, 규범, 절차 등 구조의 문제다. 2차 폭력은 사회의 구조가 폭력적일 때 그 피해는 곳곳에서 대다수 사회 구성원, 그중에서도 폭력적 사회에서 삶을 제대로 꾸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입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렇게 2차 폭력이 만연한 사회는 피해자에게는 물론이고 가해자에게도 가혹하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가해자의 잘못된 선택을 예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 및 집단 사이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을 ‘개인화’하는 데 아주 익숙하다. 그러나 폭력은 개인이 저질렀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은 폭력적 구조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의 폭력을 줄일 수 없다. 2차 폭력을 야기하는 사회의 폭력적 구조를 얘기하는 건 칼부림 범죄자들에 대해 연민을 표하거나 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들의 행동과 범죄를 통해 우리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깊고 넓은 안목을 가지고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를 얘기하기 위해서다. 구조적 폭력으로 인해 분노, 절망, 원망 등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신림동 칼부림 범죄자처럼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중 누군가가 적의에 찬 판단하에서 행동한다면 주변의 누군가가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