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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인터뷰 - 평화 연구자들이 쉽게 절망하지 않는 이유

국내 1호 평화학 박사다. 한국에서는 평화학과를 찾기 힘들다. 세계적으로도 스무 곳 정도에 불과하다. 정주진씨(50)는 평화통일 종교단체에서 일하다 평화갈등학을 알게 되었다. 평화학 안에서도 한반도 통일 문제는 지엽적인 이슈라는 걸 알았다. 평화학을 공부하기 위해 캐나다와 미국, 영국을 거쳤다.


<평화를 보는 눈>은 평화학자가 들려주는 일상의 평화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평화의 반대말을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가깝다.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많고 민주주의 사회일수록 더 그렇다. 빈곤, 기후변화에도 폭력이 깃들어 있다. 정씨는 평화가 추상적이거나 국가 간 문제가 아니라 삶과 가까운 이슈라고 강조한다.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이나 직장 내 성희롱 같은 일도 평화의 눈으로 보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도 평화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평화학자는 갈등 지역의 분쟁을 조정하는 중재자로도 활동하고, 교육·강연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실천과 이론이 함께한다. 연구자로서 그가 걱정하는 부분은 한국 사회의 분노와 증오다. 정의를 위한 분노 발산은 괜찮은데 증오로 가는 게 큰 문제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진보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대해 따뜻한 연민을 가지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반대되거나 용납할 수 없는 소리를 하면 악의적인 증오의 소리를 거리낌 없이 펼쳐놓는다. 인권 의식은 높다. 흉악범은 사형시키면 안 되지만 정치적으로는 누군가 죽어도 좋다고 말한다. 증오가 확산되면 본질을 흐리게 돼 문제 해결과는 더 멀어진다.


국제 문제에도 민감하다. 9·11 테러 당시 미국에 있었다. 평화학 연구자들은 분노하는 사회에 조금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는데 대중에게는 한가한 소리로 들렸다. 워싱턴 오갈 때의 삼엄한 경비가 인상적이었다. 그 뒤에 신발 폭탄 테러가 났고 영국에 가기 직전 지하철 테러가 났다. 큰 사건이 그를 따라다녔다. 문화권 간 극단적인 대립이 늘어 중도적인 이들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폭력을 가르는 기준을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조언대로 평화 감수성을 가지면 피곤할 것 같다. 법 같은 구조까지 폭력일 수 있다. 강자의 편이 아니라 약자의 편에서 보면 법에서도 폭력이 보인다고 그는 말한다. 구조가 약자에게도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점에 놓으면 된다는 것. 평화마저 강자에 의해 왜곡되는 세상이다.


쉽게 절망하거나 냉소하지 않는 이유


평화 연구자들 중에는 사람 좋은 이들이 많다. 폭력적 상황을 다루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살고 행복해한다.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대부분 절망하며 냉소적이 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누가 하나 더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절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생각처럼 나빠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는 평화로운 세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 “평화로운 세상은 가능하지 않아도 평화로운 공동체는 가능하다”라고 답한다. 소속되어 있는 단체나 교회나 이런 데서는 가능하다.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결정 방식을 바꾸면 된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주변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친구, 가족 등 가까운 이들과의 소통 방식이나 문제 해결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정주진씨는 1인 연구소인 ‘평화갈등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하다. 주로 교육과 실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올리는 글도 지식 나눔의 일환이다. 이번이 일곱 번째 책이다. 처음에는 공부한 걸 공유하고 싶어 평화학과 관련된 외서를 번역해볼까 생각했다.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써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평화학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사람이 없어 전공자로서의 책임감으로 저술 활동에 공을 들인다.


시사인 - 금주의 저자 |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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